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노인의 말대로 매일 한결같이 솟아올랐다. 오후 3시반 언제나 같은 시각이 였다. 겨울은 나날이 깊어갔고 강한 바람과 눈이 짐승들을 감싸고 있었다. 눈이 내려와 옅게 흐린 오후, 나는 오랜만에 문지기의 집을 방문해 봤다. 문지기는 큰 철제스토브의 앞에 앉아 구두를 벋고 발을 데우고 있었다. 스토브 위에 놓여진 주전자의 수증기와 값싼 파이프담배의 향기가 방안의 공기를 뿌옇게 만들고 있다. 큰 나무탁자위에는 숫돌과 함께 몇개인가의 손도끼가 늘어서 있었다.





'야아' 라고 문지기는 말했다. 문지기는 나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너의 그림자는 건강하게 있어 매일 1시간은 산책도 하고 있고 식욕에 있어서도 좋은 편이야 한번 만나보겠어?'



'만나고 싶어요'



그림자가 살고 있는 곳은 거리와 밖의 세계의 중간지점에 있었다.



나는 밖의 세계에 들어갈 수없고 그림자는 거리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림자의 광장'은 그림자를 잃었던 사람과 사람을 잃었던 그림자가 만나는 유일한 장소이다. 문지기의 집의 뒷문으로 빠져나오면 그림자의 광장이였다. 그다지 넓지는 않았다. 모양은 정확히 정방형이고 뒷면은 벽을 이용했고 양측에는 높은 판자를 세웠다. 한 쪽에는 오래된 느릅나무가 있고 나의 그림자는 그 옆의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에는 지하실에 내려가서 잔다' 라고 문지기는 나에 말했다.



'지하실에는 제대로 된 침대도 있고 변소도 있지 보여줄까?'



'아니요 나중에 보죠' 라고 나는 말했다. '우선 그림자와 말해 보고 싶어요'



'좋을 데로, 좋을 데로, 그러나 달라붙는 것은 안돼 달라붙으면 또 떼야되니까'



나는 긍정하고 포켓에 손을 넣은 채, 혼자서 그림자가 앉은 벤치에 가까이 갔다.



'이봐' 라고 나는 말했다.



'응' 이라고 그림자는 힘없이 대답했다.



'건강은?'



'덕분에 괜찮아' 라고 그림자는 말했지만 그 소리에 살결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의 자세로 멍하니 그림자의 앞에 서있었다. 자신의 그림자와 말한다 라는 것은 뭔가 기묘한 일이다.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니?'



'보통 밖에 나와있어'



'무슨 운동이라도 하나?'



'운동? 설마, 문지기가 짐승을 태우는 것을 도와주지' 그림자는 뒷문에 앉아 파이프를 닦고 있는 문지기의 쪽을 가리켰다. '짐승도 가엾지 점점 죽어가니'



'몇마리 태웠지'



'이제까지 전부? 셀수없을 정도야'



'오늘은?'



'세마리' 그림자는 벽을 향해서 아직 연기가 나고 있는 검은재를 바라보고 나서 손가락을 3개 들어보였다. '나이든 것이 2마리, 젊은 것이 1마리'



'괴로운 일이군'



'그렇지'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하지않으면 안될 일이야'



나는 긍정했다. '다른 그림자도 살고 있니?'



'이곳에?'



'응'



그림자는 아무도 없는 공터를 가리키며 '나 혼자뿐이야'



'모두 어떻게 됐지?'



'모두 죽어버렸어. 내가 남아 있을 뿐이야.' 그림자는 무릅위에 손을 모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도 곧 죽어'



'죽어? 왜?'



'이유쯤이야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나는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고 그림자는 목소리를 낮췄다. '너와 내가 다시 하나가 되어 이곳을 빠져나가는 거야,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래?'



차가운 계절풍이 느릅나무 위에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몸의 골수까지 들어와 버리는 듯할 정도의 습기를 가득 담은 바람이였다. 몇달인가 뒤의 완연한 겨울에 어느 정도의 추위가 찾아올까 나는 예상도 할수 없었다.



'지금이 마지막 찬스야, 나에게 있어 너와 떨어진 이후 점점 몸이 약해져 가고 있어. 이곳의 공기는 나에게는 맞지않거든, 겁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너도 일생동안 이 거리를 나갈 수 없어 알고 있겠지?'



나는 침묵한 채 긍정했다.



'일생이야. 이 거리에서의 일생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을까 한번 잘 생각해봐'



'생각해 볼께' 라고 나는 말했다. '너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이 거리에서 어째선지 아직 남은 일이 있어'





그림자는 다시 한번 지면(地面)까지 긴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만나러 와주어서 고마워. 왠지 다시 너의 몸속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그의 몸을 코트의 옷자락에 매달아둔 채 공터를 빠져나와 나는 문지기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밤도 눈이 올거야'



문지기는 스토브 앞에 앉은 채, 나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눈이 내리기 전에는 손바닥이 가렵고는 하지. 10Cm는 내리겠어 또 짐승이 많이 죽겠군' 나는 테이불의 옆에 앉았다. 손도끼는 내가 없는 사이에 갈아서 기분 나쁜 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조심해. 닿기만 해도 잘리니까' 문지기는 거만하게 말했다.



'그 옛날은 이 거리도 칼 제품 등으로 유명했지 알고 있어?'



'아니요'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좋은 돌도 캣었지. 그러나 모두 옛날 이야기야'



'짐승을 태우는 것은 어떤 기분이지요'



'기분따위, 특별히 어느 쪽인가 규정할수 없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의 반복이니까, 봄에는 새끼들이 태어난다. 겨울에 약한 것이나 나이든 것이 죽는다. 그것이 계속 이어져가는 것이지. 도대체 내가 어떤 기분이 들면 좋겠어?' 문지기는 탁탁 소리를 내며 튀는 스토브의 불꽃에 손을 데웠다. '육체는 혼이 사는 신전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 그러나 이상한 것은, 나처럼 죽은 것만 보고 있으면 혼조차도 기름을 뿌려 불을 붙히면 육체와 함께 타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고방식이 벽에 대해서는 반역이라고 생각되지않니?'



'모르겠군요.'



'제대로 말해본 것뿐이야, 신경쓰지 말아줘' 문지기는 이렇게 말하고 웃으며 언제나처럼 나이프를 꺼내고 손톱 끝을 자르기 시작했다. '나는 벽을 비판할 뜻은 없어. 그럴 이유도 없지.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니까. 문을 지키는 것이 내 일이지.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밖이던 내겐 관계없는 일이야. 아마 너에게도'



나는 침묵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거야. 너의 그림자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나는 알아, 그러나 괴로운 일은 생각하지 않는 쪽이 좋아. 내가 살아있는한 이 문에서 누구하나 나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생각해보죠'



내가 작은 방을 나왔을 때도 덩치 큰 문지기는 스토브 앞에서 몸을 굽히듯 한채 손톱을 깎고 있었다. 문이 있는 벽에는 오래된 뿔피리가 걸려 있었다.



동쪽 하늘에는 문지기가 말했듯이 눈을 담은 어두운 구름이 지평선 가득히 펼쳐져 있었다. 10CM의 눈, 짐승을 위해 준비된 두터운 죽음의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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