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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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점이 우리들 삶의 공간에서 사라지니

이런류의 책 소개책이 끊임없이 나오는구나.

동네에 서점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쓸쓸한 일이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책을 소개받으니 반갑다.

 

뭘 어떻게 통섭한다는 것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최재천판 독서일기네.

최교수 특유의 인맥자랑이 처음엔 살짝 이상했는데 이젠

적응하기로 했다.ㅎㅎ 어떻게 보면 그의 그런 상세한 일화를 통해

현존하는 훌륭한 생물학자들의 면면도 볼수 있고...^^

 

제목에 걸맞게 과학의 만찬이 푸짐하다. 매사 너무 좋게만 보니

에드워드 권 등 몇몇얘기는 신선도가 떨어지기도 하다.

 

과학자는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 하나만으로 살아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시대의 시사 코드 또한 관통해야 오펜하이머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을텐데. 물론 최교수야 그렇게 엮일 일이야 없겠지만.

뭐랄까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버무려지지 않은 듯...(신문연재글 모은게 아닌가? 그렇다면 더더욱..)

 

뭐 그래도 소개하는 책들의 면면은 훌륭하다.

퓨전요리는 특히 탁월해. 눈 밝히고 보면 대어들이 수두룩~~

개인적으로는 '제레드 다이아몬드'라는 학자에 가장 끌린다.

 

<총,균, 쇠><문명의 붕괴>

제목만으로도 '살떨리게' 흥미롭다.

 

아무튼, 올해 가장 흥미를 끈 분야는 자연과학이다.

학창시절 <뉴튼>을 뒤적이던 호기심이 이제야 발아를~~ㅋㅋ

그 발아의 계기가 '다윈특강'이었기에 저자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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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남>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굽쇼? ㅋㅋ 나 원참.
제목의 뜻을 뒤늦게 이해하고 ㅋㅋ보러갔더니
아뿔사 하루차이로 간판이 내려....ㅎㅎ. 하여 어쨌건 잘됐네, 꿩대신 대붕 하며 신작 <돈의 맛>을 보게 되었다.

박찬욱 , 봉준호 보다는 임상수, 류승완 감독이 좋다. 류승완감독은 <부당거래> 이후 좋아졌다.
임상수 감독은 쭉 좋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그때 그사람>
<오래된 정원><하녀> 그리고 이번의 <돈의맛>. 태생적으로 임감독은 구차한것을
싫어하는듯~ 냉소를 보내고 똥침을 날릴지언정 절대 울진 않아.  눈물, 아까워.  

(그러고 보니 <눈물>을 못 봤네.
다행히 다운로드에 빨간물이 들어있으니 조만간 봐야겠다.)

칸 영화제가 시작될때는 <돈의 맛>이
뭔가를 탈듯이 난리더니 소득없이 끝나고 나니 또 이게 문제네 저게 문제네... 영화 좋은데 뭘.

감독에 빙의되어 보자면 더이상 어떻게 그리란 말인가. 제목의 의제에 충실했다고 본다.
어느 인터뷰에서 임감독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참고 했다고 하던데
참고해 주어서 감사~~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두권의 책이 떠올랐다. 감독이 언급한 <삼성을 생각한다>와 조정래 선생의
<허수아비춤>이다. 이 두 책이 제기한 문제를 감독은 영화로 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은교>로 소설 <은교>가 뒤늦게 대박을 맞았듯 이 영화로 인해 <삼성...>과 <허수아비춤>이
한번더 입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와 실재의 다른 점이라면,
감독이 영화에서 돈 맛 아는 사람들의 외양을 너무 아름답게 포장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객을 위한 서비스일진대,
'크게' 오해하여 그들 자신이 마치 그렇게 영화처럼 멋있는줄 착각할까 걱정된다.~
주인님 돈을 지키고자 허수아비춤을 주는 집사들 또한, 실지로는 별 매력없음을
다들 알 잖은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모습들~~

김강우(주영작 역)는 원이 없겄어~. <풍산개>의 윤계상처럼~.
두감독은 지극히 평범한 두 남자를 도가 넘게 멋있게 그려줬다.
두번다시 그렇게 멋있기도 어려울터... 물론 본인들 노력도 대단코..

