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무엇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채수동.고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십대 초반, 커피숍에서 두 달인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그 커피숍 벽에는 그림들이 여러 점 걸려있었고 구석에는 피아노 그리고 음악은 항상 클래식만 흘러나오게 하는 그런 집이었다.

그림과 피아노와 음악 빼놓고는 모든 것이 후져서 손님들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그러나 자칭 예술가연하는 사람들은 그러하기 때문에 시내를 나오면 주로 그 커피숍을 이용하는 듯했다.

그렇게 이따금씩 납시는 손님중에 미술을 하던 분이 한사람 있었다. 그 손님은 언제나 막노동 하다 온 것 같은 입성에다 어깨선까지 내려온 긴머리를 휘날리며 이따금씩 그 커피숍을 찾았다. 그는 프림이 듬북 들어가 구수한 맥심이라 소문 났으나 실은 맥스웰 하우스인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명상에 잠기곤 하였다.

그러던 그 손님이 어느날은 무슨 말끝엔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내게 던져주었다. 그렇잖아도 당시 나는 인생이 뭔지 황망해 하고 있었는데 그런 질문을 한 만큼 그는 해답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였다.

그는 '인생은 운명인가, 아니면 의지의 표상인가.'그걸 모르겠다며 웃으면서 그것을 연구중(?)이라고 하였다. 그 얘기를 듣는순간 '운명'과 '의지의 표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소주라도 한잔 들이킨 듯 '캬아!' 탄성이 나왔다.

운명론에 기울어 있던 나는 '의지의 표상'이라는 말이 너무도 신선하였다. 물론 그 말은 그 화가의 말이 아니고 어느 철학자의 말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말을 때 마침 내게 들려 주어서 무수한 낱말 들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인생이란?' 이라고 하면 항상 '운명'과 '의지의 표상'이라는 두 상반된 어휘를 떠올리며 나름대로 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그러나 삼십 중반을 넘어선 두아이의 엄마인 현재, 나는 그져 두 나비를 부활시키려는 애벌레에 지나지 않으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어차피 공수레 공수거이니 아득바득 살 필요가 있나. 또, 원래 치열하지 못한 성격이니 남들처럼 뭔가 특별한 것을 이룬다거나 하지는 못할 것이니 인생이니 뭐니 고민하지 말고 그냥 대충 살다가 죽지뭐,였다.

그러다,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만나게 되었다. 친구와의 전화에서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 각자 독서경험을 얘기하던 중 친구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다.

"사실 이책은 한꺼번에 다 읽는 것이 아니고 매일 조금씩 명상하듯 읽어야 하는 책인데 나도 모르게 책에 몰입 하다보니 이틀 동안 천 이백 여 페이지를 다 읽어버렸다. 강력 추천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목은 듣고 있었으나 살 생각 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친구의 강한 어조에 끌려 당장 주문을 하였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는 일년 365일, 즉 새해 1월 1일부터 12월 31까지 매일 그 날짜에 해당하는 분량을 읽고 명상하라는 듯 일기처럼 월, 일을 표시해 두었다.

하루에 한 두장씩 읽어서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돌면 그 책의 마지막을 여행할 수 있게 엮어져 있다. 물론 글이 무한정 땡기면 친구처럼 몇 일 만에 완주를 하고 다시 조금씩 음미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매일 매일로 나뉘어 놓은 읽을거리에는 톨스토이 자신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지성들의 사상과 종교, 예술관들이 총망라 되어있다. 그야말로 이 한권의 책에서 부처, 예수, 소크라테스, 쇼펜하워, 탈무드, 노자, 공자, 괴테, 파스칼등등 동서양의 모든 사상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그 많은 사상가들의 얘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엮느라 톨스토이는 장장 이책을 만드는데 15년이 걸렸다고 하였다.

톨스토이는 인생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였을까. 톨스토이는 인생의 의의를 '선에 대한 끝없는 희구'에 있다고 하였다. 오늘날 처럼 물질적 풍요와 기아가 공존하고 끊임없는 전쟁의 욕망속에서, 톨스토이의 선한 삶에의 의지야 말로 우리모두 한번쯤 되새겨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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