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다.
젖먹이 아이에게서 어머니의 가슴처럼,


"나는 내 필요와 능력에 따라
그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 낸다"


그 사람은 내가 기다리는 거기에서,
내가 이미 그를 만들어낸 바로 거기에서 온다.
그리하여 만약 그가 오지 않으면, 나는 그를 환각한다.
기다림은 정신착란이다.
 
전화가 또 울린다.
나는 전화가 울릴 때마다, 전화를 거는 사람이
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내게 전화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서둘러 수화기를 든다.


조금만 노력을 해도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보는"듯 하고
그래서 대화를 시작하나 이내 나를 정신착란에서 깨어나게 한
그 훼방꾼에게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


이렇듯 찻집을 들어서는 사람들도
그 윤곽이 조금이라도 비슷하기만 하면,
처음 순간에는 모두 그 사람으로 인지된다.
 
그리하여 사랑의 관계가 진정된 오랜 후에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환각하는 습관을 못 버린다.


때로 전화가 늦어지면 여전히 괴로워하고,
또 누가 전화를 하든간에 그 훼방꾼에게서
나는 내가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다.
나는 절단된 다리에서 계속 아픔을 느끼는 불구자이다.
 
글 · Roland Bart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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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4-1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엽기적인 그림이군요...! 놀랬어요..ㅠ.ㅠ

놀자 2005-04-1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정말 많이 놀래셨군요...^^;; 진짜 미안한 감이 드는...ㅡ.ㅡ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