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포에버
구자형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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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로 그의 노래를 듣기 보다는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노래로 더욱 익숙했던 나로서는 자주 듣던 노래들이 실은 김광석의 원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야말로 그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안타깝게도 너무도 빨리 저버린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 이후에도 수 많은 가수들이 나왔음에도 그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대구 방천시장으로 간다그곳엔 김광석 거리가 있다그의 동상도 있고 그를 기념하는 벽화들이 꽃물결처럼 흐드러져 있다죽어서 꽃이 된 가객 김광석그를 만나러 대구로 간다어렵사리 도착한 김광석의 거리방천시장은 참 쓸쓸하다그래도 방천시장 여기저기에 김광석의 둥근 미소가 넘실거리는 것만 같다그의 미소가 내 가슴을 적시고벽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본문

 대구 방천시장에 그에 대한 거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나로서는 그의 유년시절부터 그의 마지막까지 전해주고 있는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조금 더 그를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아직 젊었던 그가 남겼던 노래며 이야기가 이토록 아름다웠다면나이가 들어 세월을 담은 그는 더욱더 아름답게 개화하지 않았을지이미 끝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며 넘기는 페이지는 야속하게도 빠르게만 넘어간다.

 통기타 하나 들고서 무대에 오른 그가 들려주는 음색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그가 살아생전 보여줬던 따스한 마음들 때문에 더 그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는아름다운 이들이 보여주는 아스라한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된다그에게도 있었던 처음이란 시간들이 어떻게 그를 가수의 길로 이끌었는지 등의 이야기들은 조금이나마 그와의 거리를 좁히게 만든다.

그는 노래하는 짐승이다바람이 김광석에게 목덜미를 물려 쩔쩔맨다.
시대의 거짓그 목덜미를 김광석이 물어뜯는 바람에 우리는 시대의 억압과 거짓이라는 가위 눌림에서 비로소 벗어나 다시 깊은 평화의 잠에 빠져든다
김광석의 노래는 한없이 울려 퍼져야 한다. –본문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수많은 이들과 지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는 무엇이라 이야기했을까조용한 한 청년이었던 그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뿌리 내린 것을 보며 그는 어떠한 표정을 지을까이제는 흐릿하게만 느껴지는 영상 속아득한 음색이 담긴 CD에서만 그를 만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타깝게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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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저 


 

 

독서 기간 : 2015.03.0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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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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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보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곳들을 꼭 가보리라라는 바람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감탄과 이미 이곳을 다녀온 저자에 대한 부러움을 가득 안고서는 바라보고 있었다유럽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호주는 딱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도 그런 곳이 있다라고 생각한 것이 전부였는데 이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나는 호주가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호주 역시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아 넣게 되었다.


 

 운명처럼 호주가 가게 된 저자가 들려주는 호주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더 풍요롭고 한적한 듯 하지만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고 “G’day”로 시작하는 여행은 그저 이 안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가져다 주는 느낌이다.

 아무 의미 없는 조약돌도 나만의 추억이 스며들면 평생 간직할 소중한 물건이 된다작은 조약돌도 그럴진대 하물며 세상의 중심이라는 울룰루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본문


 개인적으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울룰루가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밀려든다사쿠타로가 그토록 고대했던 곳이지만 차마 가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버린 그곳그 애잔함을 안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울룰루인데 이 곳을 가는 것이 생각만큼이나 쉽지 않다고 한다그럼에도 이 힘든 여정 속의 그녀 나름의 원칙을 깨고서는 여러 명에게 엽서를 보낼 정도로 아름답다는 캥거루 아일랜드는 이 광활한 장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반증하는 것일 게다.

 이 풍경이 치유제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이 곳에서 달리 무엇을 하지 않아도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고단함에 큰 위안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그랬기 때문에 그동안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던 나를 위해 일부러 이 먼길을 달려와 준 것일까바이런 베이의 바다가 들려주는 위로에 그저 망연히 바다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본문

 여행객들의 성지라 불리는 바이런 베이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지역이었는데 에메랄드 빛 바다도 바다이지만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이어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을 느끼게 된다등대 전망대의 새 하얀 전경을 올라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저자의 말마따나책을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행복함이 밀려드니실제 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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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호주 / 정태관, 정양희저 


 

 

독서 기간 : 2015.03.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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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른에 비로소 홀로 섰다 - 논어에서 배우는 인생 수업
조광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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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이라는 나이가 과연 내 인생에 오기는 올까, 라는 아득했던 그날의 기억에서부터 그럼에도 서른이 된다면 사회적으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자리를 구축하고 한 가정의 주인이 되어 20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막막한 가능성이었다면 30대의 나는 그 가능성을 거머쥐고서는 바람을 타고서 휘휘 날아가는 풍랑 속의 거대한 배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실 속의 서른이 된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망망대해 속에서 여전히 출렁거리고 있고 대체 어디서부터 이 모든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한 물음에 대해서 <나는 서른에 비로소 홀로 섰다>는 잔잔히, 그러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전해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찬찬히 알려주고 있다.

