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어디로 가지? 매일 뭐 해먹나... 하던 고민이 오늘은 어디에서 놀아볼까로 바뀌기도 한다는 현실에 감사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볼 거리가 많은 곳, 특이한 장소로 가면 좋겠지? 웨인 왕의 영화 스모크에서처럼 매일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에 찍는 호사도 누리다니! 오전 8시의 싱가폴, 붓에 휘핑 크림을 살짝 칠한 것처럼 부드러운 풍경이다. 호텔 가이드에게 물어 Holland Village로 가는 방법을 알아냈다. 방법이란, 택시를 타고 가거나 스탠포드 상점 앞에서 7번 버스를 타는 것 -_-; 택시비가 비싸지 않아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시 돌아올 때 택시 잡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는 도시 혼잡요금을 받기 때문에 시내에서 빈 택시 잡는 일은 쉽지 않다. 콜을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가이드 북에서 발견한 Holland Village에 끌려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오전 10시 40분. 가이드 북의 설명과는 달랐지만, 너무나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많았지만그냥... 조용한 주택가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도 볼 것도 없었다. 모든 가이드 북이 다 쓸만한 건 아니다. 가끔 실망은 하더라도 뭐, 괜찮다. 대충 돌아보고 택시를 잡아 타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나는 어떻게든 길을 잃고 싶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길을 잃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길을 잃는 대신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횡단보도는 없었으나 지하 통로로 내려가라는 사인이 있었다. 그 지하 세계의 이름은 city link. 삼성역 처럼 거대한 지하 쇼핑몰과 거리가 거대한 블록으로 이어져 있었다. 길을 걷다 지치면 벤치에 앉아서 쉬어도 된다. 서점을 발견하면 그저 반갑다.
미니스커트 대신 핫팬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스타벅스 커피를 홀짝 거리다 힘들면 쉬었다. (무다리를 노출해서 죄송합니다. 꾸벅.) 그래서 나는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이정표를 따라 숙소인 swissotel에 도착했다. swissotel과 붙어있는 라플 시티. 이곳은 라플 시티의 광장인데 저녁에는 각종 이벤트 행사가 펼쳐진다. 아침에 숙소로 배달된 신문에는 이영애와 대장금에 관한 기사로 넘쳐났다. 아시아의 연인이자 아시아의 보석으로 일컬어지는 이영애. 며칠전에 이영애가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 하룻밤 묵고 갔단다. 텔레비전에선 대장금이 인기리에 방송중이고 이영애가 모델인 L전자 회사의 에어컨 선전이 쉼없이 나온다.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는 S전자 LCD 텔레비전과 휴대폰을 칭찬하고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 덩달아 힘이 났다. 두어시간 거리를 헤맸더니 힘이 쪽 빠져 숙소로 돌아와 잠시 낮잠을 즐겼다. 가끔, 아주 가끔은 깊은 수면제 처방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사진을 찍어놓고 5분도 되지 않아 잠들었다...다시, 길을 떠나려던 찰나 비가 와서 잠시 서성거렸다.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 저녁 무렵이라 남편이 오기 전에는 돌아와야 하므로 근처를 돌기로 했다.
골목에 있는 게 아쉬울 정도로 멋있는 상점. 라플 호텔 1층 아케이드 통로. 사진 찍을 때 숨을 쉬었던가 보다. 사진이 흔들렸다. 또, 하루가 지나가버렸구나...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