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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필로소픽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생존 본능에서인가, 어디선가 책 제목을 보고 그에 대비하여 한 번 읽어두면 좋겠다 싶었다. 결론은, 나한테는,,, 자신감, 내면과 외면의 일치, 이런 적용을 하게 되었다.


가난하게 사는 법은 사실 그리 먼 경험은 아니었다. 사업 실패로 인한 집안의 몰락, 패자의 대열에 들어선 듯, 유년 시절의 내가 살던 곳은 만원 지하철과 만원 버스로 다다를 수 있는, 출구 없어 보이는 경기도의 한 구석이었다. 집안 형편에 일찍 눈이 뜨게 된 나는 타고난 성향도 그랬는지 절약과 내핍이 자연스레 몸에 배였다. 훨씬 여유가 있고 안정된 지금도 물건을 사는 기준의 대부분이 싼 값 때문이고, 싸지 않은 걸 사는 건 어색하다.


아이들도 어느새 엄마의 이런 성향을 알아차렸다. ‘엄마는 싸다고 이렇게 많이 샀어’, ‘엄마는 싸면 꼭 사.’라는 말이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 맞다. 필요 없는 물건을 사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비는 언제나 생필품 위주, 간식류에 돈을 쓰는게 무척 아깝다. 식재료, 음식이 썩어서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검약을 실천하고 있는데 더 가난해지는 법이라니... 안될 것 같다..


저자는 나와 달리 부유한 집안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부모님께 훌륭한 가르침을 받았을터이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갑작스런 실직과 가난에도 이런 철학을 가지고 의연하게 대처하며, 책도 쓴 것 같다.


관광 상품을 구입하는 여행이 아닌 진정한 머무르기의 여행을 하기, 외식 대신에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 나누기, 헬스클럽이 아닌 야외에서 열심히 뛰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보람을 발견하기, 매스미디어에 분별해서 대응하기 등 인생을 자신의 기준과 형편에 맞게 담백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진정한 주관을 가지고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며 살 마음가짐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돈이 없는 것에 타인의 시선으로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내가 가진 것에 근거하여 만족을 누릴 수 있는 법, 마음 깊은 곳의 위선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적절하고 위트있게 제안하여 오호~ 하며 맞장구칠만 한 이야기가 많다.

내가 특별히 공감한 대목은 외식 대신에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라는 제안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맛집 타령으로 sns와 웹이 다들 난리다. 맛집 정보 대홍수가 유익한 면도 물론 있겠지만 모이면 의례 맛집을 찾는 대세 속에 가정에서의 소박한 식사가 소외되는 느낌이 들었다. 신선하고, 원산지를 알 수 있는 재료로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한 각 가정에서의 식사는 대중의 입맛에 각인되기 위해 맵고 자극적인,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재료와 생소한 조미료, 향신료로 만들어진 맛집 음식보다 당연히 좋은 면이 많다. 만들어진 맛집도 많아서 이제 맛집 정보 가운데 진정한 맛집을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향을 알 수 있는 신선한 재료로 위생적으로 준비한 식사를 단 밥 한 그릇과 국 한 사발일지라도 감사하게 먹는 마음이 정말 값지게 여겨지는 시대이다.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아이들과 거의 외식을 안하며 집에서 매번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서 고집하고자 한다. 매일 새로운 메뉴를 궁리하며 이런 저런 모양으로 담아내는 식탁이 아주 맛있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귀한 건지 알려주고, 귀한 나의 손님들도 내 손으로 대접하기를 고집하련다.

외식 이야기 뿐 아니라 그동안 소신있게 할 수 없었던 행동들도 그런 속내를 살짝 보여주니 툭 털어내고 의연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얘들아 우리는 이제 자동차가 없단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이렇게 잘 되어 있으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거야. 저는 식후에 바로 커피 마시는 걸 별로 안좋아해요. 배도 부르고 돈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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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의 눈 - 서경식 에세이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는 1951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 신분에 대해 이 단어를 이용하는데 여기 등장하는 조.선.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다. 1920년대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간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일본으로 불러들였고 서경식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그에게는 두명의 형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자랐고 서울로 대학을 왔으나 1971년 학원간첩단사건의 주모자로 체포되어 1980년대 말까지 잔혹한 시절을 감옥에서 보냈다.

