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에 붉은 딸기가 가득이다. 바구니 밑바닥에 깔린 흰 면장갑을 끌어내보니 붉은 물이 촉촉이 스며들어 있다. 처녀는 면에 밴 딸기물을 잠시 응시한다. 그리곤 가능한 한 고개를 들지 않고 딸기만 따려 한다. 고갤 들거나 조금 시선을 비끼면 햇빛에 반짝이는, 땋아내린 유의 갈색 머리, 그 사이에 놓여 있는 고운 목덜미, 붉은 딸기와 녹색 잎새 속의 유의 흰 허벅지, 홍조를 띤 유의 뺨이 시선에 들어온다. 유는 딸기 따는 일에 몰두해 딸기밭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의 관능성에 대해서 완전히 방심해 있다. 엎드릴 때마다 아직 누구도 만져보지 못한 자그만 가슴이 엿보인다는 것도 유는 모르고 있다. 발육 부진의 육체를 지닌 처녀는 고통스럽다. 새끼손가락을 갖다 대고 싶은 유의 쇄골, 그 관능적인 움직임 때문에, 유의 말랑한 귓불을 물들이고 있는 밝은 빛 때문에. 

<신경숙, 딸기밭, 80쪽, 문학과 지성사 > <이미지 : 플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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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0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관능적인 글이네요..... 딸기밭..

울보 2005-04-0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를 저리도 표현이 가능하군요..

hanicare 2005-04-0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를 들여다볼 때마다 김춘수(로 기억되는데 자신없음)의 어떤 시가 떠오릅니다.밭에 있을 땐 그렇게 보잘것 없던 딸기가 깨끗이 씻고 나서 저렇게 요염하게 빛나더라는. 눈부신 변신으로 시인의 마음을 뺏었던 그 딸기군요.물기 머금고 촉촉히 빛을 발하는 녀석이네요.뒤이어 따라나오는 것은 나스타샤 킨스키가 테스로 분해 들고 있던 딸기구요. 이상하게도 신경숙의 글은 거북해서 별로이지만.은희경의 나르시시즘도 싫지만 그것의 음화같은 신경숙의 시녀 컴플렉스가 싫어서.
어렸을 때는 나스타샤 킨스키의 그 이상하게 생긴 입때문에 무진장 싫어했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고혹적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있군요. 킨스키와 킴 베신저.

stella.K 2005-04-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 먹고파라~~~!

날개 2005-04-0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넘 탐스러워요..! +.+

놀자 2005-04-0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고 싶어라..+_+
저 과일 중 딸기 무지 좋아한다말이에요...>_<
(울엄마는 왜 요즘 딸기를 안 사오시나...ㅡ.ㅡa)

플레져 2005-04-0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님들... 딸기를 사랑하시는 님들...^^

Laika 2005-04-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전 님의 사진을 사랑합니다. ^^ 딸기도 주인 닮아서.....^^

플레져 2005-04-0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고마워요. 저의 주근깨를 닮은 딸기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