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비타민

 
16일 한국방송 제2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비타민> 243회 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성형! 오해와 진실'이란 알림문구와 함께 '가슴성형'에 관한 모든 것을 <비타민>의 고문 의사인 권오중 박사가 일목요연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너무도 명쾌하게 설명을 잘하기에 저분 전공이 뭔가 궁금하여 <비타민>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 그는 가슴성형전문가이며 '대한유방클리닉 협회' 회장이었다. 그분의 가슴성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족집게 설명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을 가슴 성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공개강좌가 아닌 공중파에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 중에서도 협회의 '짱'인 사람이 그러한 설명을 하니, 평소 가슴성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여성들이 보았더라면 혹하고 넘어가기 딱 좋은 방송이었다.

또, 가슴성형 하고 싶다 생각은 해도 성형외과 문지방 넘기가 무서운 여성들에게도 속 시원한 예비교육이었을 것이다. 나같이 성형천국을 싫어하는 사람도 그 프로를 보다보니, 가슴성형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내가 좀 모자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형을 부정적으로만 본 나도 그랬는데 외모에 한창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보았다면 오죽할까 싶었다.

실태를 알려주는 <VJ 특공대>도 아니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간판 건강프로그램인데, 이렇게 가슴성형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는 것은 아무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는 '치아성형'에 대해 방송을 해서 '<비타민>이 시간대를 옮기면서 색깔을 바꿨나' 고개를 갸웃 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 '가슴성형 편'을 보고, 이건 진짜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들어 누리집에 가보니 '치아성형 편' 전에는 '지방흡입 편'이 방송됐다. 물론 '스페셜, 성형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16일 방영된 <비타민> '가슴성형 편'을 보고 제일 쾌재를 부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물어보나마나 성형외과 의사들일 것이다.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았는데, 최고의 유방성형전문가가 1부터 100까지 상세히 설명해줬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제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가슴성형을 하지 않겠는가.

재건성형이라면 몰라도...

몇 년 전 시어머니가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수술 후 6인 침실에서 회복 중이었는데 어머님 맞은편 침대에 젊은 여성 두 명이 누워 있었다. 아무리 봐도 어디 아픈 사람 같지 않아서 어머님께 물었더니

"세상에, 앞의 두 처자들은 아직 미혼이고 나이도 서른 초반들이라는데 유방암에 걸려서 한쪽 유방들을 잘라냈다는구나."
"네?"
"우야노. 아까 의사가 와서 우선 퇴원하면 가슴에 끼우라면서 볼록한 것 하나 주고 가던데 안 할라카데."

현대 여성들에게 유방암 발생 빈도수가 높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애 다 낳고 살만큼 살은 중년의 아줌마들에게나 찾아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나이와 상관없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비혼인 그네들이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을 생각하니 보는 내가 짠했다.

그러나 '뽕브라'로 견딜 수 없을 경우 차선책으로 가슴성형을 하면 되니 그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게다가 가슴성형 같은 경우는 어려운 수술 축에도 들지 않으니, 병으로 어쩔 수 없이 가슴을 절제한 사람에게 '가슴 재건 성형'은 심장이식, 간이식처럼 고귀한 수술이다.

즉, 가슴성형도 '재건성형'의 경우라면 얼마든지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미용 성형이라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기 육체에 대한 '주눅'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증폭되었다가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는데 요새는 전문가네 하는 사람들이 그런 자연스러운 소멸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더구나 <비타민> 16일 방송에서는, 재건성형에 대해서는 한줄 나올 뿐이고 오로지 미용성형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들려주었다. 그냥 일개 성형외과 의사가 아닌, 공중파 인기 건강프로 '고문 의사'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라면 종합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성형수술이 너무 일반화 되어있는데 이거 바꿔야 합니다. 처음에는 눈, 코가 주류였다면 요샌 가슴, 엉덩이, 턱 등 칼 안대는 곳이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그렇게 하는지 한번쯤 자문해 보십시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이여, 가슴성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따뜻한 가슴을 가지는 것이고 나아가 당당한 자아를 확립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일까?  

<비타민> 제작진이 시청자의 궁금증만 풀어주고 시청률만 높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업방송도 아니고 국민 시청료로 운영되는 방송이라면 적어도 시청자가 보기에 성형외과 홍보를 해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