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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지금 기억하기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내 미발표작을 어느 사이트에선가 번역해 놓은 글을 메일함에 퍼 왔다는 것이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하루키의 글인 것인지도..어느 사이트였는지도..이렇게 퍼다 날라도 되는 것인지도..

누군가 보고 잘못된 것이라거나..저작권에 문제가 된다고 알려준다면 즉시 수정,삭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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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쪽은 너무 많고 말을 들어 주는 쪽은 너무 적다.

그 위에 말은 죽는다.

1초 마다 말은 죽어 간다. 도로에서, 지붕 아래서, 황야에서 그리고 역의 대합실에서,

코트의 깃을 세운 채 말은 죽어 간다.


손님 여러분! 열차가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말은 죽어 있다.

가엾게도 말은 묘비조차도 없다. 말은 흙으로 돌아가고 그 위에는 잡초만 무성할뿐이다. 인과응보야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당연한 거지, 녀석은 타인이나 자기자신을 지나치게 이용했어. 마치 시체를 먹는 것처럼 말이지.

그러나 원래 그런 것이 말이다. 누가 그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나도 그런 死者의 대열속에 있다. 그리고 그 시체냄새는 언제까지나 내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체냄새


대학시절 수영수업 때 처음으로 溫水풀에 들어가 봤다. 난생 처음 溫水풀에 들어 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한 물,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자아를 상실했던 물이 나를 희미하게 둘러 싸고 있었다. 뭔가 겉과 속이 역전된 우주 한 가운데 삼켜져 버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주 긴 시간을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이! 거기 학생 우두커니 서있지마! 이곳은 목욕탕이 아니야!

교관이 나를 향해 그렇게 소리쳤다.

그렇다. 이곳은 목욕탕이 아니다. 나는 자아에게 돌아왔다.

내 안에서 과거와 미래가 상념(想念)에 의해서 다시한번 결합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정말로 그 시체냄새가 떠돌고 있었다.


시체냄새에 익숙할 수 있는 인간따위는 구제불능이다. 피부가 터지고 살이 녹아 내리고 내장이 썩은 그곳에 구더기가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그것이 시체냄새다.

도대체 누가 자기자신을 증오하는 것에 익숙할수 있을까? 나는 역대합실에서 스토브를 쬐면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은 여전히 코트의 깃을 세운 채 였다.

당신의 몸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요. 라고 말은 말한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소용없어요. 그 냄새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요 이제 누구도 당신의 일따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요. 모두가 당신을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당신 자신이 스스로를 미워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우리는 그런 경우를 셀수없을 만큼 많이 보아왔어요. 당신만이 예외가 될 이유는 없어요. 확실히 당신의 몸에서는 냄새가 나요.

말.


너는 오래전에 죽었다. 나는 네가 마지막 숨을 쉬는 것을 정확히 보고난 뒤, 땅에 아주 깊은 구멍을 파고 그곳에 너를 묻었다. 그리고 작업화의 바닥으로 地面을 단단히 밟았다. 그러나 10년의 세월 뒤에 말은 살아났다. 마치 귀신처럼 말은 무덤을 열고 어둠과 함께 그 모습을 내 앞에 나타냈다.


無라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라고 말은 내게 말한다. 당신에게 그 이유를 알려 줄 필요는 없겠죠? 깊은 땅속에서 나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당신자신 속의 위선이예요

'저 기다려 줘' 라고 나는 말했다.

나는 무엇하나 이용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단지 그것뿐이다. 확실히 네가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위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외에 나에게서 무엇을 더 바랄 수있을까? 누구도 신앙에서 기적만을 잘라 내어 얻을 수는 없다. 그렇지?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손님여러분! 열차가 왔습니다.

그리고 말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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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거리를 가르쳐 주었다. 18세 여름의 석양, 우리들은 풀의 달콤한 향기를 맡으면서 냇물의 상류로 걷고 있었다. 목적지가 있던 것은 아니였다. 그저 상류로 걸어갈 뿐이였다. 급류를 몇번이나 건너며 맑은 웅덩이의 물고기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둘다 맨발이였다.

맑고 차가운 물이 둘의 발목을 적셨고 냇물 바닥의 모래는 마치 새로 짠 실처럼 부드럽게 발에 다았다. 너는 비닐 쇼울더 백에 힐이 붙은 노란색의 샌들을 넣은 채 나보다 몇 걸음인가 앞을 계속 걷고 있었다.


