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디파이언스>를 보기 전 두 편의 '작전' 예고편을 보았었다. 하나는 톰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였고 다른 하나는 박용하의 <작전>이었다. 두 개의 '작전'예고편을 본 옆지기 왈.

 "똑 같은 작전인데 두 번째 작전(박용하의)은 왜 저리 없어 보이노..."

나또한 그렇게 느꼈기에 '푸훗~' 웃음으로 동조했으나 뒤끝은 씁쓸하였다. 서구사대주의에 빠진 것일까. 아니면 객관적으로 우리가 확실히 못났나. 동남아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좀 잘나보이듯 저들이 우리보다 잘난 것은 사대주의 아닌 사실일까.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이렇게 인간들을 차별하여 내질러 주셨나.(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고 모든 존재는 있는 그대로 다 귀할지니)

아무튼, 예고편에 실망해서 영 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 주식에 살짝 발을 한번 담가본 사람으로서 주식공부 마무리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한번 보자 싶어 보았는데, 영화는 상상 외로 두루두루 흡족하였다.

주인공 강현수(박용하분)는 저대로 끝인가 싶은 순간순간들을 매번 넘기며 구사일생 살아남았는데 그것은 시종 관객에게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각본도 훌륭했고 배우들 또한 다를 너무 '적역'이었다. 어쩜 그렇게 각자 맡은 역할들을 맛깔나게 소화하는지, 그들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조연들의 연기가 눈이 부셔...

'저분은 분명 뜰 거야' 누군고 하니 '덕상이'역의 박재웅이다. 오호라, 그 멍한 표정.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우직한 건지, 아니면 나름 꿍심이 있는 건지 아무튼 그 표정. 첫눈에 반해버렸네.(웃음) 뿐인가. '됐어, 거기까지'의 황종구(박희순분)는 또 어떻고. 현실에 저런 인물이 주식시장을 휩쓸고 다니고 내가 만약 그 주식에 물렸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브라이언 초이(김준상분)의 오도 방정, 증권사 직원 조민형(김무열분)의 뺀질뺀질. 연구보다 연구비 조달이 힘겨워 축 쳐진 어깨의 윤상태박사(유승목분)와 그것을 이용하는 재벌2세 망나니 동창의 기름진 자태. 심지어 황종구가 잡혀갈 때 단 한 컷 나온 형사아저씨 마저도 어찌 그리 실재 같은지...

금감원 직원으로 나온 이재학(김승훈분)도 어쩜.... 어리 쑥하고 수줍은 외모이나 '내모'는 수재의 느낌에다 우직하게 정도를 걷는 공무원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해 실지 금감원에도 저런 공무원 많이 있어주었으면 하며 살짝 소망하기 까지 했다.

아무튼, 위에 언급한 분들 외에도 어느 하나 빠지는 분이 없었다. 주연 조연이 따로 없고 모두가 주연 같은 완벽한 영화였다.

대한민국 주식시장 안 망하는 이유

이 영화에서 특히 무릎을 치게 한 대목은 다른 아닌 증권사 직원 조민형의 다음 한마디였다.

 

"대한민국 주식시장 안 망한다. 왜? 개미들이 있으니까."

개미 중에서도 가장 작은 불개미의 한사람으로 주식시장을 경험해본 사람의 입장임에도 그말은 너무도 쓰라린 말이었다. 하물며 큰돈 투자한 사람이라면, 해서 큰 손실을 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아릴 것인가. 그나마, 돈이 없어 큰돈 투자할 수 없는 입장인 내 처지가 오히려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풍부한 정보력에다 대 자본을 가지고 자기네들끼리 손잡고 개인투자자들을 그럴듯하게 유인하는 데는 아니 당할 수 없으렸다. 물론 한두 번 이길 수도 있겠지만. 아니, 나름 고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고수의 경지에 오르자면 수업료는 또 얼마나 지불해야 할 것인가. 그러니 수업료 내지 말고 고수 안 되는 것이 돈 버는 것 아닐까. 하려면 자기자본의 최소로만 하든가.

하여간, 이 영화를 보고나니, 소위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목적이 좋으면 투자자들 또한 '순한 투자'를 하지 않을까. 영화 마지막 '슈퍼개미' 분의 말씀.

"처음엔 무조건 이윤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번 돈은 쉽게 까먹게 되더군요.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보니, 가치 있는 기업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기업의 장래를 보는 가치투자를 하게 되었지요."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영화배우 폴 뉴먼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그 수익의 전부를 사회에 환원했다던데 그런 기업들이 많아지고 개미들 또한 그러한 기업에 투자하면 서로 상생하지 않을까. 아예 주식시장 같은 것을 없애버리면 개미들 손해 볼 일도 없겠지만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판 갈이가 되지 않는 한 불가능 할 터이니 그 대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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