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파이언스>

요즘이라고 말하기에는 시간이 좀 흘렀나. 언제였더라. 지난 연말이었나 연초였나 ...
아무튼, <디파이언스>(저항, 항거), 좋은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극장에서 돌아가고 있을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바람에 영화는 본의아니게 욕을 얻어먹지 않았나 싶다.

나또한 영화를 보면서 욕을 했다.

'아니, 이렇게 고생을 했던 넘들이 왜 왕년의 가해자들 보다 더한 가해자가 되어 아무 죄없는 사람들에게
폭탄을 퍼붓고 난리야! 폭격하지마! 시풀, 승질 뻗쳐서 정말!'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유대인 수난영화가 다각도로 계속 조명되길 바란다. 디파이언스는 그런의미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잘 그렸다고 본다. 전혀 저항한번 못해보고 가스실로 , 강제노동으로 살다 무참히 죽은게 아니라 나름 항거하며 파르티잔으로 200여일 산속에서 버티다 해방이 되었으니. 먹을 거리가 부족한 공동체 생활의 버거움, 그 와중에도 사랑은 삭트고 아기는 태어나고 질투는 분노로 터져나오고....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는 내가 처음으로 본 유대인 수난 영화였다. 말로만 듣던 히틀러의 만행이 저런것이었구나, 유대인들이 너무 불쌍했다.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를 보고는 유대인의 후손인양 독일군을 저주했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는 저 힘든 상황속에서도 저렇게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얘기해주는 주인공에게
짝짝짝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유대인에 대한 연민은 그 세편으로 족했다.
<글루미 썬데이><케논인버스><블랙북><버드가의 섬>...등을 볼때면 영화속의 유대인들에게는 충분히 연민을 느끼나 그만만큼 오늘날 유대인들에게 증오를 느끼게 되었다.  <뮌핸>을 보고는 단지 연기를 했을 뿐인데 에릭바나가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스라엘의 행태가 꼴보기 싫으니 유대인 영화 더이상 만들지 말라'에는 반대다.
계속 만들어야 한다. 계속보면 과거의 유대인에게는 연민을 느끼지만 그 반대로 오늘날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더 분노하게 되므로.... 알파치노가 열연했던 조폭영화속 조폭들은 영화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반대로
그 영화들은 현실의 조폭들을 몰락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던가.

그러니 유대인 수난영화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계속 만들되.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서 꼭 부연설명 한줄을
끼워넣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과거에 이렇게 수난을 당했던 그들이건만 오늘의 그들은 과거의 그들 못지 않게 악랄하다라고 말이다. 더 하다고 말이다. 시간적으로 과거의 유대인 수난은 2차대전이 끝남과 동시에 끝났지만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수난은 60년을 넘기고도 아직도 진행중이기에 ... '60년' 이 숫자와 '현재도 진행중'이라는 글자를 꼭 넣어서 부연설명해 주길 바란다.

2.<발키리>

어떤이는 예고편만 화려하다고도 하던데 나는 이 영화도 좋았다. 영화를 본후 며칠이 지나도 영화의 잔상이 남았고 실로 몇년만에 톰크루즈가 새롭게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영화가 영어아닌 독일어로 말해졌더라면 사실감이 들었을텐데, 독일사람들 이 영화보면 제대로 감정이입이 될까 싶었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게이샤들이 오네에상(언니)오까아상(엄마) 따위만 일본어로 하고 나머진 죄다 영어로
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미국영화보는 유럽사람들의 고뇌를 알았다. ㅋㅋ... 러시아 황제도 영어, 프랑스 루이 14세도 영어를 쓰니 얼마나  코미디냐 말이다....그렇긴 하나 뭐 이젠 너무 익숙해서 자국어들 보다 영어가 더 편할지도 ㅎㅎ..)

이 영화를 통해 안 사실, 히틀러 암살계획이 공식적으론 10여회, 비공식 집계로는 40여회라던데 암만, 그런 시도가 없었다면 말이 안되쥐. 독재하면 결국은 암살이 따른다는것을 오늘날의 독재자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다들 이 영화 봤나 모르겠네..^^

3. <피아노, 솔로> <비발디>

대구 동성 아트홀에서 두 영화는 상영되었다. 그런데 그 뒤를 대기하고 있던 <워낭 소리> 때문에 조기 종영 되었다.
괜찮은 영화들이었는데 ....쩝.

원래는 <비발디>가 목적이었으나 <비발디>가 2회차이고 <피아노, 솔로>가 1회차라 나가는 김에 두편 다 보게 되었는데 <피아노, 솔로>에서 다량의 눈물을 쏱고 말았다. 내가 재즈를 알았더라면 더 감동했을텐데 재즈에 흥을 못 느끼는 사람이라 음악에 대해서는 그냥 보통이었는데 천재 재즈음악가의 불운한 삶과 그것을 바라봐야 하는 그 가족들의 안타까움에서는 너모 안되서 주룩주룩~~~

재즈를 좋아하고 '쳇 베이커(전설의 재즈 음악가)'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 꼭보시길... 이 영화 주인공께서 쳇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주자 였다는데.... 무엇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남자배우. 이름을 까먹었는데 .
워매, 살다살다 이렇게 잘난 배우는 진짜 처음이오.^^

이 배우에 비하면  톰크루즈가 아무리 잘나봐야 기럭지가 짧을 뿐이고, 클린튼 이스트우드가 아무리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봐야 이젠 너무 할배라 그의 젊었던 과거가 떠오르지 않을 뿐이고,
제임스 맥어보이가 아무리 떠오르는 감수성이라 해도 화무십일홍이라면.
( 이 배우, 잠깐, 검색해서 이름을 올려야 겠다.)

