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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열세 살 여자
양해경 지음, 이정아 그림 / 파란자전거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동화책을 고를 때, "*학년이 읽는~"이라든지 "저학년용~"이런 식으로 독자층의 학령을 표기한 책은 거의 고르지 않는다. 출판하는 측 에서는 고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썼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방해가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저학년용이라고 표지에 씌여 있으면 4학년 아이들은 지레 읽지 못할 책이라고 볼멘 소리를 한다. 해당하는 나이의 아이들 외에는 내용을 만나기도 전에 선입견이 생겨 버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은 수용하는 폭이 굉장히 좁다. 열 세살에 여자 아이에게만 해당되므로.
그러나 이 책은 나이와 성별의 제한을 둔 것이 오히려 장점이기도 하다. 또 반드시 열 세 살 여자아이에게 절실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그러한 제한을 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마침 6학년 여학생만으로 구성된 모둠이 있어서 이 책을 사용했다. 이 책의 내용이 자신들에게 너무나 딱 맞는 이야기라 책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은 어느 때 보다 생기가 돌았다. 그들에게 부닥친 문제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의 모임은 은밀하면서도 신비스럽기조차 했다.
이 책의 서술방식이나 구성이 신비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여성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다루는 내용이 사회적인 부분도 많다. 유난히 편견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위치와 인식에 대한 비판과 불만도 나타나 있다. 이는 여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찾는 이가 바로 여자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아이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순서가 맞을 것 같다.
여성 고유의 초경과 임신에 대한 생리적인 설명이 명료하게 잘 되어 있다. 학교에서 여러차례 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상식이 있을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초경을 경험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월경에 대한 거부감이 무척 심했다. 이 책을 통해 초경을 징표로 완전한 한 사람의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부분을 좀 더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하였다. 여자에게 있어서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건이 아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업시간에 "초경파티"라는 이벤트를 하였는데 이 책으로 공부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정성껏 포장하여 서로에게 선물하며 이미 시작되었을, (아니면 곧 시작 될) 초경을 자축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장미꽃만큼이나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던 소녀들을 보며 내 가슴도 얼마나 뛰던지......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든 열 세살 여자 아이. 이 책을 통해 자기 신체의 변화를 지혜롭게 이해하고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에 당당해지길 바란다. 주위에 열 세살 여자 아이가 있다면 권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