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노인의 말대로 매일 한결같이 솟아올랐다. 오후 3시반 언제나 같은 시각이 였다. 겨울은 나날이 깊어갔고 강한 바람과 눈이 짐승들을 감싸고 있었다. 눈이 내려와 옅게 흐린 오후, 나는 오랜만에 문지기의 집을 방문해 봤다. 문지기는 큰 철제스토브의 앞에 앉아 구두를 벋고 발을 데우고 있었다. 스토브 위에 놓여진 주전자의 수증기와 값싼 파이프담배의 향기가 방안의 공기를 뿌옇게 만들고 있다. 큰 나무탁자위에는 숫돌과 함께 몇개인가의 손도끼가 늘어서 있었다.





'야아' 라고 문지기는 말했다. 문지기는 나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너의 그림자는 건강하게 있어 매일 1시간은 산책도 하고 있고 식욕에 있어서도 좋은 편이야 한번 만나보겠어?'



'만나고 싶어요'



그림자가 살고 있는 곳은 거리와 밖의 세계의 중간지점에 있었다.



나는 밖의 세계에 들어갈 수없고 그림자는 거리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림자의 광장'은 그림자를 잃었던 사람과 사람을 잃었던 그림자가 만나는 유일한 장소이다. 문지기의 집의 뒷문으로 빠져나오면 그림자의 광장이였다. 그다지 넓지는 않았다. 모양은 정확히 정방형이고 뒷면은 벽을 이용했고 양측에는 높은 판자를 세웠다. 한 쪽에는 오래된 느릅나무가 있고 나의 그림자는 그 옆의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에는 지하실에 내려가서 잔다' 라고 문지기는 나에 말했다.



'지하실에는 제대로 된 침대도 있고 변소도 있지 보여줄까?'



'아니요 나중에 보죠' 라고 나는 말했다. '우선 그림자와 말해 보고 싶어요'



'좋을 데로, 좋을 데로, 그러나 달라붙는 것은 안돼 달라붙으면 또 떼야되니까'



나는 긍정하고 포켓에 손을 넣은 채, 혼자서 그림자가 앉은 벤치에 가까이 갔다.



'이봐' 라고 나는 말했다.



'응' 이라고 그림자는 힘없이 대답했다.



'건강은?'



'덕분에 괜찮아' 라고 그림자는 말했지만 그 소리에 살결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의 자세로 멍하니 그림자의 앞에 서있었다. 자신의 그림자와 말한다 라는 것은 뭔가 기묘한 일이다.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니?'



'보통 밖에 나와있어'



'무슨 운동이라도 하나?'



'운동? 설마, 문지기가 짐승을 태우는 것을 도와주지' 그림자는 뒷문에 앉아 파이프를 닦고 있는 문지기의 쪽을 가리켰다. '짐승도 가엾지 점점 죽어가니'



'몇마리 태웠지'



'이제까지 전부? 셀수없을 정도야'



'오늘은?'



'세마리' 그림자는 벽을 향해서 아직 연기가 나고 있는 검은재를 바라보고 나서 손가락을 3개 들어보였다. '나이든 것이 2마리, 젊은 것이 1마리'



'괴로운 일이군'



'그렇지'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하지않으면 안될 일이야'



나는 긍정했다. '다른 그림자도 살고 있니?'



'이곳에?'



'응'



그림자는 아무도 없는 공터를 가리키며 '나 혼자뿐이야'



'모두 어떻게 됐지?'



'모두 죽어버렸어. 내가 남아 있을 뿐이야.' 그림자는 무릅위에 손을 모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도 곧 죽어'



'죽어? 왜?'



'이유쯤이야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나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고 그림자는 목소리를 낮췄다. '너와 내가 다시 하나가 되어 이곳을 빠져나가는 거야,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래?'



차가운 계절풍이 느릅나무 위에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몸의 골수까지 들어와 버리는 듯할 정도의 습기를 가득 담은 바람이였다. 몇달인가 뒤의 완연한 겨울에 어느 정도의 추위가 찾아올까 나는 예상도 할수 없었다.



'지금이 마지막 찬스야, 나에게 있어 너와 떨어진 이후 점점 몸이 약해져 가고 있어. 이곳의 공기는 나에게는 맞지않거든, 겁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너도 일생동안 이 거리를 나갈 수 없어 알고 있겠지?'



나는 침묵한 채 긍정했다.