 

서경식은 1969년 와세다대학 불문과에 입학했고 형들의 구명운동을 벌이면서 나름의 철학과 필력을 터득하여 발표할 데 없는 에세이를 쓰게 되었고 1990년대 부터는 여러 대학에서 재일조선인과 역사 문제에 대한 강의를 해왔고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학 교수로 인권과 소수자에 대한 강좌를 맡고 있다. 펴 낸 책으로는《나의 서양미술 순례》, 《소년의 눈물: 어느 재일조선인의 독서 편력》,《디아스포라 기행》,《난민과 국민 사이》,《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고뇌의 원근법》,《나의 서양음악 순례》등이 있다.

 

책의 두 날개는 모두 저자 소개에 할애하고 있는데 그만큼 저자를 이해하고 아는 것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관련이 깊어서일 것이다. 이 책은 그가 <한겨례>에 2007년부터 4년 동안 쓴 칼럼을 모아서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그 기간에는 2년 동안 우리나라에 연구차 방문했던 기간도 포함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여러 가지를 보고 느끼면서 쓴 글도 많다.

 

경계인이지만 그 한스러움과 어려움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예술에 대한 깊은 조예 때문일까.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 읽고 쓰기를 가까이한 깊이 때문일까. 묵묵하게 진지하게 하지만 슬프지만도 않고 억울하지만도 않은 참 마음을 깊이 두드리는 책이다.

 

국가, 민족이라는 규정이 소외시킬 수도 있는 사람, 집단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의심할 수 없었던 국가와 민족이라는 정체성도 경계에 선 자들과 다른 민족, 국가에 대해 폭력적인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도 경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를 둘 낳고 키우지만 엄마가 아닌 내가 되고 싶어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물러서길 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껴지고 싶어하지 않는 경계인이다.

 

한 친구와 관계된 에피소드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유능한 친구로 출판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매니저급의 위치에 까지 오른 친구가 있었는데 하루는 페이스북에 책으로 뒤덮여 있는 자기네 사무실을 정리합네 하는 글을 읽었다. 책 욕심이 많은 나는 당장에 내가 가서 도와주면 책 좀 얻어갈 수 있는거냐는 댓글을 달았었는데, 거기에 대한 그녀의 답변이 나를 참 당황하게 했었다. 아이들 책이 많으니 정리해서 보내주겠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

평소에 별로 왕래가 많지 않아서 난 그 친구한테 내 애들 얘기를 거의 한 적이 없고 그 친구가 일하는 출판사는 성인 단행본을 내는 회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말한 거였는데, 그 친구 눈에는 내가 아이를 둔 엄마이므로 엄마로서 아이 책 고르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난 이런 반응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런 정도의 간단한 고정관념도 뛰어 넘지 못하면서 어떻게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출판인으로 살아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좀 더 흥분한 다음에는 얘가 날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어찌어찌하여 아이들 책을 한 상자 받기는 했는데, 나중에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기분 상하지 않게 꼭 얘기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나는 이렇게 경계인으로서의 발언이 시작되면 흥분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 이 분은 자신의 고통을 잘 녹여서 경계인이 아닌 자들도 다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드신 것에서 인격과 품성이 느껴진다. 배우자를 파트너라고 지칭하는 것,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쉽게 해체하실 수 있는 분, 경계인으로서의 고통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인간에 대한 감수성과 사회에 대한 애정까지도 느껴진다.

 

문장력도 참으로 정갈하고 섬세하여 필사를 해보고 싶은 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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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마흔살 여자의 기적같은 이야기
정은희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 책에선가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 읽는 자기계발서는 그만 읽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가까운 친구 한 명도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자기계발서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문학이나 철학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다. 맞는 말이고 고마운 조언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건강한 한정식 한 상보다 라면 한 그릇이 위로가 될 때가 있듯이 뻔한 자기계발서도 이렇게 위로가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마흔 즈음의 나이에, 이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지방의 좁은 임대아파트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매리 케이의 NSD(National Sales Director)가 되었다는 자극적인 카피에 눈길이 가서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었다.

