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끝을 내려오는 강은 지금은 색이 칠해진 東門의 가장자리에서 벽의 아래를 지나 그 모습을 우리 앞에 들어내고 거리의 중앙을 남과 북으로 나누듯이 일직선으로 흘러 나의 관사 앞 부근, 서쪽다리를 넘어서 급히 방향을 좌로 바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남쪽벽의 조금 앞으로 웅덩이를 만들어, 수저(水底)의 석회동굴로 거대한 소리를 내며 흘러들어갔다.





벽너머로 석회암의 황무지 아래에는, 그런 무수한 지하수맥이 펼쳐져 있다는 말이 있다. 이같은 암흑의 수맥에서 나온 듯한 이상한 모습의 거대한 물고기가 강변에 올라오는 일도 있다. 이런 물고기들은 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태양아래서 정말 지독한 썩는 냄새를 냈다.





그것을 제외하면 강의 흐름은 아름답고 깨끗했다. 원형으로 둘러쌓인 긴 벽과 그것을 가로지르는 강은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며 거리를 규정하고 있었다. 강변에서 다양한 계절의 꽃이 피고 길에서 듣기좋은 물소리를 들으며 웅덩이는 어디까지라도 비칠 듯한 맑은 물이 깊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리에 있어서 귀중한 수원(水原)이였다. 실제 강물은 내가 이제까지 마셨던 물보다 맛있었다. 어느 정도의 건조한 여름에도 그 흐름은 끊이지 않았고



'동쪽숲'을 끼고 공장지대의 동쪽에 풍부한 용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숲은 그 흐름에 아름다운 풍경을 더해 주고 있었지만 그안에도 옛다리의 아래를 지나치듯 동서(東西)에 펼쳐진 작은 중주(中洲)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였다. 나는 중주(中洲)의 벤치에 앉아 짐승들이 늘어서서 물을 먹는 모습을 하루종일 바라보곤 했다.





남쪽 벽의 가까이에 있는 웅덩이를 어떻게 해서든 보고 싶었지만 나는 계속 바램만 품고 있었다. 어느 흐린 오후 너를 산책에 끌어 들였을 때, 나는 그곳에 가려했다.



'웅덩이의 가까이에는 가고 싶지않아요' 라고 너는 말했다.' 그곳은 아주 위험한 곳이예요. 많은 사람이 그곳에 빨려 들어갔어요'



'주의 하면 조금도 위험하지않아'



너는 머리를 저었다. '당신은 모르는군요. 물이라는 것은 사람을 불러들여요.'



'그러면 가까이 가지않고 멀리서 바라볼께. 어떻게든 보고싶어'





우리들은 남쭉벽으로 걸었다. 얼어붙은 눈은 둘의 발아래에서 바싹바싹 소리를 냈다. 짐승들 몇마리인가가 하얀 입김을 내면서 우리를 지나쳐 갔다. 그들은 한 걸음마다 그 여윈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나무잎과 몸을 쉴수있는 검은 대지를 찾아 걷고 있었다. 그들의 황금색의 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치 눈에 물들듯이 하얗게 변해갔다. 남쪽언덕을 오를 때에는 이미 짐승의 모습은 없고 길도 거기서 끝나있었다. 우리들이 인적없는 마른 들판이나 發屋의 集落을 가로지르며 나가는 사이에 웅덩이의 물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이제까지 들어본 어떤 소리와도 달랐다. 소용돌이의 소리도 아니였고 땅의 울림도 아니였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목구멍에서 뱉어놓는 한숨과 비슷했다. 그 소리는 어떤 때는 낮게 되고 어떤 때는 높게되고 또 단속적으로 끊어져 무언가에 숨이 막힌듯 혼란스러웠다.



'마치 누구에게 말을 거는 것같아'



너는 외면할 뿐 아무말하지않고 장갑을 낀 양손으로 수풀을 걷으면 계속 걸었다.



'옛날보다 훨씬 길이 나빠졌어요. 돌아가는 편이 좋을지 몰라요'



'그러나 모처럼 왔는데 이제 조금 더가보자'



기복이 심한 수없는 수풀 속을 물소리에 이끌리듯 10분정도 걸어 가자 갑자기 앞이 열렸다. 긴 수풀은 그곳에서 끝나고 평탄한 초원이 강을 따라 우리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 강은, 내가 거리속에서 보고있던 것과 같은 강으로는 어쩐지 생각되지않았다. 듣기좋은 소리를 내던 아름다운 흐름은 이곳에 없었다. 마지막 커브를 돌아서 강은 왠지 급히 꺾이고 그 색을 짙은 푸른색으로 바뀌면서 마치 작은 동물을 삼킨 뱀처럼 이곳에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가까이 가지말죠.' 라고는 너는 나의 팔을 잡았다. '표면은 물결하나 없지만 아래쪽은 무섭게 소용돌이치고 있어요. 한번 끌려들어가면 마지막이에요. 두번다시 올라올수는 없어요.'



'어느 정도 깊을까?'



'상상도 할수없을 정도예요. 이야기에 의하면 아주 옛날 이교도(異敎徒)를 이곳에 던졌다지만 ....'



'던지면 어떻게 됐지?'



'누구도 떠오르지않았어요. 웅덩이의 아래에는 몇개나 되는 구멍이 뚫려있어 그곳에 빨려들어가버리니까요' 그녀는 몸을 떠는 듯 어깨를 치켜세웠다 '나에게 어느쪽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화염을 선택하겠어요'



거대한 웅덩이의 숨결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것은 땅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고민의 신음소리 같았다. 너는 손바닥 만큼의 크기의 나무조각을 바라보고 웅덩이 한가운대를 향해 던졌다. 나무조각은 5초정도 잔잔한 수면에 떠서 있었지만 갑자기 몇번인가 작은 조각으로 나눠지고 나서 마치 무엇인가에 끌려가버리듯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은 두번다시 떠올라오지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닥쪽은 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어요. 그것을 알겠죠'





우리들은 웅덩이에서 20m정도 떨어진 초원에 앉아서 주머니에 넣어온 빵을 꺼냈다.



멀리서 떨어져서 보는 한, 주위의 풍경은 평화로운 것이였다. 여기저기 눈덩어리를 남겨놓은 들판이 넓었으며 그 한가운데에 물결하나없는 거울같은 수면의 웅덩이가 있었다. 강쪽에는 석회암의 절벽이 서있고 남쪽에는 벽이 검게 높이 솟아있었다.



웅덩이의 숨결을 제외하면 주위에는 어떤 소리도 나지않았다. '이곳에 오는 것같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외에는 누구도 없어요?' 라고 너는 말했다. '이제 만족해요?'



나는 위를 향해 침전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녹은 눈때문에 지면은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그래도 대지의 향기는 마음에 들었다. 몇마리인가의 겨울새가 수풀에서 날아올라 벽을 넘어, 남쪽하늘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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