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가까운 곳에서 아주 작은 비석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8시 21분
이시각 나의 일상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남편은 회사에 볼일이 있다기에 '그럼 나 혼자?' 하면서
조조영화 보러 갈 채비를 차렸다. 아침을 준비하고, 머리를 감고... 그렇게 준비후 영화 시간표 알아보려
잠시 컴을 들여다 본후 집을 나섰다, 9시 20분쯤. 버스를 타고 10분 쯤 가서 내려, 다시 15분쯤 걸어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횡단보도에서 둘째 조카의 문자를 받았다.
'고모, 뉴스 속보 봤나?'
(무슨 뉴스 속보이기에 내용도 없이 속보 봤냐는 소리만 할까. 살짝 어두운 생각이 들었지만 내 주변엔
속보에 나올 만한 사람이 없기에 태연하게)
'무슨 속보? 나 영화 보러 왔어.' 껌을 짝짝 씹는 그런 기분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바로 조카로 부터 전화가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을 하셨대...."
어? 입이 딱 벌어지면서 ..
"정말이가? 이 시풀놈들이 이제 사람까지 죽게 만드네.."
가신님이 말한대로 삶과 죽음은 하나이고 슬퍼할 이유없기에, 팔순까지 살고 갈때도 편하게
갔기에 몇년전 울 아부지 돌아갔을때도 눈물 한방울 안 흘렸는데..... 주루룩 눈물이 흘렀다.
내가 우니 옆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아자씨가 힐끗하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 하셨대요...ㅠㅠ"
옆의 아저씨왈,
"자살 할 만 하니까 했겠죠."
(이런 씨~~~**) 순간 열이 나서 나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지만 소리를 꽥! 질렀다.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수가 있어요! "
(대구 민심엔 사람이 죽어나가도 아직도 이런 개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극장이고 뭐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기에 가장 먼길을 택해 걸었다.
걸어오던중 남편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가 영화보느라 그 사실을 모르는줄 알고,
영화 보는 중이라도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이미 들었다..."
통화후, 빙빙돌다가 시장엘 들렀는데 삼삼오오 속보를 얘기하고 있었다.
어떤 할매: "그래 디비싸이(뒤지니,뒤를캐니) 우째 견디겠노?"
서너명 아자씨들: "우리 엄마도, 아부지 몰래 돈도 주고, 내 말썽도 무마해 주고 그랬다. 그게 다 어미 마음이지
대통령가정이라고 다를게 뭐있노. 마눌이 뭐했는지 모르는게 당연하지. "
또 어떤 할매: 그리 묵었씨이 죽었지. ( 이 할매도 대단한 사람 ㅉㅉ...)
천천히 시장통을 걸으며 귀를 열어 들으니 10의 8은 노대통령을 동정 하는 것 같았다.
꼴보수 바닥도 이런데 다른 지역은 오죽할까. 계속 그렇게 걷다가 노상 꽃집에서 꽃집 아주머니의
탄식을 들었다.
"아이고, 그러기...참말로.."
그 와중에도 꽃이 눈에 들어와 꽃 가격을 물었다.
"천오백원씩, 세개 다 마아, 4000원에 가저가소, 맞수해주이소."
맞수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흰꽃이 아닌 붉은 꽃으로 가신님을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이 꽃을 잘 키워서 매년 이 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노무현대통령을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돌고돌면서 걸어 집에오니 영화 한프로 보고 돌아온 시간과 얼추 같은 시간이었다.
돌아가신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나는 그에게 흰꽃을 바치고 싶지 않다.
이 붉은 제라늄으로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그는 이 꽃보다 훨 아름다운 사람이고, 매력적인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이고....
나는 이 꽃을 커다란 꽃나무가 될때까지 정성껏 키울 것이다.

어제는,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새(알고보니 황조롱이) 기사에 대한 문의를 해와서 즉,
'사진속에 있는 죽은 새 다리 '혹 어미새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였다.
새끼에게 먹이가 되어주고 떠나는 그런 상황으로 판단 하신듯해서
"저도 혹 '살신성인'한게 아닌가싶어 살폈는데 자세히보니 다른 새의 다리였어요." 하면서
그 ' 살신성인'이라는 말에 둘다 웃었다.
그랬는데 오늘은 그 '살신성인'이 현실이 되었고나.