 

카피의 내용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수중에 돈도 너무 없었고 이혼을 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가까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 두가지 일을 시작해 보았는데, 처음 몇 번은 실패를 하고 매리 케이 화장품 세일즈를 시작하면서 갖은 노력을 통해 수억원의 연봉과 지도자의 위치에 올랐다는 이야기이다. 단지 돈만 많이 번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마인드 모든 것이 적절한 성공 뿐 이 아닌, 성장한 사람의 모습 같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소스로 최상의 연출을 만들어 낸 최소영 -판권에 story creator로 소개되어 있어 대필 작가가 아닐까 생각해 봄- 작가의 필력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오늘 이 책을 집어들며 무엇을 얻고 싶었을까?  직업이 없이 공부를 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막연한 기간을 보내는 두려움, 잘못하다가는 이대로 육아와 가사의 늪에 빠져버릴 것같은 불안감,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버려 얼마 남지 않은 자신감 한 조각, 서서히 다가와 나를 두렵게 만들고 있는 것들의 정체들이다. 가정에서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처절한 현실도 요즘 나를 짓누르는데 한 몫 하고 있었다.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도 성공한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고 싶다, 이보다 더 심한 조건을 극복한 과정은 무엇일까, 누가 나한테 정말 센 말로 격려를 해 주면 좋겠다, 이 책을 펼치며 기대했던 건 이런 바램들이었던 것 같다.

 

예상대로 그녀의 엄청난 극복의 역사와 감성적인 필체는 이런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고, 나는 적어도 라면 한 그릇 이상, 몇 끼 정도로 여길만큼의 용기를 얻었다. 독자가 처절하고 간절할수록 이런 용기백배의 문구는 힘을 발하는 듯하다. 살만하면 나도 이 책을 집어들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기계발서 독자의 수순을 밟아 나에게도 적용해 보고 싶은 대목이 생겼다. 그 중 하나는 김장하기 전 배추를 숨죽이는 5단계에서 비롯된 배추5사 이야기이다. 나에게 죽여야 할 것 5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자존심,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나에 대한 고정관념, 학벌의식, 그리고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중압감이다. 어느 것 하나 죽이기 쉽지 않고 제대로 파악해내는 것조차 어렵다. 이래서 자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길 수 있다고 하는가 보다.

 

인상 깊은 문구를 적어 남기며 내 마음에도 가능한 오래 여운이 남아 있기를 바래 본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꼭 나의 성공, 아니 성장의 이야기를 읊어 볼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p.33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은 '이혼녀, 빈털터리, 전문기술이 없는 평범한 아줌마'였으나,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은 달랐다. 나는 '싱글에, 건강하고 활동적인 여성'이었다. 

 

p.69  애시 여사는 그의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성공을 가늠하게 한 체크리스트를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일종의 시간관리 기법으로 매일 저녁 다음날 해야 할 업무 중에서 '여섯 가지 중요한 일'을 중요한 순서대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일을 마치면 하나씩 지워가고 마치치 못한 일은 다음날 해야 할 일 리스트에 다시 적어가는 방식이다.

 

p.116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사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일이다."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은 이렇게 말했다.

 

p.200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더 어룰려 다닐 벗들을 찾아 헤매는지 모른다. 때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외로운 시간을 허락해 보자. 나의 새로운 모습이 먼저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리더의 자리는 외롭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이 요구되고 때로는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그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너무 쓸쓸해하지는 마라. 홀로 빛나는 태양이 그러하듯 빛나는 모든 것들은 모두가 쓸쓸한 법이니까.

 

p.212  국내 저자 중에선 책을 통한 감동이 실제의 만남으로 이어진 분들도 있었다.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의 저자 한근태 교수와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 작가다.

 

p.268  꿈이 있으나 의지할 배경이 없는 젊은이를 후원하고 가슴이 뛰지만 생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여성들을 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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