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말 친정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이 인근 타 도시에서 있었기에 기차타고 가서 참석을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식장 이름에다 '00컨벤션 웨딩'이란 말을 붙이는 게 유행인가 보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예식장을 하나 짓고 있는데 이름이 '00컨벤션 웨딩'이었다.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예식장 마음이니 내가 왈가불가 할 필요는 없으렷다~.

아무튼 조금 일찍 간 김에 남의 결혼식도 기웃기웃한 후 조카의 결혼식을 참관했다. 이제 결혼이라는 삶의 두 번째 관문에 들어선 두 젊음은 의욕이 충만해 그 기가 객석에 까지 전해졌다. 부디 순간순간 현명한 판단을 하여 좋은 관계들을 엮어가길 빌어본다.  

내가 온전한 상태에서 상대와 관계를 맺을 때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온전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은 없습니다.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베풀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덕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백 명 중에 고르고 골라도 막상 고르고 나면 제일 엉뚱한 사람을 골라 결국엔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혼생활을 잘하려면 상대에게 덕 보려고 하지 말고,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새겨야 합니다.-10쪽 

인터넷에 떠돌던 법륜스님의 주례사가 '확장증보' 되어 <스님의 주례사>(한겨레 출판)란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 책에는 아쉽게도 십 수 년 전, '실제상황'이었던  그 원조 주례사의 원문은 빠져 있다. 부록으로라도 실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일긴 했으나 이 책의 내용 전체가 주례사에 다름 아니니 아쉬움도 잠깐이었다. 

대신 이 책속에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는 남녀를 앞에 두고 행한 또 한편의 명문주례사가 원문으로 실려였다. 흔히,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면 결과적으로 잘 살기보다 못 살기가 쉬운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본인들도 잘살고 부모의 마음도 풀어지게 하는지 쉽고도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하여간 요 몇 년간 청춘남녀를 위하여 상대의 심리를 파 보여주는 연애 지침서 들이 많이 나오곤 했는데 이 책은 그 중 가장 독보적이라 할 수 있겠다. 스님은, 늘 진리를 갈구하는 구도자적 당신의 삶이 준 혜안과 무엇보다, 오랜 '즉문즉설'의 임상경험(?)을 통해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비법을 통달하신 듯~.

그 통달의 결과물인 이 책은 결혼이라는 관계 맺기를 선택함에 있어서 흔히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오류들을 시원스레 콕 집어준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좋은 조건의 남자는 우선이야 횡재다 싶겠지만 역시 나중에는 '괴로움의 원인'이 된다고. 왜? '인물도 괜찮고, 돈도 있고 교양도 있는 남자는' 세상 모든 여자들이 좋아하게 되기에 필연적으로 아내 입장에서는 항시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다고. 때문에 지금 '좋은' 것이 미래에는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나중에 설혹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현명해 질수 있다고. 아무렴. 
  

특히나 스님은 자녀 아닌 '부부를 중심'에 두는 결혼생활을 강조하였다.   

애를 낳아서 잘못 키워 놓으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아이가 세 살 때 까지만 애를 우선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편은 아내, 아내는 남편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대학에 떨어져도 신경 쓰지 마세요... 아내는 남편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살면 아이들은 전학을 열 번 다녀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자랍니다. 그런데 애를 중심에 놓고 오냐오냐 하면서 자꾸 부부가 헤어지고 갈라지면 아무리 잘해줘도 아이를 망칩니다.....부모에게 불효하고 자식에게만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자식이 어긋나고 불효합니다.-36쪽

언뜻 보면 쉬운 것 같지만 우리네 일상을 보면 거의가 자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과도한 기대에 자녀가 파김치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에게 쏟은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대개 자신 아닌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니 갈등은 필연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내게 있는 법. 

우좌간, 행복한 결혼의 비법, 이 한권에 다 들어있다. 결혼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사안의 '원인'과 '결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미래에 이러저러한 과보를 받지 않으려면 현재 어떤 인연을 지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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