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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마티네'
오전 시간을 뜻하는 프랑스어 martin 에서 유래된 말로 오전이나 오후 시간 개념을 넘어서
이른 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연극, 오페라, 콘서트 등의 공연을 뜻하는 말.
오전 시간을 선호하는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 한다.
선남 선녀의 만남과 어긋남, 안타까움과 약간의 회한이라고 해야 하나.
전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아티스트, 그러나 쉽게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그의 삶에서는 이게 바로 단하나의 결점일까.
타고난 예술적 재능과 그를 알아본 스승과의 교류는 언제봐도 완벽한 조합, 부러움의 대상이다.
여자는 글로벌 감각을 타고 나 여러 개의 외국어를 구사하며 유력 일간지 종군급(?) 기자로 활동한다.
이라크 같이 이슈가 되는 지역에도 가는데,
아무리 위험하고 힘들다 하지만
그런 능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같이 살지 않지만 아빠는 독특한 세계를 지닌 유명 영화감독이고,
이 여자 외모까지도 출중한데,
거기다가 약자에 대한 관심과 실천까지. 머 하나 부족한게 없는 '여주인공'
그녀의 약혼자와 그 가족이 보여주는 깊은 신뢰와 사랑은, 약간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아니 내가 미국 사회의 일본인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으니까,, 잘 몰라 그렇게 느끼는 것 일 거다.
암튼 너무 좋은 배경과 능력 그리고 애틋하지만 사랑마저도 너무 감미롭게 날아가 버리는...
그녀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사랑이 이렇게 극적으로 매끄럽게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간다.
그도 잘못한 건 없다. 다급한 와중에 휴대전화 정도는 집에 깜빡할 수도 있는건데 그 틈을 타서...
둘 다 무고한 피해자가 된다. 타고난 게 없는 평범한 사람 한 명이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혀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한다.
좀 딴 얘기지만, 내 잘못이 없이 어떤 일이 일어나면 배드뉴스라도 마음 다스리기가 편하다.
근데 어느 정도 내가 잘못해서 또는 무심한 실수가 불거져 크게 벌어진 일이라면...
겉잡을 수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데... 대책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무고한 피해자들이다.
결정적인 역할은 그저 평범하고 주변인이었던 것 같은 사람이 하고,
운명은 이렇게 틈을 타서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고 가버린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만나고 그간의 사건과 오해를 모두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세월을 건너 여전히 아름답고 원숙한 채로 만나는 이들은,,
닿을 수 없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빗겨간 사랑을,
멋진 그림처럼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어른들을 위한 연애소설'은 저자가 한 말이다.
연애와 결혼이 점점 늦은 나이에 이루어지는, 이 시대와 호응하는 이야기 한 편이라 보인다.
저자의 인터뷰 일부를 남겨 놓는다. (어떤 브런치에 있던 글)
"누군가를 좋아해도 연인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는 많습니다. ...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쓴다면 아주 큰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퀄리티 있는 글로 써 보고 싶었어요. 작가로서는 도전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
어른이 된 후에, 가진 일도 있고 가정도 있는 가운데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연애 외에 중요한 것들 안에서 벌어지는 연애, 그것이야말로 어른들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