여하간, 화면으로만 봐도 돈 맛 실컷 봤다. 그들이 돈으로 누리고 사는것 별로 땡기지 않았다.
태생이 송충이라 솔잎이 더 좋아. 이 자유로움이 더 좋아.~
저승 갈 날 멀 잖은 바퀴의자 큰 회장님보다
'모욕'의 현 회장님보다
돈에 불을켠 싸가지 아들 사장보다
돈 없고, 시간 많은 젊은 내가 훨씬 행복지수가 높게 느껴졌다. 정말로.

돈이 많은 것도 어쩌면 무거운 등짐을 지고 길을 가는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아까워서 버릴수도  함부로 줄수도 없고... 천상 타인이 벗겨서 세금 덜어내고
가볍게 해서 다시 지워주는 수밖에....

......

어느새 오월도 다 가고 마는구나. 늘 세월이 빠르다는 타령만 하는~~
내일부터는 이제 여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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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0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폭설님 짧은 소감 잼나게 읽었어요.
저도 돈 없고 시간 많은 제가 상팔자라 생각해요.ㅎㅎ
돈의맛,의 냉소는 칸을 감동시키진 못했나 봐요.^^
역시 임상수를 좋아하시는군요. 김강우는 '마린보이'에서 더 멋있던 걸요.
윤계상은 '풍산개'에서 진짜 아흐..
윤여정 섹스신에서 완전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그 대사 기억하시죠? ㅎㅎ

폭설 2012-06-01 18:40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그후 레몬먹으며 '할망구'어쩌고 할때는 구엽기까지~~
함께 보던 40여명쯤 되던 객석의 아짐들 다 넘어갔어요.ㅋㅋ~~
칸과 상관없이 흥행에는 성공하겠죠?

지금도 아니고 감히 9년전에 '가족'이라는 말을 '바람난'으로 수식하다니
임감독 아니 좋아할수가 없죠잉.~
임감독은 생각(사상)이 세련되서 좋아요.^^
 
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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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해마다 토네이도가 덮치고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진해일(쓰나미)이 혼을 빼놓는다.

그런데 몽골초원에는 황사도 황사지만 황사말고 '조드'란게 있음을

이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초원의 쓰나미라고 할수있는,

혹독한 추위와 바람과 폭설과 기근의 '조드'는 한꺼번에 수천의 가축을

얼어죽고 굶어죽게 할정도로 끔찍한 대재앙이라고 한다.

그런재앙을 매번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견디며  슬기롭게 살아남은 그들이 대단하다.

 

어쩌면 대자연의 혹독함이 그토록 강한 징기스칸을 만들었는지도... ^^

우리조상들에겐 한때의 원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니

참으로 용감무상한 선조를 가졌구나..~~

 

모든 나라는 흥망성쇄를 겪지만 몽골의 영화는 너무도 짧았어라.

(이 책은 징키스칸이 몽골내부를 통일하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그후의 얘기도 쓸거라는데 기대된다.~

몇년을 기다려야지?ㅎㅎ

 

그런데 책표지가 이중삼중으로 된게 마음에 안든다.

너무 낭비스럽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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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를 보았다. 어쩐일인지 여성관객이 10중 9였다. 내가 사는 지역만 그런게
아니라 라디오를 들으니 다른 동네도 여성관객이 압도적인가 보았다.
사람 생각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ㅎㅎ

온라인에서 책을 살까말까하다 늘 말았다. 다른 사고 싶은 책들도 많은데 연애가 웬말이냐 하면서....


그것도 썩 당기는 연애조합도 아니고 말이다. 십대와 칠십대라니...
20대와 60대라면 또 모르겠다..... 그랬는데, 서점에 직접가서 <은교>를 보니 생각보다
책이  두꺼웠고 작가의 사유가 묻어나는 책 같았다.
해서 다음번엔 꼭 사서 읽어봐야지 했다.

