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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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 왔다. 언제나 여행은 ‘미지의 섬’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고이 간직된 것이리라. 그래서 여행에 관련된 책은 언제나 환영이다. 글을 통해서 여행지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게다가 아름다운 그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은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고 있다.

대학 졸업하던 해 너무 막막하여 무작정 유럽으로 두 달 간 여행을 하고 난 후 여행중독자가 되었다는 저자는 스스로를 ‘소심하고 겁 많다’고 소개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소심하고 겁이 많았지만 여행을 통해서 그 모든 것이 변화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 책에는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장장 36일간 8백 킬로미터를 여행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며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는데, 매일 얼마나 걸었으며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실제로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들도 가득 담아 놓았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동생은 지난 여름을 떠올리면 무척 무서웠다고 했다. 그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밤거리를 찾아 숙소로 향해야 할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정작 그들은 불량배가 아니라 할지라도 소위 우리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면 보통 시민은 간이 졸아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 간헐적으로 찾아왔는데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간간히 내게 전화를 할 때면 나의 휴대폰 컬러링 소리만 울려 퍼져도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집 생각이 많이 났고, 한국에서는 필요 없었던 국적이라는 것에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여행 후의 큰 변화였다고.

외국 여행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바로 다양한 문화 체험일 것이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 안에서 경험해볼 수 없는 것들을 통해 우리의 시야는 넓어질 것이고,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집과 가족을 떠나 지내본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자아의 키가 한 뼘은 자라나게 되지 않을까.

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걷기 여행이라 일단은 체력이 확보되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저자는 산을 타는 걸 좋아해서 걷기라면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보다 걷기 여행이 좋은 이유는 바로 몸이 고달픈 순간에도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무겁고 비관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 길은 완벽하게 도보 여행자를 위해 준비된 길이다. 게다가 순례자 전용의 저렴한 숙소들이 마을마다 들어서 있다. 또, 같은 목적을 가진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걷기에 친구를 사귀기에도 훌륭하다. 저절로 어학연수가 되고, 문화체험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다 걷고 나면 증서까지 준다. 이 정도면 완벽한 길 아닌가? - 71쪽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모는 동력에 대해 저자는 ‘호기심과 열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으로 견뎌가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내가 사는 나라가 아닌 그 너머의 삶이 몹시 궁금했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인 '살고 사랑하고 나누고 기뻐하고 고통 속에 성장하는 것.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매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리라'는 저자의 말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 박힌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를 뛰어넘고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여행 등 여행에 따르는 수식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수식이라도 좋다. 분명 여행은 우리를 그 이전의 삶과는 다른 곳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노란 밀밭과 해바라기 꽃밭 끝없이 펼쳐진 들 가운데로 호젓이 난 길을 통해 사람들이 걷고 또 걷는 풍경이 눈 앞에 자연스레 그려진다. 실제로 우리가 선택하기 힘든 여행 코스라면 책으로나마 떠나 보는 건 어떨까.

한 달간 8백 킬로미터를 걸어 산티아고로 떠나는 여정에 동참해보자. 길 위에서의 생각과 아름다운 이국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있어 더 행복한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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