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배수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3월
품절


톨스토이가 옳았다. 도덕이란 옷처럼 입고 벗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인간이 받아들이는 무거움이다. 진지함이고 열정이다. 세간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느냐 마느냐는 식의 무지하게 단순한 차원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훈련되는 것이고 의지를 필요로 한다. 숭고함을 향해 나가는 의지 그 자체인 것이다. -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7월
구판절판


옥상은 세상 구석구석 숨어 있는 비밀을 내게 누설했다. 요즘 나는, 내가 이 옥상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큰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비밀을 많이 간직한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13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구판절판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연애에 빠져서 설탕물 속을 헤매는 파리가 되기 싫다는 것이었다. 육십 살이 되어도 정글 속의 고릴라와 키스하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진정 그렇게 말할 자신이 있는지 지금도 확신할 수는 없다. 말해 놓은 다음에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다른 언어는 없다. 나는 교진이 양심의 가책 없이 나를 떠날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1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6년 4월
장바구니담기


강의와 실습을 빼먹고 하루종일 가을을 느끼고 돌아온 내가 그 가을의 흔적이 아직 몸에 남아 있을 때, 방에 들어가 먼저 집어드는 음반은 브람스였다. 그중에서도 가을의 흔적을 계속 느끼고 싶을 때 어김없이 선택하는 것이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곡이었다.

내 방은 북향이었다. 낮에도 어두운 것이 좋았지만, 사실 저녁에는 좀 쓸쓸했다. 그래도 그 적적함이 좋았다. 그리고 어두운 방의 친구는 늘 브람스였다. 북유럽의 해가 부족한 곳에서 씌어진 음악... 그것들은 늘 가을이었고 늘 북향이었다. 플레이어 위로 돌아가는 레코드에서 브람스는 가을을 노래했다. 클라리넷으로.-4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남일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5월
장바구니담기


시계 바늘을 돌릴 수는 없다. 책은 어쨌든 많이 읽을 수밖에 없고,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좋을 것이다. 게다가 답답한 아파트 골방에서 소리내어 책을 읽어봐야 대개 김만 빠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가끔은, 봄비가 촉촉히 내리거나 낮잠 한잠 잘 자고 일어난 어느 휴일 오후 같은 때, 좋은 시잡 한 권을 골라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은 어떨지... 그러노라면 어느 순간 문득 맑은 목소리로 소리내어 책을 읽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물감처럼 번져올지도 모른다.-11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