'일생이야. 이 거리에서의 일생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을까 한번 잘 생각해봐'



'생각해 볼께' 라고 나는 말했다. '너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이 거리에서 어째선지 아직 남은 일이 있어'





그림자는 다시 한번 지면(地面)까지 긴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만나러 와주어서 고마워. 왠지 다시 너의 몸속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그의 몸을 코트의 옷자락에 매달아둔 채 공터를 빠져나와 나는 문지기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밤도 눈이 올거야'



문지기는 스토브 앞에 앉은 채, 나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눈이 내리기 전에는 손바닥이 가렵고는 하지. 10Cm는 내리겠어 또 짐승이 많이 죽겠군' 나는 테이불의 옆에 앉았다. 손도끼는 내가 없는 사이에 갈아서 기분 나쁜 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조심해. 닿기만 해도 잘리니까' 문지기는 거만하게 말했다.



'그 옛날은 이 거리도 칼 제품 등으로 유명했지 알고 있어?'



'아니요'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좋은 돌도 캣었지. 그러나 모두 옛날 이야기야'



'짐승을 태우는 것은 어떤 기분이지요'



'기분따위, 특별히 어느 쪽인가 규정할수 없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의 반복이니까, 봄에는 새끼들이 태어난다. 겨울에 약한 것이나 나이든 것이 죽는다. 그것이 계속 이어져가는 것이지. 도대체 내가 어떤 기분이 들면 좋겠어?' 문지기는 탁탁 소리를 내며 튀는 스토브의 불꽃에 손을 데웠다. '육체는 혼이 사는 신전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 그러나 이상한 것은, 나처럼 죽은 것만 보고 있으면 혼조차도 기름을 뿌려 불을 붙히면 육체와 함께 타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고방식이 벽에 대해서는 반역이라고 생각되지않니?'



'모르겠군요.'



'제대로 말해본 것뿐이야, 신경쓰지 말아줘' 문지기는 이렇게 말하고 웃으며 언제나처럼 나이프를 꺼내고 손톱 끝을 자르기 시작했다. '나는 벽을 비판할 뜻은 없어. 그럴 이유도 없지.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니까. 문을 지키는 것이 내 일이지.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밖이던 내겐 관계없는 일이야. 아마 너에게도'



나는 침묵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거야. 너의 그림자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나는 알아, 그러나 괴로운 일은 생각하지 않는 쪽이 좋아. 내가 살아있는한 이 문에서 누구하나 나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생각해보죠'



내가 작은 방을 나왔을 때도 덩치 큰 문지기는 스토브 앞에서 몸을 굽히듯 한채 손톱을 깎고 있었다. 문이 있는 벽에는 오래된 뿔피리가 걸려 있었다.



동쪽 하늘에는 문지기가 말했듯이 눈을 담은 어두운 구름이 지평선 가득히 펼쳐져 있었다. 10CM의 눈, 짐승을 위해 준비된 두터운 죽음의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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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끝을 내려오는 강은 지금은 색이 칠해진 東門의 가장자리에서 벽의 아래를 지나 그 모습을 우리 앞에 들어내고 거리의 중앙을 남과 북으로 나누듯이 일직선으로 흘러 나의 관사 앞 부근, 서쪽다리를 넘어서 급히 방향을 좌로 바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남쪽벽의 조금 앞으로 웅덩이를 만들어, 수저(水底)의 석회동굴로 거대한 소리를 내며 흘러들어갔다.





벽너머로 석회암의 황무지 아래에는, 그런 무수한 지하수맥이 펼쳐져 있다는 말이 있다. 이같은 암흑의 수맥에서 나온 듯한 이상한 모습의 거대한 물고기가 강변에 올라오는 일도 있다. 이런 물고기들은 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태양아래서 정말 지독한 썩는 냄새를 냈다.





그것을 제외하면 강의 흐름은 아름답고 깨끗했다. 원형으로 둘러쌓인 긴 벽과 그것을 가로지르는 강은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며 거리를 규정하고 있었다. 강변에서 다양한 계절의 꽃이 피고 길에서 듣기좋은 물소리를 들으며 웅덩이는 어디까지라도 비칠 듯한 맑은 물이 깊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리에 있어서 귀중한 수원(水原)이였다. 실제 강물은 내가 이제까지 마셨던 물보다 맛있었다. 어느 정도의 건조한 여름에도 그 흐름은 끊이지 않았고



'동쪽숲'을 끼고 공장지대의 동쪽에 풍부한 용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숲은 그 흐름에 아름다운 풍경을 더해 주고 있었지만 그안에도 옛다리의 아래를 지나치듯 동서(東西)에 펼쳐진 작은 중주(中洲)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였다. 나는 중주(中洲)의 벤치에 앉아 짐승들이 늘어서서 물을 먹는 모습을 하루종일 바라보곤 했다.





