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죽음 - 오래된 숲에서 펼쳐지는 소멸과 탄생의 위대한 드라마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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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세로로 서 있는 숲에서, 가로로 누워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면, 왠지 모를 푸근함과 함께 " 아~ 저기 앉아 책 읽으면 좋겠다, 저기 앉아 오랜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나 나누고 싶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살아있는 오래된 나무를 보면서 경외심을 느끼는 것에 반해 나무의 죽음은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심상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무의 죽음은 죽음도, 끝도 아녔다. 오히려 살아서 보다 더 많은 생물들을 먹여 살리고, 안식처를 제공하며 살아 온 만큼의 시간에 또 다른 위대한 드라마를 써내려간다. 자연을 위해 뭐 하나 이로운 일을 하지 못하는 내게 나무의 죽음을 그렇게 간단히 보아 넘길 만한 자격이 있을까? 단호히 ‘no'다.


 

숲에서 나무가 갑자기 죽어 쓰러지는 일은 없다고 한다. 살아 있는 나무라도 상당 부분 이미 죽은 조직을 지니고 있고, 봄에 새잎을 피워내지 않는 나무야말로 완전히 죽은 나무라고 한다. 하지만 단지 5퍼센트 정도의 살아 있는 세포로 유지되던 나무가 장수하늘소의 산란터로 딱따구리의 둥지이자 먹잇감 사냥터로, 미세한 곰팡이, 균류와 조류들의 삶터로 이끼, 거미, 고사리, 버섯, 각종 곤충과 애벌레, 너구리 , 산토끼의 안식처로 쓰이며 죽어서는 40퍼센트 이상의 살아 있는 세포로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전체 숲 생물의 약 30퍼센트 내외가 고사목을 통해 생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고 죽은 나무가 완전히 분해돼 나무이전의 나무로 돌아가 비옥한 토양을 만들기 까진 살아온 세월과  맞먹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나무가 살아서 성장하는 과정은 숲의 자원을 사용하는 과정이지만 생명을 잃은 나무는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자원을 되돌리면서 숲을,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이 무수히 많이 살고 있는 부러진 잔가지 하나하나,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낙엽들, 비온 뒤 지저분하게 고여 있는 웅덩이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저자의 말대로 단순한 물질들이 특정한 생물의 몸으로 거듭나면서 고유한 생명력을 갖게 되고 그토록 다양한 생명력을 갖는다는 것은 생물들의 고유한 영혼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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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5 1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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