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브로크백 마운틴'을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설이었습니다. 그것도 외국소설이었습니다.

한때 소설을 즐겨 읽던 젊은 시절,좋은 문장 혹은 매력적인 표현을

줄쳐가며 읽은 적도 있었지만 어느순간 소설과 작별을 하였더랬습니다.

 

그러다 실로 이 얼마만인지. 우선 '브로크백 마운틴'부분을 연거푸 두번 줄쳐가며 읽었습니다.^^

문자가 주는 맛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것을 새삼 느끼게 된 순간 이었습니다.

 

이미 영화를 먼저보아서 그런지 책 내용의 토시하나, 쉼표하나까지 의미롭게 다가왔습니다만

이책을 영화없이 읽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안갑니다.

아마 이토록 진한 느낌으로는 다가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읽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 소개에 보니 '에니프루'이분은 영화 '쉬핑뉴스' 의 원작자이기도 하더군요.

쉬핑뉴스는 케빈 스페이시가 신문사 윤전공으로 어리버리하게 살다가

얼떨결에 막가파여자와 결혼했다가 딸하나와 함께 버림받고서 고향으로 돌아가

역시 얼떨결에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쓰는 기자가 되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자신의 뿌리에 숨겨진 비밀도 찾아내고  뭐 그런내용인데

 

여운이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무튼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책은 어떻게 표현 하였나, 인용해 보겠습니다.

 

4년만에 잭이 엽서를 보내고 에니스를 찾아와서 상봉하며 둘은 뜨거운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데...

 

<...에니스는 잭이 몇 시에 올지 몰라 아예 하루 휴가를 내고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먼지로 뿌옇게 된 거리를 내다 봤다........천둥이 으르렁 대던 늦은 오후, 예전과 다름없는 낡은 녹색 픽업이 굴러왔다...

 

뜨거운 동요가 일어 에니스는 등 뒤로 문을 당겨 닫으며 계단으로 나갔다. 잭은 계단을 두칸씩 두번 올라섰다. 두사람은 어깨를 움켜 잡았다. 서로의 숨을 쥐어짰다. 힘껏 껴안으며 개자식, 개자식, 읆조렸다. 꼭 맞는 열쇠가 자물쇠를 풀듯 쉽게, 그것도 세게, 둘의 입이 하나로 맞닿았다....

 

알마가 비틀린 에니스의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그래도 두 사람은 꽉 부둥켜안고 있었다. 가슴과 사타구니와 허벅지와 다리를 맞붙이고 서로의 발끝을 밟은 채 숨이 막혀서야 비로소 몸을 뗐다. 그리고 애정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에니스가 자기 말과 딸들에게나 하던 말을 했다. 내사랑.> 

 

음, 쬐끔 낯 간지럽기도 하군요.ㅋㅋ

 

브로크백 산에서 내려와 서로 해어져 각자의 길을 갈때 에니스는 무슨 창고 건물 같은 데서 헛구역질을 했는데, 그때의 심정에 대한 에니스의 고백은 이렇군요.

 

<그해 여름, 우리가 돈을 받고 헤어질때 복통이 너무 심해서 길옆으로 가 토하려고 했어.

뒤부아에서 먹은 게 잘 못된 줄 알았거든. 일년 뒤에야 깨달았지. 널 볼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다는 걸. 그걸 알았을때는 한참, 아주 한참 지난 뒤였어. 너무 늦어 버린거지.>

 

에니스가 잭의 부모님 집에 가서 피묻은 셔츠를 발견하는 장면은,

 

<셔츠가 어쩐지 묵직했다.그때 에니스는 잭의 셔츠 안에 셔츠가 하나 더 있음을 알았다. 잭의 소매 안에 조심스레 끼워져 있던 또 다른 소매는 에니스의 체크무늬 셔츠였다.

 

오래전에 빌어먹을 어느세탁소에서 잃어버렸겠거니 생각했던. 주머니는 뜯겨 나가고 단추는 떨어진 더러운 셔츠. 잭의 셔츠와 그가 몰래 가져가 여기 그 셔츠안에 숨겨둔 에니스의 셔츠가 두겹의 피부처럼 한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옷에 얼굴을 누르고 입과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연기와 산 깨꽃과 잭의 땀 냄새를 기대했으나, 잔존하는 냄새는 더이상 없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그 기억, 이제 손에 들고 있는것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마음속의 브로크백 산뿐이었다.> 

 

구스타프 산타올라야 음악 감독이 잭의 노래로 인용한 부분은 아마  다음대목에서

힌트를 얻은듯,

영화에서 에니스가 잭에게 멕시코의 게이바같은데 다시한번 더 가면 쥑이뿔 끼이다,라고 말하는장면이 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고..

 

<이십년 동안 우리가 같이 있었던 게 몇번이나 되나 한번 세어봐. 니가 나한테 매 놓은 그 빌어먹을 짧은 끈을 재보고, 그런 다음에 멕시코에 대해서 물어봐, 그러고 나서 말해, 날 죽이겠다고.

 

내가 그 짓을 절실히 원했다는 이유로, 그런데 그 짓을 거의 할수 없었다는 이유로 날 죽이겠다고 말이야. 그게 얼마나 끔찍한지 넌 개뿔도 몰라. 난 니가 아냐, 일년에 한번 두번, 산위에서 두번하는 걸론 살수 없어, 에니스, 이 개자식아, 넌 나한테 너무 버거워, 널 끊을 방법을 알면 좋겠어.>

 

.....

 

책도 보고,영화도 보고,음악도 듣고....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저의 사랑이 이쯤되면

부족하지는 않겠지 싶었는데 저의 권유로 브로크백을 보게된 친구가 저는 비교도 안될

사람의 얘기를 하나 전해 주었습니다.^^

 

즉, 친구는 씨네큐브에서 브로크백의 마지막 상영을 보고 그 다음날 아직도 그 여운이 꺼지지 않는 흥분된 상태에서 어떤 분을 만나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셨는지 하면서 말을 꺼내니

 

그분 왈,

 

" 친구중 한명은 그 영화가 너무 좋은 나머지 극장에서 무려 여섯번이나 봤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좋은 영화였어요?"

 

"물론 입니다! 저도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였어요."

 

저는 한번더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극장간판 내려가고서야 하고서 땅을 쳤는데 여섯번씩이나 보았다니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분이 부럽더군요.^^ 해서 다음부터는 만약 브로크백 처럼좋은 영화가 있으면 보고난 다음 바로 표끊어서 다시 봐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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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5-0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정말....마음 깊이 남아 있는 영화랍니다. 에니스에게 감정 이입이 되서 힘들었어요.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폭설 2006-05-0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브로크백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공간을 떠나 다 친구가 될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디브디는 왜 이렇게 안 나오죠? 기다림에 지쳐 목이 기린 처럼 길어지겠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