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펄 벅 지음, 장왕록.장영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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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맛이랄까.. 저릿하고 가끔은 달거나 쓰기도 하지만 잔잔한 그런 인생의 맛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있다. 날마다 성실하게 땅을 일구며 살고 운좋게 부지런하고 생활력 강한 아내를 만난다. 둘은 묵묵히 땅을 갈고 수확하며 알뜰하게 살림을 늘려간다. 아들, 딸들을 낳고 땅을 사고 넓혀가며 지주 일가를 이룬다. 많은 재산과 가족을 이루었음에도 주인공의 근본은 땅에 있었다. 흙에 눕고 흙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하는 땅의 사람이었다.

자녀들을 여럿 낳고, 첩을 얻고, 아내는 병들어 죽는다. 아들들은 모두 제각각 각자의 몫을 살아간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땅을 붙들지는 않는다. 그도 결국 죽어서 땅에 묻혀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작가는 미국인이면서 중국인, 동양인의 생태를 훤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소설로 중국을 미국에 알린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니 인생이란 다 그런 것에 서글프면서도 누구나 나을 것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성실한 아내와 살림을 꾸려 나가는 데까지는 나도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생각난다. 정말 이대로만 하면 괜찮다 소리 들을만하지 않을까 싶었던 적이 있었다. 아이를 혼자 낳는 여자, 남녀의 구분이 철저하던 모습을 보면서는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굴레가 느껴진다. 가부장제 사회보다는 지금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새로운 굴레와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살만 하면 삼촌네 식구들로 인해 손해도 보고 속도 상한다. 그러다 아내 이외의 여자를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맛을 느끼는가 싶었는데 그저 역시 인생의 잠시 좋은 날이었을 뿐이다. 자녀들로 인해 속이 시원한 적도 있었지만 답답하고 근심어린 날도 많다. 자녀 중에 천치도 있다. 죽을 때까지 다리 못펴게 하는게 자식인가 싶다.

왕룽의 자녀들을 보면 다른 집들도 다 이런가부다 싶다. 내 뜻대로 되는가 싶다가도 그렇지 않다. 모두 자신이 주인공인양 제 몫이 다르다. 좋은 일도 있고 안좋은 일도 잊지 않고 꼭 찾아온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허망하였으나 곧 새로운 여자에 마음을 붙이고 잘 살아간다. 오래 산만큼 희노애락을 많이 맛보고 그도 흙으로 돌아간다.

 

지금 내 나이가 평균수명의 중간쯤 되니, 앞으로 더 살아도 인생이 별거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오래 살면 오래 사는대로 괴로움과 즐거움이 많을테고 다행히 불치의 병으로 일찍 죽더라도 후회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더 살아도 별 기대가 안된다. 그저 가족이 있으니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다보면 잔잔한 바다에 화창한 햇살을 받는 좋은 날도 있겠지만, 풍랑이 이는 무서운 밤바다를 만나는 법도 있을 것이다. 풍랑도 잔잔한 바다도 인생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좀더 의연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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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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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교향곡 9번을 작곡한 후 10번을 작곡하다가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교향곡 10번은 1983년에야 악보 조각들이 발견되었고 베토벤의 교향곡에 흔치 않은 박자를 사용한 점 때문에 음악사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알고보니 교향곡 10번은 매우 미스테리하다. 베토벤 말고도 슈베르트도 교향곡 9번을 작곡한 후 젊은 나이인 서른 한 살에 죽었고 드보르작도 교향곡 9번(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뒤 죽었다. 구스타프 말러는 교향곡 10번에 얽힌 저주를 떠올리며 교향곡 8번 작곡 이후 새로 작곡한 교향곡을 9번이라 하지 않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그 후 새로 작곡한 곡이 성악곡이 없는 순수 기악곡이어서 어쩔 수 없이 교향곡 9번이라고 했는데 결국 다음번 교향곡을 작곡하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베토벤 교향곡 10번은 그의 비서였던 쉰들러에 의해 존재가 알려져 있었으나 1983년 베를린의 국립 프러시아문화재단 도서관에서 군데군데 빠져있는 미완성의 교향곡 악보가 발견되면서 재조명이 시작되었다. 8천페이지에 달하는 조각 조각 악보는 5년에 걸친 재구성 끝에 1988년 런던에서 초연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에 초연되었다고한다.

 

클래식 음악에 얽힌 미스테리.. 매력적인 두 주제의 결합이라는 점에서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었다. 초반에 등장한 커플의 교통사고 사건이 한참 동안 다시 다뤄지지 않아 이건 뭔가 싶었는데 의미있는 반전이 있었다. 그 밖에 미스테리로서는 약간 어설픈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소재로 추리소설에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읽다보면 음악이 좋아서 따라가고 있다가도 미스테리의 결말이 궁금해서 따라가게 되기도 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조셉 젤리네크의 다음 작품이 은근 기다려진다. 후속작인 ‘악마의 바이올린’이 이보다는 못했고 추리소설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음악과 미스테리의 만남에서 호기심과 흥미를 만끽할 순간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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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팔레스타인 1 -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 아! 팔레스타인 1
원혜진 지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여우고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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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들린다.