이름하야 '킴 로시 스튜어트' 이탈리아산. 41세. 188센티...(워매~~)

미켈란 젤로가 잠시 환생하여 이분을 조각해놓고 돌아 간듯한 완벽한 외모. 게다가 독립영화감독으로서 칸인가에서 본선에 오르기도하는 등 아주 장래가 촉망되는 감독이자 배우라는데.. 암만. 충분히 그런배우. 그러고도 남을 배우.
이런 배우와 공간상의 거리는 있지만 동시대를 살면서 늙어간다니 저절로 엔돌핀이... ㅋㅋ

<비발디>는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봐둘영화. 비발디의 음악은 비발디가 죽고 200년(?)도 더 지나서야 비로서 악보가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늘에서도 그 긴세월 기다리느라 지겨웠을터.
그래도 행님, 그만큼 더 사랑 받잖아요.^^ '빰빰빰 빠라빰~~빠라빰빰빰 빠라빰~~~'

4.워낭소리

설명이 필요없네. 대박은 필연일세.

보통 동성아트홀에서 영화를 볼때면 많으면 20명 적으면 두세명 이었기에 표를 사도 좌석 번호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아 그런데, 살다살다 동성아트홀이 그렇게 붐빌줄이야! 함께 본 첫째아이에게 동성아트홀을 소개하기를
'관객이 별로 없고 극장도 작지만 영화는 아주 우수한 그런 극장'이라 했는데 본의아니게 거질말 쟁이가 되었다.

"엄마, 관객이 없기는 뭐가 없노. 이렇게 많구마는."
"글쎄..  이 극장에 이런 날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완전 잔치집이고만."

정말이지 내 일처럼 기뻤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자세도 좋았다. 미리 연습이라도 한듯 추임새를 넣는데
연습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혼연일체의 화음을 넣는지...강추!

송아지 팔아 공부한 사람들은 더더욱 강추~~~

5.<체인질링>

이 영화를 보면서 , 어떻게 1920, 30년대의 미국 상황과 오늘날 우리의 상황이 완벽하게 겹쳐질수가 있는지 놀랐다.
7,80년의 시차도 거뜬히 뛰어넘어주는 오늘날 우리 상황에 가심이 답답. 아이고오!

경찰.
자신들의 오류를 숨기기 위해 죄없는 시민을 정신병원에 감금하질 않나.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아이를 차에 태워 유괴해가는 살인범의 수법은 긍께 이때부터 태동했었네..ㅠㅠ

그러나, 살인자가 아무리 완전범죄를 저지르고, 또 권력기관이 그 권력으로 시민을 짓누른다고 하여도 어둠이 빛을
이길수 없듯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 모두들 권력앞에 설설기는듯 하지만 그 서슬 속에서도 용기있는 자는 꼭 나오게 마련이고 그 용기에 하나둘 모여드니 옛사람 말대로 '권불십년'  그 이상 가기어려워라. 또, 살인자는 결국 꼬리가 밟히게 되더라.

<체인질링>은 전국민이 봤으면 하는 영화다. 그리하여 '정의'가 이기는 것을 영화로라도 느낄수 있었으면...
아, 이렇게 봄이 오듯 '정의' 또한 '강물처럼 흐르는'세상이 빨리 왔으면..... 마음의 촛불도 부처님은, 하느님은 굽어봐 주실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9-02-0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인상적인 영화 이야기에요. 얘기해준 영화들 다 보고 싶네요. 디파이언스는 배우가 맘에 안 들어서 별로 안 땡기지만, 특히나 피아노 솔로! 이탈리아산..ㅋㅋㅋ 웃겨요.^^

폭설 2009-02-05 10:49   좋아요 0 | URL
저도 디파이언스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구체적으로 전혀 멋있지 않은 그 립술이 부담스러워 저어했는데 보고나서는 다니엘씨에게 급호감을 갖게 됬어요.

급호감은 좀 후했나... ㅋㅋ 영화를 잘 살렸어요. 착한 통솔력, 고뇌하는 두목의 모습... 잘 표현했어요. 무엇보다 <블러디 다이아몬드>의 에드워드 즈윅감독의 작품이니 작품이 좋아서 더 빛났던것도 같아요.^^


마노아 2009-02-05 20:35   좋아요 0 | URL
블러드 다이아몬드 엄청 인상 깊었어요. 그 감독이에요? 그렇다면 생각을 좀 고쳐 먹어야겠어요!

폭설 2009-02-06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보고나시면 분명 다니엘씨가 다시 보일거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