너의 젖은 다리에는 풀의 가느다란 싹이 빛의 가루처럼 덧붙여져서 오후의 마지막 햇살의 그림자를 수면에 흔들고 있었다. 너는 걷다가 지쳤고 여름 풀속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침묵속에 짙은 어둠이 둘의 몸을 덮어오기시작했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였다. 마치 수천 가닥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이 너의 몸과 나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는 듯 했다. 너의 눈언저리의 움직임이나 입술의 미묘한 떨림조차도 내 마음을 견딜 수 없게 흔들었다.


우리에게 이름은 없다. 18세의 여름 풀밭위의 추억 그것뿐이였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이름은 없다. 냇물도 이름은 없다. 그것이 우리의 RULE이였다. 우리의 머리 위에 희미한 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별에도 이름은 없었다.

우리는 그런 이름없는 세계의 풀밭 위로 침전해 가고 있었다.


'거리는 높은 벽에 둘러 쌓여 있어' 라고 너는 말했다.

'넓은 거리는 아니지만 숨막힐 만큼 좁지도 않아'

이렇게 하여 거리는 벽을 갖게 되었다. 네가 계속 말했던 거리는 한줄기의 강과 3개의 다리를 갖고 망루와 도서관을, 그리고 버려진 주물공장과 가난한 공동주택을 가지고 있었다. 여름의 석양의 뜨거운 빛속에서 나와 너는 어깨를 움츠리듯 그 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그 벽에 쌓인 거리의 가운데야' 라고 너는 말했다.

'그러나 18년이 걸렸어, 그 거리를 찾는데..... 그리고 진실한 나를 바라보는데'

'그 거리에서 도대체 너는 무엇을 하고 있지?' 라고 나는 물었다.

'도서관에서 일하지' 너는 당당하게 말했다.

'일은 저넉 6시부터 11시까지'

'그곳에 가면 정말 너를 만날 수 있을까?'

'응, 물론 네가 그 거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만약..........'

너는 그 부분에서 입을 다물고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나는 말 못한 너의 이야기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네가 정말로 나를 바란다면 그것이 너의 말이였다. 나는 너를 안았다. 그러나 그 여름 황혼 속에 내가 안았던 것은 그저 너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 너는 벽에 둘러 쌓였던 거리속에 있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사과나무가 자라고 짐승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가난하고 오래된 공동주택에 살며 검은 빵과 사과를 먹으며 살고 있었다. 짐승들은 나뭇잎과 나무 열매를 먹고 긴 겨울에는 그 반수가 굶주림으로 죽었다. 어째서 나는 그 거리에 들어 가고 싶다고 바라게 되었을까


'거리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야' 라고 너는 말했다.

'그리고 나오는 일도'

'어떻게 하면 되지?'

'바램을 가져 지금보다도 더욱 강하게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거리에 살 수 있게 돼. 얼마만큼 긴시간이 걸려도 체념하지 말고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곳에 있을 테니까.

언제까지라도.... 너를 위한 장소도 계속 놓아 둘께'

'나를 위한 장소'

'그래 하나정도 빈 곳이 있어, 너는 그 거리에서 예언자야.'

'예언자?' 나는 웃었다. '나는 예언따위는 할 수 없어'

'아무 예언도 하지 않아도 좋아, 손님을 얻을 필요도 없으니까. 예언자는 도서관의 서고에서 오랜 꿈의 정리를 하는 일만하면 돼. 나도 그일을 도와주지'

'오랜 꿈'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의 팔속에서 너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그러나 이것만은 기억해. 만약 그 곳에서 내가 너를 만난다하여도 나는 너와의 일은 무엇하나 기억할 수 없으니까'

'왜' 라고 나는 물었다.

왜라니? 너는 모르겠어? 지금 네가 안고 있는 것은 그저 나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을, 너자신의 따뜻함이라는 것을 ....

너는 그 벽에 둘러 쌓인 상상의 거리의 속에서 죽었다.

네가 죽은 것은 아침 6시, 거리에는 조의(弔意)의 종이 울리고 사람도 짐승도 그 머리를 숙였다. 너의 뼈는 하얀 천에 쌓여 벽바깥의 묘지에 뭍혀 졌다. 묘지는 언덕위에 있고 그 주위를 사과나무들이 둘러져 있었다. 사과나무는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이 피고 묘지는 바람에 흔들려 그 꽃잎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장례를 치른 것은 너의

그림자일뿐, 너는 어두운 도서관에 계속 살고 있었다.


