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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마흔살 여자의 기적같은 이야기
정은희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 책에선가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 읽는 자기계발서는 그만 읽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가까운 친구 한 명도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자기계발서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문학이나 철학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다. 맞는 말이고 고마운 조언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건강한 한정식 한 상보다 라면 한 그릇이 위로가 될 때가 있듯이 뻔한 자기계발서도 이렇게 위로가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마흔 즈음의 나이에, 이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지방의 좁은 임대아파트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매리 케이의 NSD(National Sales Director)가 되었다는 자극적인 카피에 눈길이 가서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었다.
카피의 내용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수중에 돈도 너무 없었고 이혼을 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가까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 두가지 일을 시작해 보았는데, 처음 몇 번은 실패를 하고 매리 케이 화장품 세일즈를 시작하면서 갖은 노력을 통해 수억원의 연봉과 지도자의 위치에 올랐다는 이야기이다. 단지 돈만 많이 번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마인드 모든 것이 적절한 성공 뿐 이 아닌, 성장한 사람의 모습 같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소스로 최상의 연출을 만들어 낸 최소영 -판권에 story creator로 소개되어 있어 대필 작가가 아닐까 생각해 봄- 작가의 필력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오늘 이 책을 집어들며 무엇을 얻고 싶었을까? 직업이 없이 공부를 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막연한 기간을 보내는 두려움, 잘못하다가는 이대로 육아와 가사의 늪에 빠져버릴 것같은 불안감,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버려 얼마 남지 않은 자신감 한 조각, 서서히 다가와 나를 두렵게 만들고 있는 것들의 정체들이다. 가정에서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처절한 현실도 요즘 나를 짓누르는데 한 몫 하고 있었다.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도 성공한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고 싶다, 이보다 더 심한 조건을 극복한 과정은 무엇일까, 누가 나한테 정말 센 말로 격려를 해 주면 좋겠다, 이 책을 펼치며 기대했던 건 이런 바램들이었던 것 같다.
예상대로 그녀의 엄청난 극복의 역사와 감성적인 필체는 이런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고, 나는 적어도 라면 한 그릇 이상, 몇 끼 정도로 여길만큼의 용기를 얻었다. 독자가 처절하고 간절할수록 이런 용기백배의 문구는 힘을 발하는 듯하다. 살만하면 나도 이 책을 집어들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기계발서 독자의 수순을 밟아 나에게도 적용해 보고 싶은 대목이 생겼다. 그 중 하나는 김장하기 전 배추를 숨죽이는 5단계에서 비롯된 배추5사 이야기이다. 나에게 죽여야 할 것 5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자존심,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나에 대한 고정관념, 학벌의식, 그리고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중압감이다. 어느 것 하나 죽이기 쉽지 않고 제대로 파악해내는 것조차 어렵다. 이래서 자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길 수 있다고 하는가 보다.
인상 깊은 문구를 적어 남기며 내 마음에도 가능한 오래 여운이 남아 있기를 바래 본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꼭 나의 성공, 아니 성장의 이야기를 읊어 볼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p.33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은 '이혼녀, 빈털터리, 전문기술이 없는 평범한 아줌마'였으나,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은 달랐다. 나는 '싱글에, 건강하고 활동적인 여성'이었다.
p.69 애시 여사는 그의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성공을 가늠하게 한 체크리스트를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일종의 시간관리 기법으로 매일 저녁 다음날 해야 할 업무 중에서 '여섯 가지 중요한 일'을 중요한 순서대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일을 마치면 하나씩 지워가고 마치치 못한 일은 다음날 해야 할 일 리스트에 다시 적어가는 방식이다.
p.116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사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일이다."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은 이렇게 말했다.
p.200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더 어룰려 다닐 벗들을 찾아 헤매는지 모른다. 때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외로운 시간을 허락해 보자. 나의 새로운 모습이 먼저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리더의 자리는 외롭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이 요구되고 때로는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그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너무 쓸쓸해하지는 마라. 홀로 빛나는 태양이 그러하듯 빛나는 모든 것들은 모두가 쓸쓸한 법이니까.
p.212 국내 저자 중에선 책을 통한 감동이 실제의 만남으로 이어진 분들도 있었다.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의 저자 한근태 교수와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 작가다.
p.268 꿈이 있으나 의지할 배경이 없는 젊은이를 후원하고 가슴이 뛰지만 생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여성들을 일으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