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나 같은 줄 알았다. 각종 감정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절로 책을 찾는 줄 알았다.
인간은 이렇게 자기 중심적이라니까. 흥~!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카포티, 라는 이름에서는 그의 작품들
  <크리스마스의 추억>   <티파니에서 아침을> 같은
  ㅋ의 경쾌함이, ㅌ의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책 소개를 읽고 서평단 신청을 한 거였으나
  이 책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번호묶어 분류해놓은 심리학 서적보다 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참 오래도 부여잡고 있지. 
  밑줄 긋고 연기하듯 그 심리를 이해해보기도 하면서
  더디 읽고 있으나 읽을 때 마다 설렌다.
  불륜에 설레는 게 아니라 
  보바리 부인의 감정 추이는
  아름다운 묘사로 빛이 난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삶의 고독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혹시 어떤 흰 돛단배가 나타나지 않는지 찾고 있었다.
그 우연이, 그녀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어떤 기슭으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삼층 갑판의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가득한 행복을 적재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공선옥, 피어라 수선화. 
  정미경, 공선옥, 한꺼풀 날선 칼들을 버리고
  온유하고 보드라운 나이로 들어선 작가들.
  아직은 선뜩한 칼자루로 글을 쓰는 공선옥의 몇 년전 출간된 소설집.
  집에 도착한 책도 낡아있다.
  오래된 책 냄새가 나고 누렇게 변색됐다. 
  그녀의 날선 칼들이 언젠가는 사그라들거라는 걸
  예고하고 있는 것 마냥 예쁘게 낡아있다. 

 

  웬디수녀의 유럽미술 산책. 
  책을 읽을 땐 항상 내 목소리가 내 안에서 맴맴돈다.
  나는 웬디 수녀님처럼 정중하게 말하기도 하고
  동화를 읽을땐 아이가 되기도 한다.
  수녀님의 음성이 오래 남는다.
  다시 들춰보고 있는데, 그림이 다시 보인다.
 




  미래생활 사전. 
  리뷰 써야지 할 때마다 내 눈에 첫번째로 밟히는 책. 
  용어 사전이어서 책갈피를 끼워놓을 필요도 없고
  가끔씩 이렇게 꺼내서 펼쳐 읽던지 
  무슨 용어가 있나 싶어 그 종류와 관련해 찾아 봐도 된다. 
  암호처럼 시작되고 있는 미래,  
  잘 외워지지 않는 게 조금은 흠이지만
  신기술, 신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할 듯.

 


 이성미,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너무' 인지, '아주' 인지 가끔 헷갈린다.
 어차피 부사는 부사인데  그 느낌은 다르다. 
 너무에서는 지나침, 후회가 서려있다.
 아주는 강조의 뜻이며 역시 감정의 오버가 담겨있다. 
 요새 곁에 두고 자주 읽고 느끼는 시집.
 한 편 옮겨 적을까 싶었는데
 나만 읽고 나만 새겨두고 나만 기억하고 말기로 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소개할 날 있겠지.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다시 읽기로 결심하고 책꽂이에서 꺼내놓았다.
  불과 몇 년전에 읽은건데도 모모의 우산,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바보같은 내 머릿속.

 

 

 

책을 동시에 읽을 수 없다는 게 인간의 몸이 가진 한계다.
한 권을 다 섭렵하고 그 다음 책을 섭렵한다. 
중학교때 읽은 책들은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역시,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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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차례인 건가요? 아님 동시에 읽는 건가요? 암튼 다양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4-0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시에 여러권 읽는 건 만화책 말고는 포기 했습니다..
뒤죽박죽이 되버려서 심각한 책 3권이 1권의 코메디로 변신을 하더라구요.흥!~

Volkswagen 2006-04-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도 말씀드려듯이 '오만과 편견'을 더 좋아하지만 사실 '마담 보바리'가 훨씬 더 강렬한 것 같아요. '고리오 영감'보다도 더요. 앞으로 문학작품을 읽어보면 바뀔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제가 읽은 고전으로선 플로베르가 가장 빛이 난다고 봐요.
(고전을 읽기는 많이 읽은거냐 폭스~=.=)

플레져 2006-04-0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동시에는 읽지 못하구요, 하루 걸러 저 책들을 조금씩 야금야금 보고 있어요.

메피스토님, 그런 기묘한 일이 메피스토님께는 일어나는군요! ㅎㅎ

폭스님, 폭스님의 고전 문학 읽기를 저도 따라하고 싶어요. (고전을 많이 읽고 있다는 거 알아요! ^^)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어보려고 사두었는데 아니 왜 저 책들이 먼저 눈앞을 가로막는 것인지 ^^:;
플로베르의 빛나는 문장들 때문에, 묘사 때문에 책장이 더디 넘어가요...흑.

2006-04-05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4-0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플레져님이 부러워요.. 어헝헝.. ㅠ.ㅜ

mong 2006-04-06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세권 정도는 번갈아 읽어 봤지만~
플레져님은 욕심쟁이 =3=3=3

2006-04-06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6-04-0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 정말이지..."아 사랑이라는게 이런거구나"하고 가슴을 탁 치던 소설이었죠. 원래 제목이 '여생'이라던데 왜 저렇게 바뀐거지??

플레져 2006-04-0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저는 낡은구두님이 부러워요...ㅠ.-

몽님, 욕심쟁이 사표 낼게요! ㅎㅎ

속삭님, 인 콜드 블러드 강추에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책부터 사봐야 합니다...ㅎㅎ
공선옥의 소설이 많이 달라졌어요.
조만간 새소설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땐 달라진 모습을 보실거에요.
피어라 수선화처럼 힘들지 않을테고.
책 선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저의 열혈 독서 일기가 시작된듯 ^^
커다란 서재 선물 받으시면 연락주세요. 가면 갖고 갈게요! ㅎㅎ

강쥐님, 다시 한번 그 가슴을 탁 치고 싶어서 집어들었어요 ^^

icaru 2006-04-0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바리...더디 읽지만 읽을 때마다 설렌다니... 거참 진국여요~
글고보면... 좋은 책과 읽는 속도는 비례하지 않는달까~ (너무 당연한 말씀일까나요?)

2006-04-06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4-06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아껴먹는 캔디처럼 아껴 읽어요.
(조금은 핑계임...ㅋ)

반딧불,, 2006-04-2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바리 읽으려고 몇페이지 들췄다가 다시...ㅠㅠ
늘 그렇습니다.

플레져 2006-04-2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흑흑... 저랑 다시 시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