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6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깨를 볶고 있는 신혼의 조카 중 하나가 결혼 전 이런저런 연애상담을 해 와서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 풍속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조카는 이따금 친구의 소개팅 얘기를 하면서 많이 부러워하였다. 사연인즉, 조카의 친구들은 소개팅 남자들로부터 물량공세를 많이 받는데 조카는 그것이 외면하려해도 자꾸 부러워진다는 것이었다.

“내 친구 아무개는 지난번 소개팅 남자에게서 18k 목걸이를 받았는데 또 다른 아무개의 남자는 명품가방을 사주는 것 있지? 안 부러워하고 싶은데 자꾸 부러워져. 비교되고....”

“이해가 안가네. 목걸이나 가방을 주는 사람도 그렇고 받는 사람도 그렇네.”

“능력되고, 또, 주는데 어떻게 안 받아?”

“장래를 약속하게 되어도 앞일을 모르니 고가라면 받아서 안 되는데 우리서로 좀 탐색 해 보자에서 그런 선물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결과는.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물어보면 물론 예상대로였다. 목걸이 준 남자 만난 아무개도 명품 가방의 아무개도 몇 번의 만남 후 서로가 별 아쉬움 없이 만남을 종료했다고 하였다.

“그렇게 빨리 헤어졌다면 선물은 돌려줘야 되는 것 아냐? 계속 하기도 뭐하잖아?”

“돌려주면 또 누가 써. 그냥 받은 사람이 쓰는 거지. ㅋㅋ”

이게 바로 세대차이인지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무슨 날들이 많아지는 것도 적응 안 되는데 가만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사귐의 시간이 쌓일수록 선물의 정도도 세어지는 것 같았다. 선물의 가격은 사랑의 정도를 측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 ‘100일 기념 선물로 너는 그런 것 받았나, 나는 이런 것 받았다’ 은근히 경쟁심리가 있기도 하고. 

소비의 덫에 빠지는 사랑, 경계를

그런 의미에서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도서출판 그린비)는 이 시대 필수 연애 지침서가 아닐까 싶다. 무척 유쾌하면서 영양가 있다. 지금 연애중인 남녀노소 모두에 꼭 필요한 비타민제다. 

위의 예의 경우 처방은 간단하다. 저자는 ‘상품을 주고받는 식으로 사랑을 확인하지 말라’고 하였다. 소비를 통해서 사랑을 확인하려하지 말고 공부를 하라고. 상품으로 상대의 환심을 사려하지 말고 몸을 써야 한다고 했다. 

자전거 타고, 산에 오르고, 걷고, 얘기하고, 공부하고.... 소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데이트는 찾아보면 무지 많다. 무엇보다 옆에 있는 연인이 최고의 선물인데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좋은 사람과 걸으면 길가의 풀 한 가닥, 들꽃 한 무리도 나를 축복하는 듯 도취 되게 하는 게 사랑의 선물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장안에 화제를 뿌렸던 개그콘서트 ‘남보원’의 하소연도 결국 사랑이 소비의 덫에 걸린 경우를 희화한 것이라 하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본주의 상품으로는 사랑을 살수 없다. 남는 것은 결국 카드빚이거나 유행지난 후줄근해진 물건들뿐이다. 마음이 떠났는데 물건이 예쁠 리 있나. 남자의 경우 고가의 선물에 반색하는 여친을 조심하고 여친 역시 물질로 사랑을 표현하는 남친을 경계할지니. 

소비를 배제하고 ‘사랑하라, 두려움 없이.’ 저자 본인은 '독거노인(좀 나이든 비혼에 대한 저자의 표현)'이면서 '사랑하라, 두려움 없이 ' 마구 공수표 날린다. 두려움 없이 사랑하면 결과에 책임 질꺼유? 그 책임질 일이 두려운지 '설'이 책 한권이네. 뭐, 독자가 저자의 말을 100% 이해한다면 저자가 책임질 일은 없을 듯하다. 

요는, 두려움 없이 사랑하되, 조건이 있네. 뭘 알고 사랑을 하라. 모르면 공부 좀 하고 사랑을 하라. 사랑을 하려거든 무조건 공부를 해야 된다 이 말씀. 왜 사랑하는 순간부터 책을 읽어야 되는지 첫 장부터 끝장까지 구구절절 설파하는데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읽으면 좀 헷갈릴 것도 같다.^^ ‘몸이 없는 사랑은 공허하고 몸만 있는 사랑은 허무하고....’ 그러니 어떡하란 말인지. 진도를 어디 까정 나가야 되는지요? 그에 대한 답 역시 모르겠으면 알 때까지 공부하세요?ㅋㅋ

내 몸이 편안해 하는 사랑을 하라
 

그러나 공부를 너무하다보면 ‘행위로서의 연애는 없고’ ‘연애담론’에만 통달해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의 몸과 정직한 대화를 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이와 사랑에 빠졌을 때 자신의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세세히 관찰해 보라고.

<자신의 몸이 어떤 정서적 감응을 연출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몸의 흐름과 진동, 고양과 추락, 희노애락의 파노라마 등등. 또 사랑의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마음의 굴곡과 마디들도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지금 내가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인데 변비와 두통, 옆구리 쑤심, 스트레스 등에 시달린다면 , 그건 좀 곤란하다. 그에 더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불안감에 시달린다면, 그 연애는 당장 멈춰야 한다. 몸이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 사랑은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본문 155쪽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냥 생각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고 룰루랄라 입에서 저절로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면, 그것은 몸이 그 사랑을 긍정하는 것일 것이다. 반면, 사랑에 빠지긴 했는데 왠지 불안하고 그(그녀)가 날 버리고 떠날까 두렵고 걱정되고 더 괴로워진다면 스톱! 상대에 이끌려 사랑을 시작해서는 안 될 것이다. 

흔히 누군가를 좋아하면 밥이 안 넘어 가고, 살이 빠지는 게 당연하고, 불안한 게 당연하다 생각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오산이라는 말씀. 그것은 어쩌면 사랑은 사랑인데 감당 못 할 사랑이 아닐까. 이럴 경우 짝사랑이 차선? 짝사랑은 내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몰라요. 짝사랑을 하면서 저자의 말대로 공부를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당당해져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을까. 불안감은 결국 내가 딸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는지.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늙으나 젊으나 이 사랑과 연애와, 결혼의 문제는 참 정답도 없고 사람마다 답이 다 다르니 난감하다 하겠다. 남녀의 마음이 얄궂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싫어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싫고 다들 이상향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데 자신의 현실은 부박하기 그지없고.... 뭣이라, 그렇기 때문이야 말로 더더욱 자신을 고양시켜 향기로운 사람이 되라굽쇼?!

평균수명만 길어진 게 아니라 사랑의 감정도 길어진 것 같다. 옛날이라면 환갑 넘어 사랑타령하면 남세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영화 <그대를 사랑 합니다>가 보여주듯 노년의 사랑은 어쩜 노후 보험 중 최고의 상품이 아닐까싶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스스로는 물론 상대도 파괴하는 알고 보면 욕망인 그런 사랑 말고, 그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을 위하여 공부해야 할 사람은 비단 젊은이만은 아니리. 나는 물론 상대도 고양시켜주는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가치이리. 이 책은 그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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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6 17:13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