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이 돌아가고 나온 <한겨레 21>(제 762호). 읽을 경황이 없어 표지부터 설렁설렁 보다가 ' 아니 노통얘기는 어디있는거야?' 찾아야 했다. 주간지 표지는 나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특별 증보판' 이 유일한 설명이었으나  그에 대한 내용은 처음도 아니고 중간에 불청객처럼 끼여 있었다. 한참을 넘겨서 노통의 기사를 발견하고.... 긍께, 이것이 이분들의 정체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에 대해선 항상 마음의 빚을 느꼈고 지인들에게도 그 옛날 돌멩이 한번 못 든 죄로 죽을때 까지 봐 줘야 되는게 아닌가 했었는데..... 지금의 한겨레를 보면 선배들의 덕을 까먹으며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부모의 덕을 생각해서 망나니 자식을 용서해 주듯...  어떤날은 확~ 전화해 버려 하다가도 '이 신문이 어떻게 탄생한건데..' 하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놓은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물론 시기적으로 영결식도 되기전 급하게 나오느라 그리했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리재 편집장의 글을 보면 깬다 깨. 물론 그 다음호(763호)는 다를수도... 그걸 사보고 이런말 해야 되는데 아직 안사보고 토를 달아 다소 죄송. 이번주 안으로 사 보기는 하겠...

그러나 이젠 때가 온것도 같다.(물론 그래도 당분간은 전화를 못할지도 모르겠다. 미운정이 들어서...아니다. 모르겠다. 아니다. 모르겠....)

아무튼 이런 상태였기에 '기자들은 다 한 통속이겠지'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시사인> '이숙이'기자는 다를꺼야, '정희상' 기자도 다를꺼야' 조금은 기대를 하며 기다렸다. 또, 그러함에도 막상 우편함에서 시사인을 뽑아들고서는 바로 뜯어보지 않았다. '마찬가지일꺼야.' 이숙이 정희상도 그냥 다른 기자들보다 조금 더 불쌍하게 써줄 뿐일꺼야....ㅉㅉ 상상했다.

그러다, 좀 이르게 밥솥에 전원을 넣고, <시사인> 비닐을 뜯었다. 표지는 뭐 예상한 대로 노무현이었다.

그러나....

노통의 얘기가 어디까지인가 싶어 계속 넘겼는데 넘겨도 넘겨도 끝이 없었다. 83쪽 까지가 노무현 얘기고 나머지 뒤의 95쪽 까지가 삼성무죄판결, 이건희 그룹승계, 그리고 북핵얘기등 이었다. (마지막 96쪽도 노무현 )

특별 기획 제 1부  노무현이 꿈꾼 세상
특별 기획 제 2부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특별 기획 제 3부 노무현의 유산

그렇지!

그의 죽음을 슬퍼한 조문객이 500백만에다, 영결식에 그렇게 떼거리로 모이고, 티비앞에서 울고불고 한 사람들이 부지기수 일진대, 명색이 기자들이라면 이정도는 '기획'해야 기획다운 기획이라 할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고나도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들 눈에는 민망한 노비어천가로 폄하될수도 있겠지만 내눈에는 이보다 더 최선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방위 각도로 보고 해석하고 가까이 모신 지인들의 고백은 물론 시민들의 애도도 각각의 사연으로 소개하는등 ....
이런 기사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같은 사람들이야 특히 나같은 사람은 영결식 핑계대며 상경하여 10년도 더 되어 보는 지기들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대화도 조근조근 나눠가며 영결식을 보았는데 ....

이 기자들은 맘껏 애도할 새도 없이 팔자가 기자라 촌각을 다투며, 눈땡이 밤땡이 된 상주들 눈치보며 취재를 하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평소 기사를 볼때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의 논리성도 보고 설득력이 있는가, 쉽게 썼는가 등도 보는데......(그렇게 보다가 땡기면 그 기자 이름을 기억해둔다. 부러워 하면서... 다음에는 어떤 기사쓸까 미리 궁금해도 하면서..)

이번 시사인의 노무현 특별기획 기사들의 경우, 모든 기자들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참 마음이 느껴졌다. 평소 글이 까칠해 보여 비호감(?)으로 묶어둔 어느 기자의 글도 한편의 시처럼 읽혀졌다. 해서 평소보다 더 많이 형광팬으로 색칠해가며 읽었다.

시민들의 추모글중 기사에 채택이 된것은 단 두장이지만 그 두장을 뽑아내려면 얼마나 많은 조문록을 읽었을까이?
노통의 말을 인용한 글, 회한과 반성을 담은글, 의지를 담은글,존경과 그리움을 담은글, 원망의 글, 아쉬움의 글, 서글픔이 시가 된 글등... 수 많은 추모 글들을 뒤진 시사인 기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남몰래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우리 몰래 이별이 올 줄은 몰랐다."

(이 시같은 추모글은 누가 썼을까? 기자는 어느 길, 어느 분향소에서 이 글을 찾았을까?)

.......

아무튼, 이번주 90호 <시사인> 대박나길 빈다. 추모인파가 500백만이 넘는다면 1가구 5인이라 상정하면 한 100만부쯤 팔려나갔으면 좋겠다. 단돈 3000원. 단돈 3000원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오롯이 추억할수 있고, 추모할수 있다.
그리고 기사내용, 인터뷰 내용 속에서 참 진보는 무엇이고 진정 사람사는 세상은 어찌해야 되는지 생각해볼수도 있고 또,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수도 있을 것이다.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말하자면 영화처럼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기에.
직접 읽고 확인하시길~~그러면 기쁨 두배, 세배, 백배....^^

(시사인 기자님들, 살짝 고백하자면 저는 시사인을 볼때 '편집국장의 편지' 옆에 있는  시사인 식구들 이름을 처음부터 맨 밑까지  먼저 읽어내려 갑니다. 보면서 한분 한분 별과 같은 존재라 생각 한답니다.^^ 아부가 넘 심했나요. ㅋㅋ 이번 일 기획 취재하시느라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특히 저번 조희팔 사건을 다룬 정희상기자님의 어느 분석 글은 넘 명문이라 감사의 쪽지하나 보내야지 하다 차일피일 하였는데 이번에 보냅니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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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0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책소개랑 문화소개란이 빠진 건 아쉬웠습니다.

아, 한겨레 위기라면서 자꾸 받아달라고 전화오는데, 컨텐츠가 마음에 들어야 할게 아닙니까 --;;

폭설 2009-06-05 09:48   좋아요 0 | URL
책 소개는 그곳 아니라도,
멀리 갈것없이 이곳에서도 충분하지 않을는지요?^^

2009-06-04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5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르샤빠 2009-06-0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사인 관계자입니다.고맙습니다.

폭설 2009-06-06 17:26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