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디렉터스 컷 (DTS-4disc) - [할인행사]
마이클 베이 감독, 벤 애플렉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진주만'을 보았습니다.
 
몇년째 이 디브이디가 저희집에 굴러다녀도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남편 회사사람들은 지금처럼 디브이디플레이어가 일반화되지 않았을 시절에 회사로 찾아온
세일즈맨에게 '자녀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꼴칵 넘어가서

너도 나도 디브이디플레이어를 사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그 아저씨는 아침 8시에와서 저녁 8시에 남편의 회사를 나갔다는 후문이....
그 아저씨의 언변이 어찌나 좋았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샀다는데 지금 얼마나 활용들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
(참고로 지금 디브이디플레이어의 가격은 대충 20만원선으로 알고 있는데 '영어공부'에 꼴칵 속은
이 남자들은 몇년전 입체음향이 느껴진다는 스피커 끼워서 45만원인가에 샀었지요.)

"어이구, 내가 미쵸, 미쵸... 45만원이 뉘집개 이름이야?
왜 사전에 물어보지도 않고 산거야? 엉? 나보고는 책꽂이 하나 사도 꼼꼼히 따져 보라며 난리면서.."

"나만 산게 아니고, 나 보다 더 짠 김아무개, 이아무개도 샀어...."

평소 저보고 항상 과소비한다고 말이 많은 남자가 약점이 잡혀도
아주 단단히 잡히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디브이디플레이어는 학습용도 못되고 가끔씩 남편이 저에게 과소비 운운할때마다
'역습의 기회'로 삶는 물건일 뿐이었죠.

기기작동에 어리버리한 저인지라, 티비처럼 단추하나로 되는것도 아니고 셋업해라어째라 하는 디브이디는
애물단지 였습니다. 또 당시는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한동안 '벅스라이프'를 반복해서 보는게 디브이디이용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벅스라이프'가 아이들의 부주의로 긁혀서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되자 디브이디도
끝모를 휴면기였습니다. 역습의 기회로도 실증이 났고 무관심한 존재로 처박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기살때 받은 10개 쯤 되던 디브이디 영화들도 애들이 같고 놀다가 망가뜨려

다 버리고 딱 두개가 남았었지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진주만'.
이 두개가 살아남은 이유는 군인들이 나오니 괜히 함부로 하기에 무서워진 아이들이 예뻐하지 않아서
그랬던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

아무튼, 무관심속에서 살아남은 두 영화는 제가 새 디브이디를 하나씩 사면서 그리고
동네비디오 가게가 망하면서 일괄 구입한 비디오들 때문에 비로소  굴러다니는 신세를 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볼 생각은 전혀없었지요. 라이언 일병은 아직도 못 봤습니다.
전쟁이 액션으로 둔갑하고 감동받는게 싫다는 선입견 때문에 보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조쉬하트넷 때문에
보게 되었습니다.
며칠전 아이들을 모두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는 지역의 극장으로 갔습니다.
'럭기넘버슬레븐'을 보려구요.

그런데 극장아저씨가 문은 열어놓았으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더군요.
그래서 한시간쯤 책읽으며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맥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냥 부르스 윌리스 표정함보려고 이 영화를찍었었는데 못 보게 되니 이것저것 궁금해지는게
많았습니다. 조쉬하트넷은 아직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인물이었는데 주인공 이라니 문득 이 양반의
스타일마저 궁금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차 어제 , '아차,진주만이 있었지.  '하면서 비로소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굴러다닐때
한번씩 마주친 얼굴이 '슬레븐'과 오버랩되면서 드디어 때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아, 사설이 넘 길었군요.)

하여간 그렇게 하여 '진주만'을 보게 되었습니다. 진주만은 아시는 대로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으로
2차대전이 촉발되는 내용입니다. 전쟁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고 전투경험도 없던 군인들은
전선 간호사들과 농담따먹기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느닷없는 공습으로
전쟁의 한중간에 놓이게 됩니다....

절친한 친구사이인 레이프(반 애플랙)와 대니(조쉬 하트넷) 는 아주 뛰어난 비행사로 호연지기도 남다른데
에블린이라는 간호사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에 빠집니다.
반애플랙이 늠름한 사나이의 기상을 보여준다면
조쉬하트넷은 수줍은듯 내향적인 모습에 모성 본능을 자극합니다.
두 인간다 너무 사랑스럽다고나 할까요? 아줌마가 사랑스럽다고 하니 우웩!할지도 모르겠지만
제복 입은 그들의 젊음은 너무도 빛나 보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영화를 보면서 친구들에게 긴급타전(?)을 하였습니다.

'진주만 보고있는데 반애플랙과 조쉬 하트넷이 너무 멋진데 같이 좋아해주면 안되겠니?'
'또, 시작이구나. 그러나 인정하마, 하트넷은 모르겠고 애플랙은 확실히 멋있다.'
'그렇지?ㅋㅋ...'
'그렇다! ㅋㅋ..'

그들만큼이나 잠시후면 폭격으로 엉망이될 하와이의 산천은 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인간 어리석음의 최종판인 전쟁이 영화를 통해 한편의 대 서사시가 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여간 무쟈게 아름다운
전쟁이었습니다. 그 비극마저도..ㅠㅠ전쟁영화이지만 로맨스가 많이 들어가서 때론 전쟁영화가 아닌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심각하게 전쟁을 즐겨도 되나 하는 죄책감없이 그냥 편하게 보면 무지 아름답고 낭만(?)적인
영화입니다.
애플랙의 매력에, 하트넷의 매력에  남녀 구분없이 내가 미쵸, 미쵸~~ 하는 소리가 나올듯..ㅋㅋㅋ...
며칠전 인터넷에서 보니 김선아씨가 일본 팬들과 대화하는 중에 일본 만화 좋아한다면서 말하기를...

'연애는 태리우스와 하고 결혼은 안소니와 하고 싶다'고 하여 폭소와 공감을 자아내던데,
진주만의 두 남자야 말로 이 만화속 주인공들을 꼭 닮았다고나 할까요"
애플랙은 태리우스, 하트넷은 안소니..ㅋㅋ

구체적 내용은 피하겠습니다, 오롯이 감상하길 비는 마음에서.

이미 다들 보셨다면 제가 또 뒷북을 친게 되겠지만 아직 보시지
않았다면 부담없이 함 빠져 보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아니. 반드시 빠져보시길~~~
더운 여름날 잠시 잠깐 이런 로멘스에 한번 홀딱 빠져보는 것은 삶의 좋은 청량제가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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