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은 공길, 20~30대는 장생, 40대는 연산, 50~60대는 처선의 시점으로 볼 수 있는 영화.” 다양한 나이와 계급의 캐릭터가 공존하는 <왕의 남자>는, 그만큼 관객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폭도 넓다.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바로 처선이다. 처선은 항상 주군을 따르는 인물이자, 광대들을 궁 안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언뜻 처선은 갑자사화와 무오사화를 주도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이는 다 연산과 처선이 공모한 계획 하에 있었던 것이다. 처선은 광대들의 놀음판을 본 순간, 이들을 왕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시험대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왕권정치와 신권정치의 투쟁에 있어서,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한 도구로 떠올린 것이다. 결국 처선이 한 역할은 광대놀음을 통해 신하들의 책임을 묻고 그들을 처단할 수 있도록 ‘공론화’를 시킨 것. 그러나 연산이 우발적으로 선왕의 후궁들과 할머니까지 죽이자, 처선과 연산의 공모체제는 깨지고 만다. 결국 처선은 죽을 위기에 처한 장생을 구해주고, 자신은 목을 매 자결한다. 이것이 왕을 저버릴 수도, 끝없는 피바람에 동조할 수도 없었던 처선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