남쪽 벽의 가까이에 있는 웅덩이를 어떻게 해서든 보고 싶었지만 나는 계속 바램만 품고 있었다. 어느 흐린 오후 너를 산책에 끌어 들였을 때, 나는 그곳에 가려했다.



'웅덩이의 가까이에는 가고 싶지않아요' 라고 너는 말했다.' 그곳은 아주 위험한 곳이예요. 많은 사람이 그곳에 빨려 들어갔어요'



'주의 하면 조금도 위험하지않아'



너는 머리를 저었다. '당신은 모르는군요. 물이라는 것은 사람을 불러들여요.'



'그러면 가까이 가지않고 멀리서 바라볼께. 어떻게든 보고싶어'





우리들은 남쭉벽으로 걸었다. 얼어붙은 눈은 둘의 발아래에서 바싹바싹 소리를 냈다. 짐승들 몇마리인가가 하얀 입김을 내면서 우리를 지나쳐 갔다. 그들은 한 걸음마다 그 여윈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나무잎과 몸을 쉴수있는 검은 대지를 찾아 걷고 있었다. 그들의 황금색의 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치 눈에 물들듯이 하얗게 변해갔다. 남쪽언덕을 오를 때에는 이미 짐승의 모습은 없고 길도 거기서 끝나있었다. 우리들이 인적없는 마른 들판이나 發屋의 集落을 가로지르며 나가는 사이에 웅덩이의 물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이제까지 들어본 어떤 소리와도 달랐다. 소용돌이의 소리도 아니였고 땅의 울림도 아니였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목구멍에서 뱉어놓는 한숨과 비슷했다. 그 소리는 어떤 때는 낮게 되고 어떤 때는 높게되고 또 단속적으로 끊어져 무언가에 숨이 막힌듯 혼란스러웠다.



'마치 누구에게 말을 거는 것같아'



너는 외면할 뿐 아무말하지않고 장갑을 낀 양손으로 수풀을 걷으면 계속 걸었다.



'옛날보다 훨씬 길이 나빠졌어요. 돌아가는 편이 좋을지 몰라요'



'그러나 모처럼 왔는데 이제 조금 더가보자'



기복이 심한 수없는 수풀 속을 물소리에 이끌리듯 10분정도 걸어 가자 갑자기 앞이 열렸다. 긴 수풀은 그곳에서 끝나고 평탄한 초원이 강을 따라 우리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 강은, 내가 거리속에서 보고있던 것과 같은 강으로는 어쩐지 생각되지않았다. 듣기좋은 소리를 내던 아름다운 흐름은 이곳에 없었다. 마지막 커브를 돌아서 강은 왠지 급히 꺾이고 그 색을 짙은 푸른색으로 바뀌면서 마치 작은 동물을 삼킨 뱀처럼 이곳에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가까이 가지말죠.' 라고는 너는 나의 팔을 잡았다. '표면은 물결하나 없지만 아래쪽은 무섭게 소용돌이치고 있어요. 한번 끌려들어가면 마지막이에요. 두번다시 올라올수는 없어요.'



'어느 정도 깊을까?'



'상상도 할수없을 정도예요. 이야기에 의하면 아주 옛날 이교도(異敎徒)를 이곳에 던졌다지만 ....'



'던지면 어떻게 됐지?'



'누구도 떠오르지않았어요. 웅덩이의 아래에는 몇개나 되는 구멍이 뚫려있어 그곳에 빨려들어가버리니까요' 그녀는 몸을 떠는 듯 어깨를 치켜세웠다 '나에게 어느쪽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화염을 선택하겠어요'



거대한 웅덩이의 숨결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것은 땅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고민의 신음소리 같았다. 너는 손바닥 만큼의 크기의 나무조각을 바라보고 웅덩이 한가운대를 향해 던졌다. 나무조각은 5초정도 잔잔한 수면에 떠서 있었지만 갑자기 몇번인가 작은 조각으로 나눠지고 나서 마치 무엇인가에 끌려가버리듯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은 두번다시 떠올라오지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닥쪽은 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어요. 그것을 알겠죠'





우리들은 웅덩이에서 20m정도 떨어진 초원에 앉아서 주머니에 넣어온 빵을 꺼냈다.