오랜 꿈이 있는 거리로 돌아가자... 그곳만이 나의 장소이다.


계절은 이미 가을로 접어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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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짐승들의 몸은 빛나는 금색의 털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외뿔은 하얀색이였다. 그들은 차가운 냇가의 흐름에 말굽을 씻고 가을의 붉은 나무의 열매를 찾아다녔다.


멋진 계절이 었다.


나는 서쪽 벽에 덧붙여 세워진 오래된 망루에 서서 오후 5시의 뿔피리소리를 기다린다. 뿔피리소리는 길게 1번, 짧게 3번, 그리고 끝이 난다. 부드러운 피리 소리가 거리모퉁이로 오래된 추억처럼 천천히 지나간다. 소리는 미세한 물방울이 되어, 푸르름을 더해가는 대기(大氣) 속으로 녹아들거나 혹은 낡은 보도블록에 빨려 들어갔다. 뿔피리를 부는것은 수천년 사이를 쉬지않고 반복되온 것이리라. 집집마다 석벽의 틈틈에도, 공원의 담장에 덧붙여만든 작은 돌상에도 그소리는 스며들어 있었다. 시간은 거리에 모퉁이마다 평온하게 고여있었다. 나의 손끝은 그들의 그같은 평온함을 부드럽게 더듬었다.


오후 5시 마치 끝이없는 책의 페이지를 반복하듯 뿔피리가 시간을 알리고 짐승들은 태고의 기억을 향해서 머리를 들었다. 어느 것은 금작화(金雀華)를 씹는 것을 멈추며, 어느 것은 자리에 앉은채 말굽을 툭툭 보도를 두드리던 것을 멈추고, 어느 것은 마지막 햇쌀속의 낮잠을 깨며, 그렇게들 머리를 들었다.


모두는 한순간 조각처럼 정지한다. 움직임이라고 한다면 바람에 날리는 그들의 부드러운 금색의 털, 그것뿐이였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보고있는 것일까. 각자의 생각하는 쪽으로 머리를 굽히고 가만히 우주를 바라보는 체, 짐승들은 조금도 움직임이 없다.

그리고 뿔피리의 소리가 귀를 울린다.


뿔피리의 마지막 소리가 엾어진 석양속에 사라질 때, 그들은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주문(呪文)은 풀리고, 그리고 나서 잠시뒤면 거리에 짐승들의 말굽소리가 울린다. 강물처럼 짐승들의 행렬은 하얀 보도블록 위를 흘렀다. 누군가 선두에 서는 일도 없다. 누군가 대열을 이끄는 것도 아니다. 짐승들은 눈을 내리고 어깨를 조금씩 좌우로 흔들며 그 침묵의 강물을 따라 내려갈 뿐이였다. 그래도 하나하나의 사이에는 눈으로는 볼수없지만 부정할수없는 친밀함으로 이어져 있는 것같았다.


석양이 그들의 위를 빛추고 있었다. 망루에서 내려보면 짐승들의 진행은 마치 전설의 황금의 강물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저기의 길에서부터 한 마리, 두마리씩 나타나서 무리를 이루어 그 수를 늘리는 것처럼 수량(水量)을 증가시키며 거리를 횡단하며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몇번인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 나는 짐승들의 걸음걸이와 빠르기가 엄밀하게 정해져 있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공원을 나오면 부자연하리만큼 좁은 첨탑을 가진 시계탑까지 걷고, 남으로 향해서 옛다리를 건너고 그대로 남으로 향한 운하를 건너 공장거리을 통과하여 동쪽숲으로 나무의 열매를 찾고 있던 일군(一群)을 주워담는다. 다음에 방향을 서쪽으로 향하고 주물공장의 지하도를 지나서, 서쪽의 언덕의 여백에 그 대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늙은 짐승들과 어린 짐승들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북으로 향해 방향을 바꿔 서쪽다리를 건너 문에 다다른다.


