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양의 오랜 꿈을 정리하고 닦아서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 도대체 거리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전혀 예상할수 없었다. 분류카드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면 꿈의 내용을 기록할 이유도 없다. 그 '꿈'의 하나하나가 나의 머리속에 희미하게 축적되어 갈뿐이였다. '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렵다. 거북이와 아킬래스의 경주처럼 무섭게 우리들의 말은 영원토록 그 꿈의 세계를 따라잡는 일은 할 수 없겠지, 그곳에서는 시간의 관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연속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는 역행하고 어떤 이미지는 하나의 장소에 매여 있고 어떤 이미지는 결국 폭발하여 사라진다. 어떤 이미지는 이상하리만큼 선명하였고 어떤 이미지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그것들의 이미지는 만화경속에 코끼리처럼 실체화되고 빛과 함께 날아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인가의 의미나 방향성을 읽어낼 수 없었다.



내가 이것으로 부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없는 슬픔과 그 어둠뿐이였다. 그러나 무엇이 그만큼 슬프고 무엇이 그만큼 어두운 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모습과 여러색을 한 오랜 꿈을 손바닥으로 데우며 그 꿈의 세계를 계속 쫓아갔다. 그리고 몇달인가의 그런 작업끝에, 나는 간신히 그들의 떨림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들은 확실히 무엇인가의 메세지를 내게 계속 보내고 있었다.



나는 날이 갈수록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귓가에 느끼게 되었다. 마치 알수없는 어둠의 지옥에서 닫혀버린 영혼의 부름처럼, 그 울음소리는 나의 마음을 계속 흔들어 왔다. 그러나 나에게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일까? 그 말의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에게?



'그림자가 죽어 가고 있어.' 나는 그런 오랜 꿈의 하나를 서고의 책장에 돌려 놓으면서 너에게 그렇게 말해봤다.



'조금 쉬세요.' 라고 너는 말했다.



우리들은 스토브의 앞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너는 카운터의 찬장에서 사과과자를 꺼내어 둘로 나누었다.



'그렇게 상황이 나빠요?'



'열흘을 못넘길것같아.'



우리들은 스토브를 향해 마주 보고 있었다.



스토브의 불꽃이 너의 얼굴을 붉게 비치고 있었다.



'어두운 마음은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죽어요.'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신의 기분도 알아요. 20년이상 계속 함께 살아온 친구이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죽일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잘 알아요'



나는 사과과자를 하나 먹고 손가락에 묻은 가루를 털었다.



'그러나 체념하는 쪽이 좋아요. 조금 지나보면 반드시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될꺼예요. 왜 지금까지 그런 일로 열심히 고민했을까 라고요. 당신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될때까지 나도 가능한한 도울께요'



나는 커피잔을 손에 든채 가만히 스토브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한 나는 언제까지라도 당신의 곁에 있어요'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 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서고로 들어가 한손으로 문을 닫고 불을 賨다.



'어두워요'



'곧 밝게 돼'



나는 더듬어 책장 위의 오래된 꿈하나를 손에 쥐고, 먼지를 털어내고 양손으로 안은 채, 마음을 집중하여 그것을 데웠다. 오래된 꿈이 열을 받기시작하자 그 중심부터 희미한 빛을 내기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책장위에 돌려놓았다. 너와 둘이 이 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의 손안에서 너의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밝은 오랜지색의 빛은 간신히 깜빡거리면서 책장으로 부터 넘쳐흐르고 있었고, 누구하나 들을 수 없는 그 오랜 꿈을 계속 말했다. 충분하리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시간의 지남에 따라 빛은 약해졌고 결국에는 불확실한 흔들림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방은 암흑이 돌아왔다.



'아주 아름다왔어요'라고 너는 말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나는 암흑속에서 너의 어깨를 단단히 안은 채, 너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아름답다' 라고 나도 생각했다. 마치 옛날 크리스마스트리의 추억처럼...



암흑속에서 나는 말을 잃고 있었다. 너의 입술에는 사과과자의 향기가 났다. 너의 부드러운 앞머리는 이마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너의 따뜻한 숨결이 나의 얼굴에 느껴졌다. 너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말은 마치 손에 쥔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부터 흐를 뿐인데...



암흑속에서 나는 너를 생각했고, 그림자를 생각했다. 조잡한 스웨터와 조잡한 스커트에 둘러쌓인 너를 생각하고 차가운 지하실의 침대에 누워있을 내 그림자를 생각했다.





눈을 떳을 때, 방은 이상한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믿기어려운 광경이였다. 방속의 수천의 오랜 꿈이 서로 호응하듯이 깊은 잠에서 깨어, 무수한 빛으로 우리를향해 그 영원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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