일생의 계획은 젊은 시절에 달려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달려 있다.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 한 일이 없게 된다. –공자의 삼계도운 본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욕망은 가득하지만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공자의 가르침을 빌어 무조건적인 비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이 욕망이라는 것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한다면 더욱더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길이 된다고 알려주고 있다.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즐기는 것이란 가르침대로 아직 젊은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 더 많기에 우리가 안고 있는 욕망을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함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  사람다움을 가르치는 윤리 교육이 가장 먼저라는 뜻이다 지식 습득은 사람됨의 근본을 익힌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의 과정의 훈육은 또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의미하기도 한다. 큰 틀의 방향만 알려주고, 그 다음은 자기 스스로 최상의 방법론을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람됨의 근본에 힘쓰도록 가르치고, 나아가 사회인으로서 의연하게 처세하도록 가르쳤으면 그것으로 자녀 교육은 족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지식과 지성과 쌓아가고 도를 깨닫는 것은 자녀의 몫이다. 본문

학창시절에는 남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아 이른바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남들보다 성공하기 위해서만 아등바등하고 있던 우리에게 심심치 않게 들리는 뉴스 속 암담한 사건들을 보노라면 과연 성공만을 바라고 달려온 우리 사회가 현재 건강한 모습인가에 대한 의구심만이 던져진다. 사람다움보다는 성공의 길이 옳은 것이라 생각하며 친구보다도 성적은, 주변의 사람들보다도 연봉의 숫자를 높이기만 치중했던 우리에게 과연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 길로 들어서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물음을 던져주는 것이다.

 늘 바쁘게만 달려왔던 나의 어제를 둘러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서른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인생의 의미가 그 동안의 혼란과 압박이 있었기에 지금의 울림이 뜻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혹여 또 다시 길을 잃어 종종거리게 될 때면, 이 책을 펼쳐놓고서 다시금 다짐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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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고전에게 인생을 묻다 / 이경우, 우경임저


 

 

독서 기간 : 2015.03.0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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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수업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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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사물에 둘러쌓인 삶을 살고 있지만 실제 그것들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를 가지고 바라본 적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아침에 핸드폰에 손이 가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자연스런 행동이었고 출근하는 동안에 귀에 자리하는 이어폰은 아침을 시작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지만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어떠하다, 라는 의미보다는 그저 일상 속의 평범한 날들 속의 젖어 있는 것일 뿐이었다. 매일 하는 화장이며 입고 다니는 옷이며, 그것들에 대한 뚜렷한 의식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나에게 이 <사물의 철학>은 그 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의미를 전해주고 있었고 그 안의 이야기를 하나씩 마주해가다 보면 이전에는 별로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죽음을 애도하는 검은 리본을 바라보면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망자에 대한 안타까운과 살아있는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슬픔이 리본 안에 조용히 담아져 있는 느낌이다. 망자를 몰랐다 손 치더라고 검은 리본은 그에 대한 위안을 담아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검은 리본을 단 이는 '침묵'하는 게 아니라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침묵은 외적 상황에 대한 수동적 태도와 관련된다. 반면 묵상은 고통과 슬픔의 상황에 대한 내적 성찰이며, 우리들이 통제할 수 없는 죽음, 때로는 죽음을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세계의 폭력성에 대한 근원적이며 능동적인 반성이다. -본문

 

 심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검은 리본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그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기에 이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들이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본 자체의 색깔보다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에 촛점을 맞춰 바라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괜시리 더욱 숙연하게 만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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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물들 / 강정, 권혁웅저


 

 

독서 기간 : 2015.03.2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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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
앤 비티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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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을 읽다 보면 드는 생각. 그래서 그 뒤에 이야기는 어떻게 됐을까? 라는 풀리지 않는 호기심은, 더 이상 두드려도 아무도 나올 이 없는 덩그러니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 한 채를 마주한 느낌이다. 아무리 뒤져 보아도 더 이상 나타날 것이 없는 그 진공의 상태에 남겨진 듯한 기분이기에 단편은 늘 아쉬움을 함께 전해주는 듯 하다.