문은 정확하게 5분간만 문지기의 손으로 열린다. 두터운 철판으로 종횡으로 두드려져 만든 무거운 문이다. 문지기는 자신의 일에 굉장히 충실한 남자다. 뿔피리를 부는 것도 또한 그의 일이다. 그는 문지기의 집의 앞에서 약 2미터 정도의 높은 전망대에 올라 하늘을 향해서 뿔피리를 불었다. 이상한 광경이다. 이 남자의 도대체 어디에서 이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이 만들어져 나올까라고 나는 생각했다. 짐승들을 전부 통과시키면 그는 전망대에서 내려가 가볍게 문을 닫는다.


문밖에는 짐승들을 위한 장소이다. 짐승들은 그곳에서 자고 교미를 하고 자식을 낳는다. 넓은 땅이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숲이 있고 조그마한 강도 흐르고 있다. 그리고 정말 벽에 둘러쌓여져 있다. 1미터 정도의 낮은 벽이 있지만 짐승들이 그것을 넘을 수는 없다.


그 낮은 벽을 싸고 있는 것은 사과나무뿐이다. 나무들의 기묘한 생명감이 서쪽지역에 머물었고 벽이 그 파도를 막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벽을 나와서 숲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문지기 혼자뿐이였다.


서쪽벽에는 20미터정도의 높이의 망루가 지어져 있다. 망루는 후세에 벽에 덧붙여진 것같았다. 벽돌의 구조는 벽에 비하면 훨씬 약했고 나선형 계단은 여기저기 무너지고 떨어져 있었다. 상부(上部)에는 비를 막기위한 나무로된 지붕이 있고 벽의 외부로 내밀어진 창문부터는 화살을 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창에는 철로된 열쇠가 잠겨있었지만 그것이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가 탈출을 막기위한 것인가는 난 알수 없었다.


봄이 시작하는 1주간정도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곳에는 오를수 없어 라고 문지기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누구도 짐승들에게 흥미를 갖고 있지는 않으니까


봄이 시작하는 1주간만 짐승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기위해 사람들은 망루에 올랐다. 짐승들은 그때에는 상상할수 없이 난폭해지고 생명이 위험할 만큼 싸우고 피투성이가된 가운데 새로운 질서가 태어난다.


짐승들은 이처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 자신만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질서는 피로서 얻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4월의 비가 그 피를 대지에서 씻어 낼 때 쯤 다시 온화한 존재로 돌아간다.


가을의 짐승들은 그렇게 결정지어진 장소에서 조용히 웅크린 체, 금색의 털을 빛내고 있었다. 어둠이 주위를 덮을 때까지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마치 참선하는 승려와 같았다. 울음소리 하나 내지않고 사과나무 속에 태양이 저물어가기를 기다렸다. 그 수는 무려 1000마리를 믿돌았다. 나는 부족할 것이 없는 1000의 명상과 1000의 휘황함을 계속 바라보았다.


곧 해가 지고, 최초의 푸른 어둠이 흐를 때 짐승들은 눈을 감았다. 이렇게 해서 거리의 하루도 끝난다. 그리고 계절이 끝나고, 한해가 가고 시절이 끝난다.


나도 망루의 난간에 기대 눈을 감고 그 거리감이 없는 암흑을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여러 상념에 몸을 맡겼다. 다시한번 눈을 떴을 때 밤의 어둠은 이미 천마리의 짐승들을 그 안에 감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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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은 다리의 정면의 광장의 중앙에서 높은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의 기념비(moment)같은 긴 석조탑이였다. 내부는 비어있었지만 어디에도 입구는 없었다. 필시 그것은 지하에 있겠지...

 

그 탑의 높이는 이상할 정도로 높아 문자판을 보기위해서는 강을 향한 언덕까지 가지않으면 안됐다. 반원형으로 된 광장을 둘러싼 석조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대체로 단층건물이였지만 낮은 삼각지붕이 눌린 것같은 지붕이 붙어있는 것도 몇개 있었다. 도서관도 그런 건물의 한 모퉁이에 있었다. 그곳이 도서관이라고 푯말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게시판의 안내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어느쪽이냐 하면 곡물창고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렸다. 두텁고 음산한 석벽, 좁은 처마, 천정에 닿을 만큼 위에 있는 조그만 창. 문지기가 상세한 지도를 그려주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찾는데만도 100년은 걸릴 것 같았다.

