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석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로 그의 노래를 듣기 보다는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노래로 더욱 익숙했던 나로서는 자주 듣던 노래들이 실은 김광석의 원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야말로 그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너무도 빨리 저버린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 이후에도 수 많은 가수들이 나왔음에도 그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대구 방천시장으로 간다. 그곳엔 ‘김광석 거리’가 있다. 그의 동상도 있고 그를 기념하는 벽화들이 꽃물결처럼 흐드러져 있다. 죽어서 꽃이 된 가객 김광석, 그를 만나러 대구로 간다. 어렵사리 도착한 김광석의 거리, 방천시장은 참 쓸쓸하다. 그래도 방천시장 여기저기에 김광석의 둥근 미소가 넘실거리는 것만 같다. 그의 미소가 내 가슴을 적시고, 벽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본문
대구 방천시장에 그에 대한 거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나로서는 그의 유년시절부터 그의 마지막까지 전해주고 있는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조금 더 그를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젊었던 그가 남겼던 노래며 이야기가 이토록 아름다웠다면, 나이가 들어 세월을 담은 그는 더욱더 아름답게 개화하지 않았을지. 이미 끝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며 넘기는 페이지는 야속하게도 빠르게만 넘어간다.
통기타 하나 들고서 무대에 오른 그가 들려주는 음색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그가 살아생전 보여줬던 따스한 마음들 때문에 더 그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이들이 보여주는 아스라한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된다. 그에게도 있었던 처음이란 시간들이 어떻게 그를 가수의 길로 이끌었는지 등의 이야기들은 조금이나마 그와의 거리를 좁히게 만든다.
그는 노래하는 짐승이다. 바람이 김광석에게 목덜미를 물려 쩔쩔맨다.
시대의 거짓, 그 목덜미를 김광석이 물어뜯는 바람에 우리는 시대의 억압과 거짓이라는 가위 눌림에서 비로소 벗어나 다시 깊은 평화의 잠에 빠져든다.
김광석의 노래는 한없이 울려 퍼져야 한다. –본문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수많은 이들과 지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는 무엇이라 이야기했을까. 조용한 한 청년이었던 그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뿌리 내린 것을 보며 그는 어떠한 표정을 지을까. 이제는 흐릿하게만 느껴지는 영상 속, 아득한 음색이 담긴 CD에서만 그를 만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타깝게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