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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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요 선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라면을 먹고 나서 잠시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애와 나는 텔레비전을 보았다.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처음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건성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애가 내곁에 앉아 있다는 것만 해도 꿈속 같았다.

 

비에 젖은 밤은 심해처럼 고즈넉했고 푸르렀다. 푸르르다고 나는 느꼈다.

카뮈는 그의 <비망록>에서 저녁을 가리켜 "물굽이에 드리운 세계의 다사로움"이라했다.

 

소동파는 봄밤을 일러 "일각도 천금"이라 노래했다. 나에게 그 밤이 그랬다.

그애가 곁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본문 305~306>

 

은교를 읽었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노욕이랄것도 없었다.

그래서 실망. 적요선생은 지극히 신사일뿐. 한 달 반 만의 폭풍집필이라 그런지

<고산자>에서 느껴지던 격조있는 문체와 분위기는 아니었다. ^^

하여, 소설을 보고나니 오히려 영화를 만든 정지우 감독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봤을때는 영화의 부족 분을 소설이 채워줄줄 알았는데

소설을 보고나니 영화가 소설의 부족 분을 채워준 듯도~ 영화에서 Q변호사를

살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뭐, 이제 기차 떠났네.ㅎㅎ)

 

소동파가 봄밤을 일러 '일각도 천금'이라 했다는 말이 무척 신선했다.

봄밤=일각도 천금, 무척 아름다운 말일세~ 만약 시 속에서 그런말을 했다면

그 시를 찾고 싶네~.

 

세상에, 봄 밤의 고요한 공기만큼, 봄 밤의 미려한 바람 만큼 아름다운게 있을까.

....

지난주 힐릴캠프 박범신편 끝부분 10여분을 보다가 '오욕칠정'이라는

말에 푸훗~뿜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일세.

 

오욕칠정.

재물, 명예,수면, 식, 색욕 + 희,노,애,락,애,오,욕이여!

 

탐,진,치 삼독을 박멸(?)하고 어서빨리 해탈하자, 대자유가 되자 운운하다

오욕칠정이라는 말을 들으니 새삼 오욕칠정이 살짝 그리워지는~ㅋㅋ 

 

오욕칠정.

얼마나 인간적인가 말이다. 과하지만 않는다면 오욕칠정이야말로

이세상에 온기를 주고 또, 저마다 삶의 이유가 아닌가.

 

그러나 전반 45분의 마지막분을 뛰고있는 이 갱년기 여성은 후반 45분을

앞에두고 벌써 지쳐 오욕칠정이고 뭐고 허무라는 두 들자만이 맴돈다.

이래도 허무, 저래도 허무 한게 인생 아닌가.

 

생각해보니 불만 많고 욕심많았던 젊은날이 오히려 더 생기있지 않았던지..

탐진치 박멸은 더없이 좋은 것이나 역으로 부작용이 생기는데 즉, 매사에 의욕이 사그라든다는....

에고... 밥 한술(식욕) 뜨고 칠정중의 하나를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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