 

광장 주위에 강가를 따라서 그런 비슷한 모양의 까닭모를 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그 건물들의 하나하나 속에서 도대체 뭐를 하고 있을까? 나는 알수 없었다. 혹은 우편물을 잃어버린 우체국이고 시체를 읽어버린 시체안치소이고 광부를 잃어버린 광산사무소이고 그 어떤 것일지는 몰랐다. 입구는 닫혀있었고 빗장 위에 두터운 먼지가 쌓여있었다.

 

강변의 길은 아름다운 길이였다. 높고 곧은 가로등이 20보를 두고 늘어서 있고 그아래에 강은 동에서 서로 거리를 둘로 나누면서 노래처럼 듣기좋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삼면(三面)을 불어건너오는 바람은 모래섬의 버드나무가지를 흔들고 서쪽언덕으로 밀려갔다.

 

강은 동(東)에서 서(西)로 거리를 두개로 나누면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똑바로 흐르고 있었다. 강바닥에는 동쪽의 끄트머리부터 옮겨져온 미세한 모래가 펼쳐져 있었다. 여백을 소용돌이 치는 물은, 지금은 닫혀버린 동문(東門)의 옆으로 부터 거리에 흘러왔고 옛다리의 중심부의 주위에 몇개의 아름다운 모양을 한 모래섬을 만들어 놓고있었다. 그리고 옛다리를 빠져나가 좀더 똑바로 나아간뒤, 서쪽언덕의 기슭에서 급하게 남쪽으로 나눠져서 깊은 소용들이를 만들면서 흩어져가고 남쪽의 벽의 앞에서 깊은 웅덩이로 흘렀다. 강은 이곳에서 끝나고 있다. 웅덩이의 바닥에서는 몇개의 지하터널이 입구를 열고 있고 강은 그곳에 빨려들어가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남쪽에 넓은 광장이 있는 석회암의 황야의 지하를 지나서 이처럼 흘러서 이 어둠의 강이 다음에 어느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내가 도서관의 문을 연 것은 거리에 온지 3일째였다. 무거운 나무문은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안에는 복도가 곧 바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높은 천정에는 노란색 전구가 몇개달려 있을 뿐이였다. 말라버린 땀냄새같은 향기가 났다. 왠지모르게 나의 몸조차도 어딘가로 빨려들어가 버릴 정도로 얇은 빛이 복도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런 복도가 몇번이나 꺾여 어디까지인가 이어져 있었다. 전구의 빛이 더해져 변색되버린 듯 보이는 벽, 이런 복도가 몇번이나 갈라지고 구부러지면서 어딘가까지 이어졌다. 입구에 비해서 건물안의 복도는 꽤 길었다. 마치 땅밑으로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였다.

 

계속 걷다가, 이미 어딘가에 이르는 것도 돌아가는 것조차도 할 수 없을 것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입구가 나타났다. 세공한 유리가 들어간 화려한 문이였다. 나는 낡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내부는 사방 5미터의 정사각형 방이였다. 창문도 없고 장식도 없었다. 나무의자 한 개가 중앙에, 붉게 열이 오른 스토브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주전자가 하얀 수증기를 내고 있다. 주위에는 대출을 위한 카운터, 그 쪽을 향해 서고로 통하여 있는 듯한 문이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이곳이 도서관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나무의자에 앉아 불을 쬐며 누군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네가 방안 내부의 문으로 모습을 나타냈던 것은 30분이 지난 뒤였다.

 

'죄송합니다.' 너는 말했다.

 

'누군가 보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미소를 지었다.

 

'책을 잃어버리게 된 후로는 이곳에 오는 사람도 거의 없기때문에요'

 

주전자가 탁탁소리를 내면서 고양이처럼 조금씩 몸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용건은' 너는 물었다.

 

내가 찾는 것은 오래된 꿈이였다.

 

'오래된 꿈입니다.' 너는 불안한 미소를 보이며 나의 얼굴을 보았다.

 

물론 너는 나를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 나와 너를 이어주고 있던 것은 그림자나라에서 오래전에 일어났음직한 몇개의 불확실한 가능성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요 오래된 꿈입니다.' 라고 나는 대답했을 뿐이였다.

 

'기분이 상하시겠지만 오래된 꿈을 만질수 있는 것은 예언자뿐입니다.'

 

너는 미소를 띄운 채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 나는 그만 두기로 했다. '당신에게 많이 닮은 자매가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너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다시 한번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도서관의 천정은 높았다. 그리고 심연(深淵)처럼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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