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축! 종부세 무력화에 협조해주신 주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아파트 주민협의회 명의였던 거 같다)를 보고 이 나라 부자들의 천박함과 염치없음, 몰상식을 새삼 확인한 적이 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 파업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손배가압류라는 월급 차압을 당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많은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은 집회시위에서의 벌금으로 인해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균소득에서 한참 못 미치는 월급쟁이인 나 또한 집회에 한 번 나가려면 연행되어 벌금 맞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연행을 당하면 대개 20~30만원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게 예삿일인데 이게 거듭되다보면 액수가 많게는 천만원을 넘는 활동가나 단체도 있다. 그래서 아예 "우린 돈없다, 차라리 들어가 살겠다"는 선언을 하고 함께 교도소로, 제발로 걸어 들어가자고 모의하기도 한다. 물론 다들 맡은 일이 많아 선뜻 다른 활동가에게 미루고 자기만 좋자고 거기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는 사실은, 벌금을 안 내고(못 내고) 교도소 노역장에 들어가면 그 사람의 수입에 비례해서 벌금이 삭감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수나 의사, 사업가 같이 소득이 많은 사람은 하루에 10만원이 깍이는 반면 평균소득에서 한참 못 미치는 활동가들은 하루에 3~5만원이 깍인다.
아래 경향신문 기사를 보니, 생계가 어려워 벌금을 못 내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봉사로 대체하려는 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또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일단 벌금이 부과된 이상 누구든 예외는 없다는 게 이 나라 사회정의라는 말인 듯 한데.
사실 법무부가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법원이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공간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사회봉사를 시키든, 노역을 시키든 수입에 따라 차등을 둔다면 벌금 부과 또한 수입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하는 것이 진짜 사회정의가 아닌가.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지만 호주에서는 교통위반 과태료가 위반자의 수입에 비례해서 부과된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도 그러자고 하면 또 한나라당을 비롯한 몰상식 집단들이 '벌금폭탄' 구호를 외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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