멀리서 떨어져서 보는 한, 주위의 풍경은 평화로운 것이였다. 여기저기 눈덩어리를 남겨놓은 들판이 넓었으며 그 한가운데에 물결하나없는 거울같은 수면의 웅덩이가 있었다. 강쪽에는 석회암의 절벽이 서있고 남쪽에는 벽이 검게 높이 솟아있었다.



웅덩이의 숨결을 제외하면 주위에는 어떤 소리도 나지않았다. '이곳에 오는 것같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외에는 누구도 없어요?' 라고 너는 말했다. '이제 만족해요?'



나는 위를 향해 침전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녹은 눈때문에 지면은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그래도 대지의 향기는 마음에 들었다. 몇마리인가의 겨울새가 수풀에서 날아올라 벽을 넘어, 남쪽하늘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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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노인이 나에게, 나의 그림자의 상태가 나쁜 것 같다라고 알려주었다.



'얼핏 귀에 들은 것이야' 라고 노인은 말했다. '산보하러 문지기 집까지 가봤어.



너의 그림자도 만났지'



'어떤 상태였어요?'



'건강이 좋지않았어, 먹은 것은 다 토해버렸데 지하의 침대에서 3일이나 잠들어



있는듯 했어. 너를 만나고 싶어하고 있어'





나는 저녁까지 기다려 벽밖으로 짐승을 태우는 검은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고 나서 문지기의 작은 집에 갔다.



안내판은 부재중이라고 되어있어서 나는 쉽게 방에 들어갔고 안에서 빗장을 걸고 지하실의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은 차가웠고 주위에는 환자가 있는 방 특유의 냄새를 띠고 있었다. 천정은 금속의 덮개를 단 전구가 하나 달려있을 뿐이였다.



나는 침대의 곁에 작은 의자에 않아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천정을 바라보는듯 천천히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호흡을 쉬는 사이에 열로 건조해진 입술이 조금씩 떨렸다.



'어떻게 된거지?'



'길지는 않을 꺼야. 기껏해봐야 앞으로 10일 정도' 그림자는 말했다.



'무슨 병이지?'



'뭐래도 상관없어. 병명따위 네가 쉽게 붙여도 좋아. 이제 나는 사과나무아래에서 기분좋게 잠들겠지' 나는 한숨을 쉬고 머리를 저었다.' 일주일만 기다릴꺼야'



그림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기침을 했다. '일주일 동안 너는 해야할 일은 빨리 정리해 그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아마 나는 타버릴거야'



'이 곳을 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나는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방법이 없지.... 그러나 나에게는 생각이있어.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해낼꺼야. 나와 네가 다시 하나가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할 계획이지'



'지금은 말할 수 없어. 그러나 안심해 나를 도와줘'



나는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했다. '결심이 서지않아'



'여자때문인가?'



'그것도 있고' 라고 나는 말했다. '게다가 어느 쪽이 옳을 지 나는 모르겠어'



'나는 밖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는 나아. 이곳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이 세계보다도...'



그림자는 벼게에 머리를 묻은 채 약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좋아 그것은 네가 결정할 일이야, 죽음의 공포는 없어. 너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결정했을 때는 너무 늦어, 내가 죽어버린 뒤지'



'생각해 볼께'



'이 거리에는 실체란 것이 없어 알겠어? 무엇인가가 캠버스 위를 선으로 갈라놓은 것뿐이야, 해가 저물면 유원지는 문을 닫지 그것뿐이야'



'너의 말은 알겠어 그러나 확증이 없어'



'확증? 너도 특이한 남자야' 라고 말하며 그림자는 힘주어 웃었다.



'어쨌든 생각해 볼께' 라고 나는 다시 말했다.





