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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 닭을 닭으로 키우지 않고 닭고기로 키우다보니 닭의 품성을 잃어버리듯이 사람도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돈벌이 물건으로 키우니까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는 악마가 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닭은 그저 토종닭과 그렇지 않은 닭으로 나뉘어 지갑이 두둑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르고 그저 생명이 없는 먹을거리로 전락해버린 것이 사실이다. 닭이든 채소든 하나의 생명체임을 인정하고 바라볼 때 '편리'라는 이름으로 타협하고 사는 현대인들의 야만적 삶으로부터 조금은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릴적, 부모님께서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리바이벌이라 싫고, 당신들이 살아오신 고달픈, 척박한 환경에 비하면 너희는 복받은 줄 알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귀를 닫아버리고 말았었다. 하지만 이제 서른 중반의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모든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재미지고 가슴 한켠에 따뜻한 그리움이 자리한다. 이 책엔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잊혀진 아름다운 우리의 풍습에 대한 이야기들도 곳곳에 나온다. 예를들면, 겨울밤 사랑방에 모인 어른들께 집주인이 대접하던 메밀묵, 왜 하필이면 메밀묵이었을까? 그것은 오줌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기왕이면 손님대접도 하고 보리밭에 줄 거름도 찾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생존경쟁'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어도 되는 건 스포츠경기에나 있지 살아가는 목숨들은 함께 살아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며, 사람답게 사는 것은 둘도 똑같지 않고 오직 혼자만의 다른 모습으로 훌륭하게 살아가는 데 있다고 하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바로 옆자리에서 자신의 고난에 찬 삶속에서 깨우친 진실과 삶의 모습들을 때론 따끔하게, 때론 천진하게 들려주시는 것 같은 착각이, 한번도 뵌 적 없는 선생님의 환한 미소가 마음속에 그려져 행복했다. 삶과 글이 똑같은 분들의 모습은 언제나 존경과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 이 세상의 어떤 범죄도 냉정하게 따지면 단독 범행은 없다 " 는 선생의 글을 보며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단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나의 소아적 삶을 참 많이 반성했다.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그들' 일지라도(사람이든, 개미 한 마리, 풀 한 포기이든..) 나의 삶이 그들의 일부고, 그들의 삶이 나의 일부임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좀 더 '그들'에게 친절해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