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집에 있던 화분들이다. 예전에 일렬로 쭉 늘어 놓았을 때는 그냥 무덤덤 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정리된 것을 보니 참 예뻤다.
가만 보니 화초만 예쁜 것이 아니라 꽃그릇도 예뻤다.
우리집 화분으로 말하자면 대개가 짝퉁 청화백자(?)가 대세인데 친구의 화분들엔 청화백자가 없었다.
대신 저마다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는 단 하나뿐일것 같은 화분들만 있었다.
이꽃 저꽃, 이그릇 저그릇 , 어느 하나 버릴것 없이 다 예쁘구나 감상하던중,
문득, 꽃그릇도 주인을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내가 촌스럽듯이 내 화분들도 가만보니 다들
촌스러웠구나 하는 생각이..ㅎㅎ. 말이 좋아 청화백자지 아기자기한 맛이 전혀없는 모양새들.
물론 나름 변명거리는 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외모보다 내면과 내실이 중요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항상 이런 변명으로 나의 약점을 연명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나의 꽃들에게도
후줄그레한 옷들을 입히고 말았다. 옷이 중요한게 아니라 무럭무럭 자라는
튼튼한 이파리와 줄기, 뿌리가 중요하다면서...ㅎㅎ.
물론 보답하듯 나의 화초들은 튼튼하다.
그러니, 그렇기 때문이야 말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옷(화분)을 입혀줘도 좋으련만...
난 너무 무심하고 심지어는 몇년의 세월이 흘러 엄청 커버린 화초에게도 여전히
몇년전의 옷을 입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옷 갈아입히기 싫어서 새로산 화초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미래를 생각하며 큼지막한
옷을 입히기도 했다.
반성한다. (그러나 반성이 행동으로 옮겨지기에는 수년이 걸리지 싶다.^^)
하여간 친구의 꽃들과 꽃그릇들은 너모 예뻤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옷 또한 집에서 입는 월남치마나 운동복 조차 예쁘다.
나는 외출복도 딱히 없고 집에서나 밖에서나 만년 청바지에 면티하나로 개긴다.
나야 말로 내 화분 만이 아닌 내 몸에 걸친 옷도 그러고 보니 '청화백자'에 다름 아니었네.ㅋㅋ
(아래는 분위기 없는 내 화분.. ㅠㅠ )
친구네와 비교되는 내 화분. 지인 들은 위의 벤자민을 볼때마다 키에 맞고 좀 어울리는 것으로 화분을
바꿔 주라는데 나는 늘 건성으로만 알았다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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