아무튼, 책을 읽지 않고서 영화를 본소감.
매번 8시간 걸리는 분장을 80번이나 감내했다는 선전이 가장 호기심을 일게 했는데
영화에서는 그 노고가 그렇게 찡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해피엔드>와 <사랑니>를 만든 감독이라는데 사랑니는 못 봐서 모르겠고
해피엔드는? 바람의 추이를 나름 잘 그렸다고 본다. 특히 바람이 들켜서 남편에 의해 쥐도새도 모르게
죽게 되는 것은 10여년전(?) 당시 남편들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인가? ㅎㅎ
지금이라면 그런식의 응징을 결말로 내지는 못할것이다.
아무리 바람난 마누라가 미워도 아이의 엄마를 죽이면 어떡한단 말인가.

영화로 돌아와서, 나는 영화를 엉뚱한 시선으로 봤다. 이적요시인의 고독은 이해하겠다.
언젠가 김홍신씨가 김미화의 <여러분>인가 에서 그랬다.
해가뜨면 괜찮은데 해가지고 나면 고독이 사무친다고 했다.
정말 죽고못사는 연애소설을 마지막으로 써보고 싶다고도 했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작가, 정치인으로 사회적 성공도 하신분이
본인이 원한다면 친구도 몇트럭 되실 분이 '고독'을 가장 감내하기 힘들어하다니
의외였다.

한편으론 어쩌면 많은 것을 가졌던 적이 있기에 그만큼 고독의 무게 또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적요 시인도 마찬가지... 그러나 적요시인의 생활태도를 보니
고독할수 밖에..^^

자기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 왜 젊은 제자를 파출부처럼 부려먹나.
일주일에 몇번 파출부를 부를 것이지.


제자가 찾아오면 자기가 차를 끓이고 된장을 끓여줘야지 왜 제자에게 시키는지...그게 바로
고독을 부르는 생활방식.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는 것 아닌가. 문학모임에 가서는
선생님 소리 들으며 대접받는대나 익숙하고( 영화는 그런 원로들의 행태를 풍자했다는 생각도 들었...)
계속 그럴거면 갈수록 고독을 벗어날수 없으리.

영화의 결말도 꼭 그렇게 치정스럽게 흘러야 되나. 인간의 욕망이 조악하긴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대시인 이적요 아닌가.  화가 마네처럼 동생의 마눌로 천거하며
평생 그 재능을 키워주면서 조금 음침하게 바라볼수는 없었나.~ ㅋㅋ


(여기서 잠깐..)

<법륜스님이 말하는 남자들의 현명한 노후생활 비법>

얻어먹지 말고 직접 해먹어라. 해줘라.

얻어먹는 순간 갑자기 확 늙는다. 마눌은 마눌대로 진드기처럼 삼세끼 꼬박 얻어먹는
남편 너무 끔찍하다. 벗어나고 싶어진다. 웬수가 따로없다. 얻어먹을 생각하지 말고
아침에 일찍 눈 뜨면 남편 스스로 밥해서 마누라 먹게해라. 청소기도 돌리고...ㅎㅎ
그러면 마누라 잔소리 할일 없어지고 무엇보다 당사자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 상쾌해진 기분으로 등산을 갈수도 친구를 만날수도 집에서 책을 볼수도...
마눌에게는 친구 만나고 오라고 등 떠밀어주고....즉, 능동적으로 사시라.
먼저 베풀고 사시라.~

(30년 동안 벌어다 줬는데 하루 아침에 찬밥신세냐 하며 울어봐야 남자만 손해~
요는, 마눌하게 아부하라는게 아니라 . 인간은 먹고, 싸고, 치우는 일을 스스로 할때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생긴다고. 그것을 남에게 맡길때 구차해진다고.
상대가 지겨워 한다고.)