그림자는 가만히 천정을 향한 채 '좋아, 그러나 일주일뿐이야, 결심이되면 오늘과 같은 시간에 이곳으로 와줘'





작은 방을 나와서 석양이 가까워지는 강변길을 나는 걸었다. 서쪽다리위에 나는 몇마리인가의 짐승의 무리와 스쳐지났다. 그들이 뒤로 사라져 버린 뒤에도 보도에 그들이 두드렸던 발자국소리는 언제까지라도 나의 귀를 떠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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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양의 오랜 꿈을 정리하고 닦아서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 도대체 거리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전혀 예상할수 없었다. 분류카드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면 꿈의 내용을 기록할 이유도 없다. 그 '꿈'의 하나하나가 나의 머리속에 희미하게 축적되어 갈뿐이였다. '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렵다. 거북이와 아킬래스의 경주처럼 무섭게 우리들의 말은 영원토록 그 꿈의 세계를 따라잡는 일은 할 수 없겠지, 그곳에서는 시간의 관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연속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는 역행하고 어떤 이미지는 하나의 장소에 매여 있고 어떤 이미지는 결국 폭발하여 사라진다. 어떤 이미지는 이상하리만큼 선명하였고 어떤 이미지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그것들의 이미지는 만화경속에 코끼리처럼 실체화되고 빛과 함께 날아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인가의 의미나 방향성을 읽어낼 수 없었다.



내가 이것으로 부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없는 슬픔과 그 어둠뿐이였다. 그러나 무엇이 그만큼 슬프고 무엇이 그만큼 어두운 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모습과 여러색을 한 오랜 꿈을 손바닥으로 데우며 그 꿈의 세계를 계속 쫓아갔다. 그리고 몇달인가의 그런 작업끝에, 나는 간신히 그들의 떨림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들은 확실히 무엇인가의 메세지를 내게 계속 보내고 있었다.



나는 날이 갈수록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귓가에 느끼게 되었다. 마치 알수없는 어둠의 지옥에서 닫혀버린 영혼의 부름처럼, 그 울음소리는 나의 마음을 계속 흔들어 왔다. 그러나 나에게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일까? 그 말의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에게?



'그림자가 죽어 가고 있어.' 나는 그런 오랜 꿈의 하나를 서고의 책장에 돌려 놓으면서 너에게 그렇게 말해봤다.



'조금 쉬세요.' 라고 너는 말했다.



우리들은 스토브의 앞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너는 카운터의 찬장에서 사과과자를 꺼내어 둘로 나누었다.



'그렇게 상황이 나빠요?'



'열흘을 못넘길것같아.'



우리들은 스토브를 향해 마주 보고 있었다.



스토브의 불꽃이 너의 얼굴을 붉게 비치고 있었다.



'어두운 마음은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죽어요.'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신의 기분도 알아요. 20년이상 계속 함께 살아온 친구이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죽일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잘 알아요'



나는 사과과자를 하나 먹고 손가락에 묻은 가루를 털었다.



'그러나 체념하는 쪽이 좋아요. 조금 지나보면 반드시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될꺼예요. 왜 지금까지 그런 일로 열심히 고민했을까 라고요. 당신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될때까지 나도 가능한한 도울께요'



나는 커피잔을 손에 든채 가만히 스토브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한 나는 언제까지라도 당신의 곁에 있어요'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 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서고로 들어가 한손으로 문을 닫고 불을 賨다.



'어두워요'



'곧 밝게 돼'



나는 더듬어 책장 위의 오래된 꿈하나를 손에 쥐고, 먼지를 털어내고 양손으로 안은 채, 마음을 집중하여 그것을 데웠다. 오래된 꿈이 열을 받기시작하자 그 중심부터 희미한 빛을 내기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책장위에 돌려놓았다. 너와 둘이 이 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의 손안에서 너의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밝은 오랜지색의 빛은 간신히 깜빡거리면서 책장으로 부터 넘쳐흐르고 있었고, 누구하나 들을 수 없는 그 오랜 꿈을 계속 말했다. 충분하리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시간의 지남에 따라 빛은 약해졌고 결국에는 불확실한 흔들림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방은 암흑이 돌아왔다.



'아주 아름다왔어요'라고 너는 말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나는 암흑속에서 너의 어깨를 단단히 안은 채, 너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아름답다' 라고 나도 생각했다. 마치 옛날 크리스마스트리의 추억처럼...



암흑속에서 나는 말을 잃고 있었다. 너의 입술에는 사과과자의 향기가 났다. 너의 부드러운 앞머리는 이마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너의 따뜻한 숨결이 나의 얼굴에 느껴졌다. 너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말은 마치 손에 쥔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부터 흐를 뿐인데...



