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현대문학상 수상작 정이현의 삼풍백화점.
1월에는 년도 쓰는걸 내내 연습해야 한다.
반복해서 연습하고 연습하다보면
2월이 아닌 3월 즈음해서 그 해의 연도에 길들여져 있을 것이다.
2006년 새해, 기분좋게 시작하는 작가들.
그들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낸다.
상 복 많은 작가라고 해야할 지,
시대의 추이를 잘 읽는 작가라고 해야할 지,
정이현이라는 작가의 탄탄대로가 얼떨떨할 뿐이다.
지난 여름이었나? 문예지에서 읽었는데 요즘 신문에서 연재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나는 명동 한 복판에 있었다.
푹푹 찌는 더위, 친구와 쏘다니다가 호외를 받았다.
흑백 영화에서나 보던 호외를 받아들고 기분이 째지게 좋았는데,
호외에 실린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백.화.점.이.무.너.졌.다...
백화점이 무너지다니. 전봇대로 이를 쑤신다는 말처럼 신빙성 없는 말처럼 들렸다.
거리의 사람들은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처럼 서로의 황당한 얼굴을 보며 웅성거렸다.
누구도 정확하게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거리에 있었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는 멀리 있었다.
더구나,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이온음료처럼 몸으로 빠르게 흡수될 만큼
흔한 일이 아니며 공룡이 지구를 삼켰다는 말처럼 불가사의한 상상이었다.
친구가, 갑자기 공중전화로 뛰어가 집에 전화를 걸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지켜보던 시청자로서 차근차근 상황을 알려주었다.
백화점이 무너졌고, 다수의 사람들은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공중전화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오던 친구를 밀치고 나도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즈음 삼풍 백화점에서 예복을 맞추고 결혼 준비를 하던 오빠가 떠올랐다.
오빠는 그 날 오전 빌렸던 턱시도를 갖다주고 왔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나는 그 기이한 상황이 너무나 무서웠다.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도 무너지고 가스가 터지고...
나는 이 불안한 나라에서 잘 살아갈까.
너무나 평온한 90년대 학번. 하지만, 90년대 학번을 뺀 나머지는 여전히 불안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신문에 연재중인 '달콤한 나의 도시' 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난 좀 질렸다. 시대를 읽어내는 감각은 인정하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엔 가슴이 없는 머리와 발만 있는
기이한 형체를 갖고 있다. 소설이란 무엇이냐. 정이현의 소설을 보면 헷갈린다.
신년특집 소설이 몇 편이냐~!
신년특집 소설
김원일 동백꽃 지다
박완서 대범한 밥상
이혜경 망태할아버지, 저기 오시네
정 찬 황금빛 거품
윤대녕 우리들의 저녁
김경욱 게임의 규칙
서하진 꿈
성석제 악어는 말했다
강영숙 해안 없는 바다
김종광 율려탐방기
달달한 과자와 조악한 장난감이 들어있던 종합선물 상자를 받는 기분이다.
조악한 소설은 없어보인다. 그들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구만.
오정희의 산문집.
지난해 문예지에 연재하던 소설을 2회만 실어놓고 중단했다.
궁금하다. 그 이유가 나와있을까?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해답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