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 네팔 트레킹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김남희 글.사진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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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솔직히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언젠가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니 그렇게 매달려서 앉은 채로 잠을 자기도 하였다. 암벽 중간에서는 힘들게 올라왔기에 도로 내려 갈 수도 또 쉬지 않고 계속 오를 수는 없으니 때 되면 그렇게 앉아서 다리만 펴고 쪽잠을 자는 것이라 했다.

줄이 잘못되어 끊어지면? 당연 떨어지는 것이고 중상 아니면 불귀의 객이 될 터.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에 왜 소중한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몸을 엮어두는지 나 같은 소심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엄홍길, 허영호씨 등이다. 이제 고만 올라가시나 싶으면 또 짐을 꾸리고...물론 그들의 탐험정신과 불굴의 의지는 존경한다. 덕분에 안방에 앉아서도 설산 속을 걷고 있는 사나이들의 호연지기를 전달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고만들 올라가시기를.

나는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K2니 하는 말만 들어도 으스스 떨린다. 그보다 낮은 베이스켐프가 어쩌고 해도 저산소증에 걸릴 것 같다. 따뜻한 방안에 앉아서 생각해도 그럴진대 여자 혼자 몸으로 열흘, 스무날씩 산소도 적다는 산길을 걷다니. '소심'하고 '까탈스럽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아무튼 평소 사람들이 여행하면, 네팔, 티베트, 인도 등을 떠올려도 나는 그쪽 지역에는 '전혀 생각없수다'였다. 그랬는데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혼자 떠나는 걷기여행4>(미래M&B) '네팔 트레킹' 편을 읽고 비로소 호기심이 생겼다.

에베레스트(8848), 안나푸르나(8091), 로체(8501) 정도가 귀에 익은 지명들인데 창체(7559) 푸모리(7165) 캉충(6089) 아마다블람(6856) 캉데카(6779) 탐세르크(6618) 등 봉우리도 많고 다들 높이가 장난 아니시다.

저자는 위의 봉우리들은 꿈도 못 꾸고 다만 4,5천 미터의 베이스캠프까지 걸어가는 것이 트레킹 여정이었다. 지리산이 1915m이니 4,5천m라 해도 지리산 두 배 반을 더 올라야 하니 나는 그마저도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나저나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의 밤 기온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홉 시까지 난롯가에서 머물다가 방으로 돌아왔는데 실내온도가 바깥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추위도 따라와 방에서도 입김이 나온다. 필요한 물건들을 침낭 속에 넣고 자지 않으면 다 얼어버린다. 화장품도 얼고, 침대 머리맡에 둔 찻잔의 물도 얼고, 물휴지조차 꽁꽁 얼어버린다. 카메라 건전지와 물휴지를 침낭 속에 넣고 잠자리에 든다. -(본문 54쪽)

그냥 살얼음이 끼는 정도가 아니라 꽁꽁 얼어버린다니 생각만 해도 뼈가 시리다. 언젠가 친구와의 지리산 여행에서 빌린 텐트가 있어 산장이 아닌 텐트에서 잔적이 있었는데 습하고 냉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올라와 도저히 등 붙이고 잘 수가 없어 앉아서 남은 밤을 센 적이 있었지만 물 따위가 얼 정도는 한참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것이 어는 밤이라 해도 두터운 겨울 침낭 속으로만 들어가면 그런대로 만사형통(?)인가 보았다. 그리고 일기가 불순한 날이 아니면 사방이 확 트여 전망이 그만이고 고개 들어 산을 보면 눈 덮인 세계 최고봉 산들이 장엄 그 자체로 침묵하고 있으니 지대로 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산도 산이지만 그 산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의 순박하고 가난한 삶 또한 짠하고도 아름다워 보였다. 산꼭대기 까지 치고 올라간 수십, 수백 줄의 계단식 논과 그 중간 중간 산허리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삶의 무게는 얼마일까. 그 논에서 나는 감자는 또 어떤 맛일까.  

뭣이라? 지리산 종주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자가 걸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에 이르는 여정은 등산로가 아닌 그냥 산길이라고 하였다. 때문에 '지리산 종주'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나. 뭐, 지리산 종주정도라고? 내게는 제일 만만한 산이 지리산이기 때문에 이 말이 특히나 다정스레 읽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팔에는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편리를 보장 받으며, 최상의 풍경을 접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가득'하다고 하였다. 고산병을 주의하며 '천천히' 움직인다면 누구나 도전 가능하다고. 특히 트레킹 중간 중간 두세 시간 거리마다 숙소는 물론 매점이 있다고 한다.

즉, 지대가 높아 공기가 좀 희박하고, 춥고 배고프고 배낭이 무거울 뿐, 길의 상태는 나 같은 사람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나 같은 사람은 그곳에 발 디딜 수조차 없는 조건 인줄 알았는데 이 책은 복채도 안 받고 천기를 누설해 주었다.

.....

글쎄... 꿈으로 끝날지 현실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좌 간 이후의 내 삶에 '풍요의 여신(안나푸르나)'에 안길 꿈 하나를 더 추가한다. 꿈이 현실이 되려면 '안나푸르나 적금'부터 하나 들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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