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드 니버의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보자, 내가 수용소에서 했던 두서없는 생각의 편린들이 분명하게 정리되었다. "오 주님,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시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잘 분별할 수 있게 하소서." -104쪽 각주
인간의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능력은 지적인 재능보다도 훨씬 모호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수용소에서 제기했던 질문이었다. "만약 우리가 옛날처럼 인간을 신뢰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라인홀드 니버가 말했듯, 인간 역사에 민주주의가 발흥되도록 한 것은 인간의 선함과 합리성이 맞을지는 몰라도, 우리 소용소의 경우는 달라.이곳에 민주주의가 필요했던 것은 사람들의 불평과 고집스러움과 노골적인 분노 때문이었지. 민주주의는 강한 자로 하여금 힘을 포기하도록 강제하고, 트집 잡기 좋아하는 대중으로 하여금 힘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도록 만들지. 다른 형태의 정부보다 민주주의가 우월한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일 거야. 민주주의는 위로는 탐욕스러운 독재자가 일어날 기회를 줄이고, 아래로는 성난 반역이 일어날 기회를 줄인다."-250쪽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놀란 것은, 법이라는 것이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따라서 법의 제1 기능은 과거의 내 생각처럼, 추성적이고 무엇이 옳고 공평한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기심을 통제하여 그 이기심이 사회를 파괴하는 데 사용되기보다 사회를 창조적으로 이끄는 데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