법정스님 평생 혼자 살아도 궁상스럽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런이유!
할머니들이 영감죽고 10년씩 더 살아도 끄덕없는 것은 바로 소소한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기 때문~ 남자들은 안돼, 체념하지 말고 미리미리 연습을~
참고로 서구에서는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아침밥을 한다는...~

아무튼, 은교, 좀 다른 식으로 전개를 했더라면....
각자 결핍의 결과일뿐. 결핍의 해결이 겨우 그건가. 공감은 안가.
세계보편 노인에게 찾아오는 노년의 고독과 욕망이 아니라,
대한민국 남자들의 노년에나 일어날수 있는,
일상생활을 할줄 몰라 생긴 마음의 종기에 다름아니라...ㅎㅎ

특히 이 병은 잘난 남자로 살던 사람이 늙으면 발병하기 더 쉬우니  급주의.~

리처드 테일러의 <결혼하면 사랑일까: 불륜에 숨겨진 부부관계의 진실>
에 대한 한겨레21, 908호 남은주 기자의 기사에서 남기자가 인용한
정신분석가 이승욱씨의 말을 재인용하자면,

욕망이 다가가는 지점이 나의 결핍을 드러낸다.
마음을 끄는 대상을 만나면 ,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지적이고 따뜻한 여성에게 꽂혔다면,
그 여자가 아니라 내게 결핍된 지성과 따뜻함을 욕망한다는 신호다.


내가 지적이고 섬세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을 통해 내 결핍을 손쉽게 채우려고 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사랑해봤자 다른 사람의 특성은 내 것이 아니다.
허전한 나머지 욕망의 대상을 옮겨다니기도 한다.


여태껏 내가 잘 사용해오지 않던 씨앗 상태로 남아있는
내 안의 가능성을 꽃피우려는 것,
이게 정신분석학적으로 외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되지 않을까.

결론은 이 적요 선생도, 은교도, 서지우도 타인을 통해 결핍을 채우지 말고
자기를 채워라, 뭐 이런~
적요선생은 당장 아령이라도 들어서 젊음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 은교말고
10~15년 연하의 자신을 흠모하는 제자나 팬을 일주일 한두번
파출부겸 연인으로 들이심이 현실적~ㅋㅋ

제일 좋은 것은 순리대로 내 늙은 몸뚱이에 맞게 마음의 욕망을  맞출 것 . 혹은 비울 것.
텅빈충만을 그때 안 이루면 언제 이루나. ㅎㅎ

우좌간 이 영화와 함께보면 좋을 영화로
<로리타><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사랑할때 버려야 할 것들>이 살짝 떠오른다.
.......

박범신의 책은 에누리 없이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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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0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좌간 ㅎㅎㅎ 폭설님의 시원시원한 페이퍼, 이래서 제가 좋아한다니까요.
많이 웃으며 읽었어요. 이름처럼 '적요'시인은 고독을 즐기는 측면도 있어요.
원작에선 님 말씀처럼 좀 젊은 후배여자시인이 나와요.
시인을 흠모하지만 시인이 어느날엔가부터 받아주질 않아요. 은교를 본 이후..
원작보다 영화는 좀 못 미쳤다고 봐요. 어차피 원작도 연애소설이지요. 작가가 밝혔듯.
아흔살의 마르케스 할배도 열네 살 소녀와의 하룻밤을 탐했듯 그런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욕망이 다가가는 지점이 나의 결핍을 드러낸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아요.^^
욕망이 나쁜 게 아니라 욕망의 대상과 색깔이 문제이겠지요.

폭설 2012-05-03 23:13   좋아요 0 | URL
ㅋㅋ~ 나의 결핍을 나의 것으로 채우지 않고
상대를 통해 채운다 해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아름다움을 간직할수 있는데
인간은 꼭 끝을 보고 말죠. 진흙탕 개싸움 같은...ㅋㅋ
표현이 너무 심했나~~

남은주 기자왈,

'로맨스가 지나간 자리는 황폐하다. 사회적 가정적으로 맺는 관계가 황폐해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기안에서 빈틈이 커진다.'

