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이 고전을 읽자

80일간의 세계 일주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9
쥘 베른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월

부끄럽게도 서른이 넘은 이 나이에 이 책을 처음 읽어본다.

학창시절이야 '폭풍의 언덕'을 읽으며 밤을 새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인상깊었던 장면을 상상하며 눈물을 훔쳤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해 가면서 100년이 넘은 고전을 읽으며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아니다. '빨간머리앤'이 있었군. 그러나 이건... 좀 상황이 다른 것..

일단 고전이라고 하면 두께에 빽빽하게 적힌 작은 글씨에 먼저 질려버린다. 그러나 푸른숲에서 나온 이 책은 다르다. 일단 책 만든 의도에서 잘 밝혀 놓고 있다. 고전을 싫어하는 학생을 위해 흥미있게 읽으라고 만든, 완역본이 아닌, 요약본이랄까.

100년이 넘은 책이 뭐가 재미있어. 그리고 외국거라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는데. 했다면 일단 한번 읽어 보라. 수에즈 운하, 증기선, 철도... 그 시대에는 80일 만에 세계를 한바퀴 돈다는 게 얼마나 대단했을까?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전세계 교통수단의 시간표까지 알아보았다는 치밀함.

아무튼 흥미진진하다. 요약본이어서 군더더기가 없어서 그런지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물의 주요 성격이라든가,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들의 특징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책은 완역본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단 간단한 책으로 흥미를 느끼면 완역본에 도전해 볼 수 있으므로 이런 류도 청소년들에게는 배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극에는 눈이 많이 오지 않는다?

Why? 남극.북극 ㅣ [구판] 초등과학학습만화 Why? 19
이광웅 지음, 가재발 그림, 김예동 감수 / 예림당 / 2005년 11월

얼마전부터 why책에 홀딱 반해버렸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를 다루면서 동시에 과학계나 우리가 생각해야할 각종 문제들까지 짚어주어서 좋다.

예전에 읽었던, 남극에서 살아남기(? 제목이 정확한지 모르겠군) 암튼 살아남기 시리즈를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하는 게 아니라서 비교하기는 뭣하지만 이 책은 흥미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도가 내포되어있어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새로 알게 된점..

남극에 사막이 있다는 것... 그리고 책 주인공이 꼼지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남극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눈이 매일 많이 내리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극점은 사막의 연간 강수량보다 더 적어 건조하며 보통 100미터 두께의 얼음이 만들어 지기 위해 1000년의 세월이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알려고 하지 않은 죄가 크다.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송승용 지음 / 엘도라도 / 2007년 7월

올해 초. 사람들이 펀드, 펀드 하길래 만삭인 몸을 이끌고 큰딸 손을 잡고 은행에 가서 직원이 추천해주는 자회사 해외펀드를 들고 왔다. 적은 돈이지만 남들 하는 것 나도 한다는 생각, 그리고 펀드가 무슨 이자 더 주는 적금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달 동안은 출산에 육아에 펀드 같은 거는 잊고 있었다. 얼마 전 전국에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으하하하' 은행 직원이 잘도 골라 줬다고 생각했다. 납입금이 몇 십만원 안되었으니 환매를 하지 않았고 그 수익율이 내가 펀드를 해지할 때까지 계속 될지 알았다. OTL

 은행직원에게 고맙다고 생각했더니만, 이 책을 보면 그게 아니다. 자기 자회사 펀드고 수수료가 높은 해외 펀드를 추천한 것이다. 나는 상담 직원이 당연히 전문가이니까 나에게 제일 좋은 펀드로 권해줬을 것이라 생각했다. 참 순진도 하지...

 요즘 재테크 관련 책이나 미래학 책을 보면 내가 얼마나 뭘 모르고 살았는지,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면서 살아왔는 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무식한게 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천해 준 펀드가 계속 마이너스를 낸다고 해서 그 은행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몰랐으니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알려고 노력도 하지않고 중요한 결정을 남에게 맡긴 내 탓이다.

 이 책에는 펀드, 예금과 대출, 보험과 연금에 관련된 진실에 대해서 얘기해 주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조금씩은 겪고 있거나 겪을 일에 대한 진실, 그리고 대비책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실전 재테크 책은 아니지만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CMA를 통해 증권사가 노리는 것, 방카가 은행이 파는 보험이라는 것, 대출금리 우기면 깎아준다는 것 등이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점이다.

앞으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죄의 값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으윽, 어렵다 어려워

Why? 생명과학 ㅣ [구판] 초등과학학습만화 Why? 10
박종관 그림, 허순봉 글, 박용하 감수 / 예림당 / 2002년 12월

Why 책은 벌써 몇 년째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책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큰 아이가 낮에 집에 잘 없기 때문에 6개월된 작은 애가 잘 때 짧게,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인 why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남편이 며칠에 한 번 가져다 주는 대로 읽기 때문에 생명과학은 똥, 로봇과는 출판된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그림이 좀 달랐다.

일단 읽으면서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이 연상되었고, 무슨 말인지... 그리고 어휴 좀 읽기 싫었다. '이 나이에 내가 새로 공부할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도 했고. 읽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반쯤 넘어가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이런 얘기가 나오니 좀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끝부분 DNA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어간다는 이야기. 그렇게 되면 각종 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밝혀지는 것이니 병이 걸리기 전에 예방할 수도 있고, 병든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바꿀 수도 있단다. 주변에서 나이가 들어갈 수록 암 등의 이야기를 들고 있는 터라 이 이야기를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그러면서 WHY의 자랑. 이런 생명 공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전자 검사를 활용해 각종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다. 예를 들자면, 기업체가 유전자 결함을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일, 보험 가입 거부, 결혼거부, 부익부 빈익빈의 맞춤 인간의 생산으로 격차 심화... 말을 들어보니 일리있는 말이다. 중용이란 말이 쉽지가 않다. 사람들은 더 나은 것을 원하고, 과학자들은 사실 남이 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일에 쾌감을 느낄 테니까...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이 책이 생각할 거리를 줬지만, 뭔가 찜찜한 마음...  

로봇 삼원칙을 지켜라.

Why? 로봇 ㅣ [구판] 초등과학학습만화 Why? 22
조영선 지음 / 예림당 / 2005년 11월

미국, 일본 등의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나라의 로봇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 나라는 뒤늦게 출발했지만, 현재 로봇 기술이 일본을 바짝 뒤쫓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로봇에 대한 과학기술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참 많이 발전 되어 있는 수준이구나. 그리고 만화에서 보는 로봇처럼 두발로 계단을 밟고 올라가고, 뛰어다닌다는 게 정말 대단한 기술력이 뒤받침이 되어야 하는 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로봇 삼원칙...

나는 로봇 3원칙이라는 것이 '아이로봇' 영화에서 처음 생긴 말인 줄 알았다. 정말 무식! 그런데 처음 과학소설가가 이 원칙을 만들어 냈고, 로봇관련 과학자들이 이 것을 지키려고 한다니,... 사람들 미리미리 생각하는 머리도 좋다.

한참 읽어 가면서 로봇이 실생활에 잘 적용하면 정말 편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 쯤, 요즘 영화에서 잘 등장하는 이야깃거리, 즉 정말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이 나와서 세상을 지배하려고 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미래의 일이니 절대 그럴리 없다고 확신하지도 못하겠다.

why 책을 세 권 밖에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읽어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점은 로봇과 같은 과학기술이 발전해온 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 뿐만이 아니다.  그것보다도  이 발전된 과학기술이 미래에 미칠 좋은점,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역효과까지도 콕콕 집어 얘기해주니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