그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이 짐지운 자결이자 살신성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가 힘들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지난 1년 우리나라의 모든 총체적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자식이 사고치면 부모가 잠못 이루듯, 심한 가책과 책임을 느끼듯... 그 누구도 아닌 전직 대통령으로서 매순간 힘들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였으리.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느낌이라고 하셨나.
입에 발린 충격, 애도 아닌 그 말에서 눈물이 주주룩 흘렀다.)
....
가신님은 말이 없으나...
국민들은 '님은 갔어도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하겠지.
사실 따지고 보니 나는 노사모 회원이 아니었네. 노사모 회원도 아니면서 심정적으로는
늘 노사모 회원이란 착각을 하고 살았다. <고민하는 힘>의 강상중 교수가 자신의 정체성은 타자가
만들어 준다고 했던가. 내 주변 타자들은 당근 나를 노빠로 알고 있다. 그러니 나의 정체성은 노사모 맞는가.
거슬러, 10여년전 <한겨레 21> 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하면서 명함판 얼굴과 함께 지지율을 공개했을때 나는,
거의 꼴찌에 가까웠나, 꼴찌였나, 아무튼, 그런 노무현에게 점수를 주었다.
이사람 단단하고, 소탈하고, 똘똘해서 대통령하면 잘하겠다고 주저 없이 꼽았다.
그후, 강준만 교수도 노무현을 말하기에 얼마나 기쁘던지. 2002년 대선결과 예측발표를 했을때의
'그 순간'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것이다.
나와 정반대의 투표를 했던 사람들과 밥을 먹었기에 표정관리 하면서 비명을 몰래몰래 흘려 내보냈었다....그래도
얼굴에 번지는 미소는 어쩔수 없어...
이젠 모든 것이 추억이다.
어떤이에겐 이번일이 노무현을 새로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리라.
아니, 대한민국이 바뀌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이런 일이 생기고 안 생기고를 떠나 그전 부터 그를 부정한적이 없었기에 아쉬움은 없다.
인생 공수래 공수거, 먼저가고 늦게 감이 있을뿐.
다만,
언론에서 9일장이니 7일장이니 하던데 그런것 없이 당분간 시신을 보존 했으면 좋겠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흐를 눈물 다 흘렀을때,
이젠 본인 유언대로 화장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을때,
그때, 화장을 하려면 하던지...비석을 세우려면 세우던지.... 지금은 그분이 째깍째깍 시간의 흐름과 함께
7일이나 9일후 한줌의 재가 되신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없다.
산 자의 미련이고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7일이나,9일만에 가시면
견딜수 없을것 같다. ㅠㅠ....
그래서 아직은 다음생의 복을 빌어 드릴수없습니다.ㅠㅠ
....
마지막으로 , 자주 펌글로 소개 했던 김동렬님의 글을 역시 펌한다.
<그 분은 알고 계셨다.> ....김동렬
2003년 청와대 들어가시면서
"1년 안에 죽어서 나올 수도 있다"고
예언처럼 말씀하셨지. (문성근님한테 들은 말)
과연 1년 안에 탄핵을 받으셨지.
그러나 불꽃처럼 살아나셨지.
광화문 거리 가득 메운 촛불 기운받아 살아나셨지.
당당하게 살아서 청와대를 나오셨지.
칼 든 자들 없는 조용한 시골로 내려가셨지.
살아서 나온 것만도 어디야.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이지.
그리고 퇴임 후 1년만에 살해당하시네.
시골까지 쫓아온 칼든 자들에 의해 몸 놓으셨네.
당신은 알고 계셨네.
아웃사이더에서 인물이 나오면 어떻게 난도질 당하는지.
도와주는 이 하나없고
약간의 실수라도 있으면 '거봐 내가 뭐랬어' 하고 물어뜯는건
한겨레나 조중동이나 다를 바 없지.
배운 자나 못배운 자나
가진 자나 못가진 자나 모두가 한 통속이 되어 물어 뜯네.
가진 자는 무서워서 물어뜯고 못 가진 자는 질투해서 물어뜯네.
"그래! 인생은 굵고 짧게, 치열하게."
그 분 마지막 가르침이네.
조기숙교수가 검철청 문 앞에서
"사랑합니다"하고 외친 것은
당신의 결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웃으면서 천상병과 둘이 막걸리 한잔 하고 계실 것이네.
방법은 하나 뿐이네.
우리가 역사의 기록자가 되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