짧은 로맨스를 댓가로 치를 기회비용이 너모 큰거죠.
때문에 이십대가 그렇듯,
앞으로는 사십대도, 오십대도, 육십대도.... 어쩌면 미래에
처들어 올지도 모르는 로맨스에 대한 백신을 미리 스스로에게 맞혀야 되는
것은 아닐런지..^^

백신을 맞으면 전염병이 약하게 지나가듯이 '로맨스백신'도
미리 맞아두면 로맨스의 끝이 덜 항폐하겠죠.^^
로맨스 백신은 다름아닌 '내적 충만'이겠죠.
그 내적 충만을 위한 노력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지속되어야 할것이구..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사랑을 하더라도 좀 덜 황폐해지겠죠.^^
(횡설수설...뭔소리 했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아무튼, 아름다운 봄날의 밤이에요.
이런 봄날의 밤은 잠자는게 아까워요.
잠이 안와요.ㅋㅋ 프레이야 님도 이 순간의 봄밤의 만끽하시길~~~




2012-05-0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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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기사를 소송을 생각하고 쓴다. 기사가 나간 뒤 항의 오고 욕하는 전화가 오면, '아, 이번엔 잘 썼군. 괜찮았군.' 이렇게 생각한다. 가끔은 나를 고소한 범죄자가 자기들이 살아남으려고 기사 못 쓰게 소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녹음은 아주 중요하다. '이 기사를 쓰면 고소구나'싶어 하나하나 조심하고 신경 쓰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괴롭다. 한번 고소 들어오면 또 몇 년씩 끌려 다녀야 하는데 자다가도 분통 터져서 저절로 눈이 다 떠진다.

(본문 63쪽)

 

사인하는 기자, 철없고 수줍은 기자, 누나들이 좋아하는 기자, 소송으로 몸값이 가장 높은 기자, 은근히 멋쟁이 기자, 그리고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인> 기자, 주 진 우.

 

동료인 고재열 기자는 말했다. 주진우의 주가가 한 창 올라갈 때 <시사인>이 주진우의 <시사인>인지 <시사인>의 주진우인지가 헷갈리게 되어버렸다고. 주기자를 찾는 팬들의 전화에 정작 주기자는 나가고 없고, 자기들은 주진우의 비서가 된 듯 친절히 전화를 받고 있다고.(웃음)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푸른숲). 뭐, <시사인> 과월호의 주기자 글을 한데모아 다시 읽는 기분이겠지 했다. 어,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심각한 내용들이지만 일단 '상당히' 재미있다. 술술 잘 읽힌다. 기사가 되어 나오기 전의 과정들이 말 그대로 활극 같다.

 

모든 주제는, 들어가는 말+리포트(지난기사)+이것이 팩트다(기사에서 못 다한 이야기, 취재과정)+꼼꼼한 뒷얘기(이게 또 백미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기사 전후 과정과 맥락이 쏙쏙 이해가 된다.

 

그 옛날 '독립운동'하듯 기자생활...시대가 얼마나 구차하기에

 

무엇보다 기자와 끈이 닿아있는 정보원들의 다양함이 무척 흥미롭다. 기자들은 정말 아는 사람이 많구나. 그리고 모르는 정보가 없구나. 정치권이면 정치권, 조폭 쪽이면 또 조폭 쪽, 연예계, 경제계의 수많은 사건사고 혹은 평범한 이웃들의 안타까운 사연 등등 기자의 레이더에는 안 잡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뉴스로 접하는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고 그 이면의 숨겨진 이야기들, 혹은 후일담들이 무지 많구나 싶었다. 그리고 경찰이 범인을 좇는 과정과 기자가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이 마지막 하는 일이 범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일이라면 기자는 기사를 쓴다는 게 다를 뿐. 범인 잡는 일이 보통 아니듯 기자가 비리를 파헤치는 일 또한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일이렸다.