앞으로 뉴스에서 접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소식도 새롭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서안지구,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아라파트, 이스라엘 샤론, 시오니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자살폭탄테러, ...... 그동안 국제 뉴스에서 간간히 들어온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그 곳의 사정을 모르니 무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정도라고는 친미적 국가의 언론이 읊어대는 이스라엘이 2천년전 자신의 나라를 되찾고자 세계 각지에서 흩어졌다가 돌아왔고 그 땅이 바로 팔레스타인 땅이어서 현지에 살고 있던 민족과 분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그 분쟁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참혹한 사건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히스토리를 알고나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참담하다.

이런 잔혹사가 인권 개념이 없던 고대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지금 이시대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스라엘은 예수님 사후 유대교의 선민사상을 고수하며 다른 민족과 융화하지 못하였고 다른 여러 불화의 요인들이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절정을 이루어 대탄압을 받았다. 그리고 전후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이 시오니즘을 표방하며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나라를 건설하고 그 땅에 있는 팔레스타인 민족을 탄압하고 있다.

 

알고보니 유대인들은 시오니즘의 정당성을 위해 홀로코스트를 중단시킬 수 있는 기회도 포기하였다. 그리고 미국, 영국의 패권세력에 스며든 유대인들은 서방과 단단한 협력을 이루며 팔레스타인 민족을 갖가지 방법으로 몰아내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에 저항하며 제3세계 국가들의 독립운동같은 흐름을 끈질기게 이어오지만 미국의 무기와 이스라엘의 로비와 무력으로 저항이 맥을 못추며 급기야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기에 이른다. 종교적인 배경도 있지만, 가진 것이 맨몸밖에 없어 이제 자살로 저항하고 있는 사정을 알고보니 뭐라 말할 수 없이 안타깝다.

 

우리나라도 일제시대에 몸을 아끼지 않는 저항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나 어쨌든 2차대전 종전과 함께 해방을 맞았는데, 팔레스타인의 고난은 언제쯤 끝이날지 아득하기만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들을 수 있던 국제뉴스라는 것은 이스라엘 편인 미국의 시각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 있었을 때, 일본에서의 뉴스와 같은 것이었다.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일제가 테러리스트라 불렀듯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한 모든 저항이 미국의 입장에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테러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공격은 잠재적 테러리스트 제거나 테러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한 공격이 되고 말이다.

 

짧은 만화책 두 권으로 이에 다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느꼈다. 팔레스타인에 가해지는 탄압은 일제치하의 우리나라, 그리고 동시대의 제3세계에 대한 탄압과 거울을 보듯이 닮아 있다. 패권국들의 이해관계와 유대인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접하는 뉴스들은 얼마나 친미적인지 조금 알 수 있었다.

 

유대인들과 기독교 문명국이라고 하는 서방국가들은 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 있는지. 팔레스타인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지, 그리고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사실과 관점은 또 얼마나 있을지... 생각할수록... 그저 전쟁이 그친 이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는걸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지, 뭔가를 찾아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마음의 어려움과 혼란과 부담을 주는 책이지만, 그리고 답도 없는..

그래도 꼭 한번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팔레스타인 사태 뿐 아니라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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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처 소나타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영범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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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처 소나타는 톨스토이의 말년의 작품이다.

주인공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데 같은 칸에 탄 한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살해한 이야기이다. 남자는 부인과의 결혼 과정과 결혼 생활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서 (혹은 작가의) 결혼관, 인생관을 들려준다.

 

기차는 다른 시대나 문명과의 연결을 뜻한다. 자연 중심적인 가치관을 갖고 가족 중심의 농민 사회를 지향했던 작가가 어쩌면 죽음과 이어지는 기차 안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를 살해한 남자는 남녀의 사랑과 결혼이 허망하고 서툰 것이며 여자들의 사치와 향락, 남자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아내를 살해했고 그 순간부터 후회를 한다. 결국은 불륜을 통해 얼마나 여러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지를 그려주고 있는데 끝까지 가정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여성 '자신의 불륜'이었는데 이번에는 남자의 ‘아내의 불륜’이다. 이 둘은 뭔가 다른 걸까?

그리고 두 여주인공이 모두 죽었다. 톨스토이는 불륜을 무척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자신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있다.

당시에 이 소설이 정식 출판되기도 전에 필사본이 대 유행을 했고 황제는 감동을 받았지만 황후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도 한다.

 

나는,,, 그저 인간의 사랑이 덧없고, 결혼이란 비극적인 것이며 , 사람은 늘 속고 속이면서도 사랑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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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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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인 스트라디바리우스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는 연주를 한다고 하여 악마와 밀약을 맺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소설에서는 마치 악마가 부린 듯 그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손에 넣은 사람마다 비명에 사라진다. 미모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회 날 살해된 사건을 중심으로 클래식 음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존 인물과 가공 인물이 뒤섞여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모르겠고, 거기다가 작가의 이름, 조셉 젤리네크마저 베토벤과의 경연에서 패한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딴 필명이란다. 고전 음악을 배경으로 한 신비로운 이야기답다.

 

다만 추리소설로서는 치밀한 구성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하다. 범인도 쉽게 짐작이 되고,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는데 우연히 영매가 끼어들게 되는 것도, 그 외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데 의미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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