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이 끼인 3박 4일의 연휴,
남편이 그 기간 만큼 '가'를 '출'할 일이 생겨 얼씨구나 친구들을 불러 들였다.
아이들이 여럿 모이니 시끌 벅쩍해서 정신없기는 했으나

스물에 만난 사람들을 마흔줄에도 여전히 보게됨이 새삼 불역락호아!

9,10,일은 내집에서 자고 11일 저녁은 팔공산 자락 조그만 절에서 잤다.
12일이 부처님 오신날이라 찾게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게 2년전이라  생각했는데 스님은 3년전이라 했다.
"벌써 3년씩이나 흘렀단 말인가요? 엊그제 같은데..."

스님은 머리가 훤하니 그새 더 늙으셨나 우쨌나 감이 안 잡히고 .... 피부는 잡티하나 없이 오히려 더 좋아지신듯..
그러나 또 자세히 뵈니 3년전 그때보다 우째 좀더 외로워 지신듯...

손전화엔 카톨릭 성인 얼굴이 있는 매듭달고,
평상시엔 무신자
절에서는 불신자도 아니면서 연등달고.....

사실 뭐니뭐니해도, 부처님 오신날은 핑계고 내 속셈은 절밥에 있다.

'아, 이 얼마만인가. 3년동안 못 먹은 것 까지 왕창 보충해야쥐~~'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절에서 주는 밥은 정말 맛있다.
마늘 한조각 고춧가루 한숫가락 넣지 않는데 어찌 그리 맛있는지.
맛이 온화하고 담담하고 순하면서도 먹고난 뒤의 여운은 벅차고 진하다.

특히나 이번에는 절임 고추에 뻑 갔다.
액젖에 절인 그 풋고추들은 어찌나 맛있는지 밥을 두번 세번 추가로  
먹게 만들었다.

맛있는 반찬 하나에 꽂히면 다른 반찬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한우물만 파는데...
만땅 기름을 채우듯 가득 채우고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김치찌개에
푹 빠졌나 보았다.

호기심에 한 젓가락 집어먹었다가 워매, 절임고추랑 막상막하 용호쌍박이네~~~ 허나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고 스님에게 조리법을 물었다.

"들기름이 비법이여. 김치를 넣고 푹 끓인다음 마지막에 들기름을 한숫가락 진하게 두르고
설탕 조금 흩뿌려서 한소끔 더 끓이면 이렇게 되요."

11일 저녁엔 절임고추에 홀렸는데
12일 아침엔  애호박이 내눈을  꼬셨다.

"아니 어쩌면 애호박이 이렇게 더도덜도 아니게 딱 알맞게 익은데다 물기도 없이 깔끔하네요."
애호박을 직접 볶으신 보살님 왈,

"애호박을 반달로 썰어서 살짝 데친다음 들기름과 소금을 넣고 간을 하면 요렇게 되요."
"단지 그렇게만 했는데도 이렇게 맛있어요? 세상에~~~"

집에서 애호박 볶아보신 분들은 알리라. 어떤 것은 너무 익어 부서지고 어떤것은 덜익어 간이 안 베고
...

아침에도 애호박을 비롯하여 여러 맛있는 반찬이 있었지만 저녁에 하도 먹어
배가 전혀 꺼지지 않아 많이 못 먹었다. 물론 그래도 한공기 기본은 하였다.

이제 남은 한끼는 점심으로 먹을 비빔밥.

비빔밥을 최대한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소화를 시켜야 하는 법.
서울에서 온 지인과 민들레와 뽕잎을 뜯으러 근처 받뚝을 돌았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앞도 뒤도 옆도 산산산.... 산너머에도 산 그 너머에도 산산산....

연초록이 절정이다 보니 산들의 자태도 풍성하면서도 풋풋한 청춘의 향기가 물씬물씬~~

하늘도 어찌 그리 맑고 푸른지....
공기는 어떻고... 도시에서 병든 사람들 그곳에 와서 1년만 살면 왠만한 병은 다 고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쎄... 단 하나 외롬병은 못 고치려나...
.




......................



(혹시나 날아갈까 중간에 저장하고 마저 썼는데 어찌된 샘통인지 뒤의 것들이 죄다 날아가 버려

의욕상실)








결론은, 3년만에 다시 찾은 절에서 절밥 배부르게 먹으며 부처님 오신날을 오로지 ‘식욕’으로

축하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러한데, 눈을 감아도 떠도 팔공산 자락이 펄럭이며 당췌 나를 놓아주지 않으니 이일을 어이할꼬... 어이 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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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0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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