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
빗물에 말갛게 씻긴 석남사 길이 백리 밖 나를 한 숨에
흡, 빨아들이는 날이 있다 가지산 배꼽 밑 단전까지는 깊게
들이마시는 날이 있다 서어나무 연초록이 진초록으로,
햇살에 그을린 궂은살 박이기 전으로, 살아서 죄가 많은
이 몸을, 영가 천도재 무겁기만 한 발걸음을, 싸리비 자국
선명한 절마당까지, 절마당 앞 초롱꽃 여린 뿌리 끝까지
한 숨에 빨아들였다가 후욱- 내뱉는 날이 있다 백리 밖
나를 빨아들인 힘으로 언양 지나 양산 두고 온 부산 앞바다
해안묘지 너머 수평선 카랑카랑한 섬 절벽 등대 불빛까지는,
詩 손택수 - <목련전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