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월 6일(설 전날) 경산시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22살의 베트남 신부가 투신했다는 뉴스는 충격이었다. 다른 도시도 아니고 내가 사는 도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기에 더더욱 충격이었다. 서둘러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베트남에 보냈다는 대목에서는 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타인인 나도 분노를 멈출 수가 없는데 그 부모는 오죽할까. 

어린 딸을 한국에 시집보낸 베트남 가족들은 딸의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뼛가루가 된 모습을 봐야하다니.... 베트남 가족과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에 난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말이 통하는 중국동포, 핏줄이 통하는 사할린 동포, 그리고 영어 잘하는 필리핀신부에 눈독을 들이다가 여러 문제가 생기자 돌고 돌아 ‘남편에 순종하고 냄새 안 나는’ 베트남 신부에 열을 올리던 우리네 천박한 이기심이 기어이 일을 낸 것이다. 

이젠 정말, 말이 좋아 국제결혼이지 불평등한 국제노예결혼을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본다. 결혼 중계업체의 설명대로 순종 잘하고 부모 잘 섬기는 그녀들이 오죽하면 자살을 했겠는가. 문제는 그녀들이 아니라 우리 쪽이 문제이다. 아무리 돈으로 신부를 산다지만 나이차이가 10년 20년 나는 것은 애초에 파국의 불씨를 안고 결혼하는 것이다.

남녀 관계는 그 어떤 화학식 보다 어려운데 돈으로 모든 것을 뛰어 넘겠다는 것은 생각부터가 틀려먹었다. 언젠가 신문을 보니 한국 총각이 1000만원을 들이면 베트남신부 가족에게는 많아야 40만원이 떨어진다던데 베트남까지 왕복하는 경비를 뺀다하더라도 중개업자들의 이익이 너무 크다. 

이런 악덕 중개업자 말고, 결혼 후의 삶을 지원해주는 시민단체도 필요하지만 결혼자체를 합리적으로 연결해주는 지원 단체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결혼 후보다 결혼 전의 마음가짐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일정교육(남성과 그 부모)을 받게 하고 상담하여 외국여성과 결혼해도 손색없을 가치관, 세계관이 보이면 만남을 주선하는 등 말이다. 

외국인 신부에게 전통문화 강요하지 말아야...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한국 남성이라면 일단 그 마음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잊기를 권하고 싶다. 결혼할 남성은 물론 그 가족들도 상대 신부에게 한국의 관습, 인습을 강요할 생각을 아예 말아야 한다.

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 시댁식구들과의 관계 맺기와 차례, 제사 등 유교문화를 따르려면 회의가 들고 피하고 싶어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 신부들은 오죽할까. 게다가 말이 안 통해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가 없는데 어떡하라는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얘긴데 진정 외국인신부와 결혼할 생각이라면 다른 아무것 생각하지 말고 결혼 후, 한 2년 정도는 둘만 살면서 서로의 말을 배우고 가르쳐주기에만 몰입하면 어떨까싶다. 

부모 모시고 인사드리고 자식노릇하고 이런 것 다 치우고 오로지 두 사람 만 깨를 볶으면서 서로의 말을 배우란 말이다, 한국말만 배우라 하지 말고. 그렇게 서로의 말을 배우면서 두 사람의 유대를 확고히 한 다음 시댁과의 관계 맺기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아무런 울타리도 되어주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서로 적응해서 살면 되지 하면서 시작했다가는 부부도 힘들고 시부모도 힘들다. 두 나라의 문화차이, 나이 차이, 음식 차이 등 가장 못 바꾸는 것들을 장착한 채 만났는데 어찌 조화가 쉽겠냐 말이다.

서로가 노력해도 어려울 판에 1000만원 투자(?)했다는 본전생각에 일방적으로 약자인 신부보고 맞추라고 한다면 상대는 고함소리 한마디에도 심장이 떨리는 공포를 느낄 것이다. 공포를 느껴서야 어찌 살겠는가, 그것도 부부사이에 말이다.

아무튼, 외국인 신부들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 해서 얏 보지 말자. 어제 신문을 보니 술에 취해 베트남 신부를 때려 죽게 한 사람의 판결문을 쓴 판사가 판결문에 긴 사과문을 곁들여 낭독했다고 하던데, 그 판사만이 아니라 우리국민 모두가 머리 숙여 사죄를 해야 된다고 본다. 그게 또 다른 베트남 신부도 살고, 한국 남성도 살고, 그들의 2세들도 살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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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타국에서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베트남 여성 란(22세)씨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나라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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