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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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아버지의 시대. 좀 더 구체적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아쉬움을 압도하는 재미. 회고록이지만 결코 잘난 체 하지 않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에 술술 읽힌다. 조선 말, 근대에 꽂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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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도련님』의 시대 1~5 (완결) 세트 - 전5권 - 혹독한 근대 및 생기 넘치는 메이지인
다니구치 지로 그림, 세키카와 나쓰오 글,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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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 만화인데 캔디는 미국을, 붉은돼지는 지중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나? 심지어 주인공도 서양인... 제국의 경험 때문일까? 이런 의문에 지인이 추천해준 만화. 일본 문화(만화)의 깊이와 경지를 짐작하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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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목소리 소설'


"인간성이 소멸된 시대에, 인간성을 표현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방식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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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홀드 니버의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보자, 내가 수용소에서 했던 두서없는 생각의 편린들이 분명하게 정리되었다. "오 주님,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시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잘 분별할 수 있게 하소서." -104쪽 각주


인간의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능력은 지적인 재능보다도 훨씬 모호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수용소에서 제기했던 질문이었다. "만약 우리가 옛날처럼 인간을 신뢰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라인홀드 니버가 말했듯, 인간 역사에 민주주의가 발흥되도록 한 것은 인간의 선함과 합리성이 맞을지는 몰라도, 우리 소용소의 경우는 달라.이곳에 민주주의가 필요했던 것은 사람들의 불평과 고집스러움과 노골적인 분노 때문이었지. 민주주의는 강한 자로 하여금 힘을 포기하도록 강제하고, 트집 잡기 좋아하는 대중으로 하여금 힘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도록 만들지. 다른 형태의 정부보다 민주주의가 우월한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일 거야. 민주주의는 위로는 탐욕스러운 독재자가 일어날 기회를 줄이고, 아래로는 성난 반역이 일어날 기회를 줄인다."-250쪽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놀란 것은, 법이라는 것이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따라서 법의 제1 기능은 과거의 내 생각처럼, 추성적이고 무엇이 옳고 공평한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기심을 통제하여 그 이기심이 사회를 파괴하는 데 사용되기보다 사회를 창조적으로 이끄는 데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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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쳔 뒤 덮을 수가 없었다. 

스베툴라나 알렉시에비치가 말하는 이른바 '목소리 소설'은 가닿지 못할, 문학만의 또다른 경지.

아니 수많은 목소리들로 인해 이제 겨우 가닿을 수 있게 된 문학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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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쓰러진 게 정대가 아니라 이 여자였다 해도 너는 달아났을 거다. 형들이었따 해도, 아버지였다 해도, 엄마였다 해도 달아났을 거다. 

채머리 떠는 노인의 얼굴을 너는 돌아본다. 손녀따님인가요, 묻지 않고 참을성 있게 그의 말을 기다린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쩍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 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45쪽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치용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85쪽


그 경험은 방사능 피폭과 비슷해요, 라고 고문 생존자가 말하는 인터뷰를 읽었다. 뼈와 근육에 침착된 방사성 물질이 수십년간 몸속에 머무르며 염색체를 변형시킨다. 세포를 암으로 만들어 생명을 공격한다. 피폭된 자가 죽는다 해도, 몸을 태워 뼈만 남긴다 해도 그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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