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사과를 먹다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詩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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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10-0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과는 통째로 베물어 먹는게 좋아요..^^*

플레져 2006-10-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과의 안보이는 부분에 깨물어 먹은 자국이 있다지요...헤헤 ^^*

물만두 2006-10-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본 적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죠...

아영엄마 2006-10-0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런 거였군요.. 예전에 칼로 많이 찍어 먹었는데...@@;; (요즘이야 아이들 있어서 껍질 깎거나 자른 다음에 잽싸게 치워 버리지만~)

비로그인 2006-10-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은 시네요 추천!

ceylontea 2006-10-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색이 참 예쁘네요.. ^^

rainy 2006-10-0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뎃이 잦아서 반가워요. 시도 물론 좋구요^^

플레져 2006-10-0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iny님, 안녕하셨죠? 반가워요.
추석 잘 보내셔요 ^^

실론티님, 홍옥이랍니다. 홍옥은 새콤달콤한 맛도 일품이지만
색이 참 끝내주죠 ㅎㅎ

체셔고양이님, 추천 감사해요.

아영엄마님, 저는 무서워서 칼로 먹지는 못했는데
시인의 시를 읽고보니 무섬증 때문이 아니라
많이 아파서였나봐요 ㅎㅎ

만두님, 그러니깐...저요...ㅠㅠ

mong 2006-10-02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안녕하시죠? ^^
그간 저도 바빠서 안부도 못 여쭙고~히힝
명절 잘 보내시구요
맛난 음식 마니 드세요오~~

ceylontea 2006-10-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사는 달아서 사과를 먹다보니.. 새콤달콤한 홍옥이 더 맛나더라구요.

마법천자문 2006-10-02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로스 쌀은 들어봤는데 '칼로 사과' 는 처음 듣는 브랜드로군요. 농산물은 우리 것을 애용해야 합니다.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

hnine 2006-10-02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좋고요,
사과를 저렇게 찍어 놓다니, 사진도 맘에 쏙 들고요.
제가 사과 매니아 아닙니까 ^ ^

Mephistopheles 2006-10-03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님이 깍아준 사과는 그냥 넙죽넙죽 받아먹는 입장이다 보니.....^^
안가리고 먹습니다...ㅋㅋ

플레져 2006-10-0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와락! 덥석! 잘 지냈죠?
너무 뜸한 거 아녀요? 이제 출몰해주삼 ^^
몽님도 추석 잘 보내요~

실론티님, 홍옥만 드시는 분들도 꽤 많더라구요.
그런데 홍옥도 짧게 나왔다 사라져서 좀 아쉽죠.

소소너님, 안녕하세요 ^^
칼로 사과는 들어봤는데 칼로스 쌀은 못 들어봤어요.
어디서 파나요? ^^

hnine님, 아... 그러시구나...
사과를 좋아하는 미녀셨군요! ^^

메피스토님, 잘 드시는 것만으로도 마님은 만족하실겁니다 ^^

산사춘 2006-10-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이 깨물으셔서 사과가 씨뻘겋게 질린 거야요. 추석 잘 보내시고 사과도 많이 드세요~

플레져 2006-10-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그런 것도 같습니다 ㅎㅎㅎ
행복한 추석 보내셔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구요 ^^

2006-10-03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9 0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9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7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