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2disc) - 할인행사
허진호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새벽에 채널을 돌리다가 '봄날은 간다'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음악이라면서 틀어주었는데

참 좋더군요.

그래서 영화와 연결해서 함 듣고 싶어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사랑의 생성, 발전, 소멸을 어쩜 그리도 훤히 꿰뚫고 있는지...

몇년전 극장에서 조카와 이 영화를 보고 난다음,

 

"너는 은수의 마음이 언제 변하기 시작했는지 아니?"

"몰라."

"'나 김치 못 담궈.' 이 말 했을때야. 그런데 상우는 그걸 눈치 못채고 못담구면

내가 담가준다며 철썩 들러 붙는 맨트라니."

 

조카는 상우의 편에서서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용서 할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저는 제발 여자들이여 은수처럼 좀 영악해져서 이불 덥고 징징

짜는것 좀 고만했으면 하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어제 다시 보니 상우가 불쌍하더군요.^^ 수색역에서 돌아간 영감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집에가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라는 외침은

할미보다 자신에게 한 말이더군요.

 

며칠전 서평에서  되도 안한 남자일 경우 '그 남자를 차버리'는 것에 동의했지만

전혀 상처없이 그 남자든, 그 여자든 차버리면 인간이 어떻게 성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상습적이고 회복불능의 상대라면 차 버려야 겠지만

은수는 얄밉지만 나름대로 현실을 직시해 어쩔수 없었으니

지구가 한바퀴 돌 만큼은 그리워하다 혹은 원망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실지론 다들 그러하지요?

 

그는, 그녀는 왜 나를 떠났을까? 뻔히 이유를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고 미련을

못버리고 끊임없이 곱씹고 극복의 방법으로 여러일을 하다가 스스로 깊어지고 결국은

시원하게 떠나 보낼수 있게 되겠지요.

 

아마 상우같은 사람은 한번의 아픔이 있었기에 다음짝을 만나서 좋은 남편, 아빠가

될것입니다. 물론 가끔씩 비가내리거나 벗꽃이 만발하면 문득 아프게 떠오르기도 하겠지만요.

 

은수의 입장에서 볼땐, 아, 그 백종학(?)씨, 은수가 상우를 꼬시듯 은수를 꼬시는

재주가 있더군요.^^ 은수로서는 당근 넘어갈밖에요.

이혼녀인 자신의 처지에서는 어느모로보나  백씨가 띵호아~~

 

조연으로 나온 문식아저씨와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은 택시기사친구도 역할 좋았어요.

고스톱 치는 신애 언니 인환아저씨등등 여러모로 꼼꼼하게 좋았습니다.

 

좋은 영화 만드는 감독은 대통령해도 잘 할것 같아요. ㅋㅋ..

 

허진호 감독의 정서가

상우에게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땅에는 수많은 상우들이 있겠지요.

 

아, 그 '상우들' 중에 한 인간이 과년(?)한 저의 조카들을 데불고 가주면....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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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5-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진호...저도 참 좋아하는 감독이예요.
자기는 "쿨함" 보다 "신파"에 더 끌린데요. 저도......그렇답니다.^^

폭설 2006-05-0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감독은 뭐랄까, 인간적인것 같아요. kleinsusun 님 저는 '외출'도 괜찮았어요.
한번볼때는 브로크백이 그랬듯 좀 지루한 것 같기도 했는데요, 두번 보니 확실히 괜찮았습니다. 다만, 그 미적지근한 배드신이 좀 ...ㅋㅋㅋ 그런데 사진속의 흑인 아줌니는 뉘기래요? 그옆은 물론 님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