암흑속에서 나는 너를 생각했고, 그림자를 생각했다. 조잡한 스웨터와 조잡한 스커트에 둘러쌓인 너를 생각하고 차가운 지하실의 침대에 누워있을 내 그림자를 생각했다.





눈을 떳을 때, 방은 이상한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믿기어려운 광경이였다. 방속의 수천의 오랜 꿈이 서로 호응하듯이 깊은 잠에서 깨어, 무수한 빛으로 우리를향해 그 영원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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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오랜 꿈은 깨어나고 있었다. '있을 수 없어요 이런 일은...' 너는 방심했었던 듯 이렇게 말했다. 그대로 였다. 오랜 꿈은 모든 것을 빼앗긴 존재였다. 그들은 소리를 빼앗겼던 말이고 빛을 빼앗겼던 눈이고 꿈을 빼았겼던 잠이였다.



'있을 수없어요'



어쩌면 우리들은 서고의 깊은 어둠속에서 같은 환상을 보고있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러나 만약 환상이라고 하여도 그것은 방속의 오랜꿈들이 마지막 힘을 모아 우리앞에 보여 준 환상이였다.



그들과 함께 나는 지표에 난 깊은 구멍을 내려갔다. 그곳은 뭔가 빼먹어버린, 잃어버던 장소였다. 강물은 마르고 언덕은 무너지고 빛은 약했다.



그곳에는 별도 달도 없고, 지하로 부터 희미한 빛이 주위의 풍경의 윤곽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속을 수천의 오랜 꿈이 앞서서 우리를 이끌고 있었다. 나는 좁은 길을 발을 헛딛지 않도록 천천히 계속 걸었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언덕길을 끝없는 군대의 대열이, 내가 나가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어깨 위에는 머리가 없었다. 그리고 검은 구멍사이 어깨의 한가운대 부터 그들은 호흡을 하는 것처럼 하얀 입김이 단속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오랜 꿈은 똑바로 길의 위로 계속나아갔다. 나가는 사이에 계절은 변하고 해가 바뀌었다. 언제까지라도 어둠만이 균등했다. 군인 중 몇몇이 나를 불렀다. 그들은 몸의 구멍에서 콜록콜록 소리를 내며 나를 불렀다.



나는 혼자였다. 나는 너를 잃고 말았다. 나는 걸으면서 큰 소리로 너의 이름을 부를 뿐 대답은 없었다. 군인들의 콜록거리는 소리가 비웃듯이 반복해서 들려올 뿐이였다.오랜 꿈은 계속 나아갔다.



'기다려줘' 나는 불렀다. '그녀를 기다리지 않으면 안돼'



오랜 꿈들은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않고 한없는 그 깜박거림을 반복할 뿐이였다.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였다. 이곳은 그들의 나라였다. 나의 발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랜 꿈의 뒤를 계속 쫓았다. 길가에는 여러가지 캐릭터가 늘어서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였다. 죽은 10마리의 고양이들은 그 털빛을 그대로 단단히 굳은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서진 색바랜 완구는 흙속에 묻힌 채 그 팔을 허공에 내놓고 있었다. 오랜 스포츠셔츠는 언젠가 담배의 불에 탄 자국을 한 채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길을 나아감에 따라 시간은 바뀌었다. 갑자기 나의 눈은 움푹 패이고 머리는 빠지고 이빨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몸에는 주름이 나타났고 호흡을 한번 하기위해서 나는 온몸을 흔들지않으면 안되었다.



'그만해줘' 라고 나는 외쳤다. '부탁이야 이제 그만해'



그래도 오랜 꿈은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길은 갑자기 끝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텅빈 바위 위에 서있었다. 주위에는 이미 물은 없고 부대들의 모습도 없었다. 마치 깊은 우물의 바닥에 떨어진 듯 했다. 천정은 무한히 높고 그 안의 암흑속에 핀으로 뚫은 정도의 하얀 구멍이 열려 있었다. 그것은 태양의 빛이었다.



세상속에서 태양빛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해?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은 소금의 결정이되어 땅에 떨어지고 바위의 위에 쌓였다. 그 때 오랜 꿈은 하나씩 하나씩 다 타버린 듯 빛을 잃어 갔다. 그들은 빛을 잃자마자 깃털처럼 지면에 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의 빛이 숨쉬기 힘든 듯 허공으로 사라졌을 때 주위는 칠흙같은 어둠에 빠졌다. 천정의 하얀빛도 이미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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