 

게다가 금력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기자에게 갖은 회유와 소송을 걸어오는데도 굴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일이 어디 보통 꼼꼼해서 될 일인가. 보통 강단으로 될 일인가.

 

김용철 변호사 사건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게 크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노건평 사건, 순복음교회 파동, 신정아 사건, BBK와 에리카 김 기사 등등. 다른 기자들이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 한 경험을 몇 번이나 했다. 괴로웠다.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기자로서는 축복이기도 했다. 많이 아팠다. 대신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그래서 지금의 싸움이 별로 두렵지 않다. -(본문 65쪽)

 

저자가 만날 수십억 소송을 당하고 권력자에게 밉보이고 돈에 쪼들리고 등등 고통을 당할수록 우리는 그를 '고맙다, 멋있다, 속 시원하다'하면서 칭송한다. 그러나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아플까.  

 

독립운동 한다고 생각해라. 잊어버렸다고 생각해라. 그래도 만주에서 안 오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

 

시대가 얼마나 구차하면 기자가 그 옛날 '독립운동'하듯 총대를 매는지. 주기자가 독립운동까지 안 해도 되게 그저 언론운동만 하게 연말에 다들 잘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3사가 두 달 넘게 파업을 해도 파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현실이다.

 

아무튼, 이 책 옹골차다. 전반에 걸쳐 감성적이면서도 논리에 빈틈이 없다. '나는 항상 결정적인 카드 한 장은 뒷주머니에 넣어둔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그것이 소송에서 매번 이길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때 그 사건,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많은 굵직한 사건들이 알고 보니 다 주기자의 손에서 갈무리되어 나온 것이 아닌가?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하기까지, 조성민씨가 아이들의 양육에 관한 전권을 외할머니에게 맡긴다고 결론이 나기까지(조씨의 기자회견문 주기자가 써줬다나), 그 물밑엔 주기자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뿐인가. 조정래 선생이 <허수아비 춤>을 쓸 때도 주기자를 찾았고,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를 찍을 때도 역시 주기자의 도움을 받았다. 여성, 약자들의 억울함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함께 울어주고 분노하고 또 할 수 있으면 해결해주었다.

 

그런가 하면 벌을 받아 마땅한 나쁜 놈들에게도 기사를 내기 전 꼭 기사의 주인공인 인물들에게 전화를 한다고. 언제 기사 나가니까 알아서들 (숨길게 있으면 숨기든가...) 그런데 연락했을 때 치사하게 뇌물주고 아부하고 매달리면? '가명'으로 했던 것은 '실명'으로, 실명으로 했던 것은 '사진'까지 싣는다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나쁜 놈들 까지 주기자를 신뢰하게 된다고~.

 

이명박의 검사들 기록할 <친이인명사전> 편찬하고파

 

이명박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검사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비리수사를 맡아 말끔히 처리해준 경험이 있다. BBK검사는 언제나 승진의 선두주자다. 셋째 권력의 입맛에 맞춰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을 괴롭히기만 해도 승진은 떼 놓은 당상이다. 

 

3공화국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괴롭히면 출세가 보장되었듯이. 무죄가 나도 상관없다. 나는 이런 검사들의 출석부를 만드는 작업인 '친이인명사전' 편찬에 힘을 쏟고 있다. 정권이 끝나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

-(본문 42~43쪽)

 

가끔 교육방송(EBS)의 <극한직업> 편을 보다 보면 한 목숨 한 가정 풀칠하고 사는데 저렇게 몸 바쳐야 되나 싶어 짠해진다.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곳에 수많은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일을 하기에 우리가 편안히 살 수 있다 싶어 그 삶들이 그 어떤 종교보다 성직보다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벌써 몇 년째 방송인데 아직도 <극한직업>의 소재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나오나 의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기자의 글을 읽고 나니 '여기, 극한직업 하나 더 추가요!' 제보하고 싶어진다. 더불어 <극한직업>의 그들이 그렇듯 이런 기자가 있어 눈시울이 뜨겁게, 고 맙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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