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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링 ㅣ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난독증이 이런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난독증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한 글자 한 단어는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문장이 여러개 이어지면 순식간에 길을 잃었다.
어느 정도 읽었을 때 아주 약간 흐릿한 느낌을 가지고 서평 몇개를 읽었다. 이 책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알고 크게 위안을 삼았다.
그렇지만 이정도로 대다수가 어려워하는 텍스트가 어떻게 아직도 그대로 존재하는지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끝까지 읽기는 했으나 이걸 읽었다고 해야 하나, 글자를 따라 책장을 넘기며 끝 페이지에 도달했다고 해야 하나.
열일곱 고로와 고기토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내가 읽다가 결국 놓쳤나 싶었는데 다른 서평을 찾아보니 그 역시 나만 놓친 게 아니라 책에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었다.
어떤 것에 관련된 사건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가 전부다.
심지어 에필로그를 제외한 1장부터 6장까지는 모두 에필로그를 위한 트레이싱 페이퍼라고 평하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을 겪기 전과 겪은 후는 결코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
사람한테 어떤 일을 당하고 하면 결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무려 그것이 열일곱에 일어났다면.
사춘기라고도 하고 성장기라고도 하며 이때의 어떤 고통은 끝없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느낌으로 박혀버린다고 한다. 나도 기억나는 몇 가지 장면이 있다. 큰 사건은 아니지만 오래 영향을 미쳤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장면들...
열일곱에 겪었던 그와 고로. 그리고 첫 아이에게 찾아온 정신박약증세.
삶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같은 이런 일들을 겪고 소설로 삶을 지탱해 온 작가,
그가 건네는 '부서지기 쉬운 인간'이란 말은 제법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