 이번 <온전한 나로 살지 않는 상처> 역시 단편을 묶어 놓은 책인데, 각 이야기마다 딱히 명확한 줄거리가 있다거나 그 안에 강렬한 사건이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마지막이 정갈하게 정리된 듯한 느낌은 아니면서도 묘하게 이 책은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대체 뭐가 좋은 것일까, 라고 고심해 생각한다 하더라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좋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정형화되지 않은 그 만의 매력에 다음 이야기를 또 읽게 한다.

<온전한 나로 살지 않는 상처>의 주인공 엘런은 고등학교 음악 교사로 남편과는 별거 상태에서 이혼을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당시 엘런의 여동생의 집에서 하숙하고 있던 대학생 샘과 매제와의 관계가 불편해짐에 따라 샘은 엘런과 함께 살게 되는데 30대의 엘런과 20대의 샘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언가 색다른 광경 속에서 생경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엘런은 샘의 방을 청소했다. 샘이 로스쿨에 입학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기꺼이 청소를 맡았다. 샘은 정리할 시간이 없으니까. 또 다시 남자 뒤치다꺼리를 할 마음은 없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샘은 청소를 해 주면 매우 고마워했다. 처음 엘런이 청소를 해 주었을 때 샘은 다음 날 꽃을 선물하면서 그러실 필요 없다고,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바로 그 점이 달랐다. 엘런은 해 줄 필요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샘이 고맙다고 말하면 엘런은 청소를 더 해주고 싶었다. –본문

 이들의 이야기가 질척거리는 사랑이야기로 변모되었다면 아마도 읽는 내내 불편했을 것이다. 그들이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있고 서로에게 위로를 전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플라토닉 사랑을 맺고 있다고 말하는 엘런의 말처럼, 엉뚱한 샘과 그런 샘으로부터 자신을 위안해가는 엘런은 조금씩 정상이라는 궤도 속에 자신들을 올려 놓을 수 있도록 서로를 다독여주고 있다. 사랑, 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적지근하고 그렇다고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적당히 따스한 이들의 이야기는 시도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라는 대담한 메시지를 전하는 샘의 방랑으로 인해 끊어진 듯 하지만 여전히 서로의 마음 속에는 살고 있을 것만 같다.

 

<먼 음악소리>의 잭과 샤론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연인이다. 아직 잭이 샤론에게 함께 살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잭이 어머님의 유품을 그에게 선물하는 것은 함께 살자는 말보다도 더 큰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믿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도 거스 그릴러를 통해 잭에게 이미 아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삐걱거리게 되는데 분노로 점철되어야 할 이 상황을 생각보다 차분하게 대처하는 샤론과 잭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란 이름의 또 다른 면을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이혼하지 않는 거야?”
부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전부 다 이혼해야 된다고 생각해? 나만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게 아니야. 당신도 이런 하수구 속에 살면서 악몽이나 꾸는데도 여기서 벗어나려 들질 않잖아.”
그건 달라.”
잭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이혼 생각 안 했어. 미라는 엘파소에 있어. 나를 떠났다고. 그걸로 끝인 거지.”
그럼 이혼할 거야?”
그럼 나랑 결혼할 거야?” –본문

 뉴욕을 벗어나기 싫어하던 샤론과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잭은 서로가 더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기를 원치 않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았던 것일까. 이제는 가끔 연락만 하고 지내는 그들의 추억 속에 남겨진 서로의 기억들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은 사라졌을 지 언정 그들의 추억은 또 다른 곳에서 움트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나는 아버지가 죽어 가고 있는 줄 몰랐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건 알았지만 죽음이 뭔지는 몰랐다. 단순한 일을 쉽게 이해한다. 낯선 이가 건네주는 편지를 읽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이나 힘이 없는 사람을 친절하게 도와주는 일은 쉽다. 나는 아버지가 허리를 구부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통증으로 구부정해진 등.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 돌아가셨는데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항상 겨울눈처럼 창백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본문

 <당신은 나를 모른다>의 이야기는 서로 함께하고는 있지만 미적지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린과 마틴의 모습과 바니스의 고백을 보면서 순간순간을 나누고 함께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가까이 여겼던 이들, 예를 들어 부모님, 남편, 애인 등과 같이 나와 바로 곁에 있는 이들일수록 오히려 그들에 대한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많다는 것으로 늘 곁에 있기에 안다고 여기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은 사뭇 서글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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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 전경린저


 

 

독서 기간 : 2015.03.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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