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왕 김창호 - 최고의 무역전문가와 5일 만에 마스터하는 무역실무 손에 잡히는 무역 17
이기찬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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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안에서의 교류가 아닌 2개 이상의 국가에서 교류가 발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무역이라는 메커니즘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기본적인 무역의 흐름으로 진행하는 것들이야 별 무리는 없다 만은 여전히 가끔씩 발생하는 번외의 문제들을 마주할 때면 이번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앞길이 막막해지곤 한다. 4년 전공 공부에 실무를 더해 몇 년이 지났지만, 무역이라는 것은 도무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듯 하다.

 

 2개 이상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교류이다 보니 언어, 관습, 법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상충하곤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무역에 있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두고 있다.

 색상을 blue라고 정해도 수출자가 생각하는 blue color와 수입자가 생각하는 blue color는 다를 수가 있지 않겠냐. 그러니 어떤 물건을 사고 팔지를 정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중략)

 제일 좋은 방법은 샘플을 주고 받는 것이다. 실제로 수출할 물건의 샘플을 주고 받으며 어떤 물건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지 않겠냐. 요즘에는 샘플 대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이메일을 첨부해서 보내기도 한다. –본문

 제품의 경우 샘플로 거래가 되기도 하지만 중장비와 같은 heavy cargo일 경우에는 도면 등을 통해서 사전에 검수를 하기도 하고, 세제류와 같은 경우에는 안전한지에 대한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입 또는 수출하기 이전에 각 당국이 요구하는 검수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선적 서류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 관련해서도 관련 서류인 B/L, Commercial invoice, Packing list 등이 들어 있기에 각 서류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이 무엇인지 등을 실전처럼 배울 수 눈에 더 잘 들어오는 듯 하다. 단순히 종이 서류인 듯 하지만 original B/L은 유가증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그만큼 제대로 알고 발급하고 발급받아야 하는 대상인데 이 책 속에서는 각 서류에 기입되어야 하는 것들과 명칭에 대해 세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For account & risk of Messers. 라는 것은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기재하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거래조건과 상관없이 바비어의 상호와 주소를 기재하면 된다. –본문

 무역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서부터 결제, 계약 및 운송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다루면서 보험이며 통관 등에 대한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무역의 전반적인 내용을 배울 수가 있다. 물론 이 한 권만으로 무역의 모든 것을 마스터한다는 것은 과욕이겠지만 B/L의 종류는 물론이거니와 보험에 대해 A/R ICC(A)에 대한 내용들을 접하며 이러한 것들이 있구나, 라는 것을 배우며 무역에 대한 흐름에 대해서 잡을 수 있다는 것에서 무역에 대해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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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천재가 된 홍 대리》 / 이기찬저

 

 

 

독서 기간 : 2014.02.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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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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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란 대문호가 그가 남긴 유일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남길 정도로 자신 스스로 호평을 했던 작품을 이제서야 마주하게 되면서, 아니 이제서야 그의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책을 읽기 시작한 나의 독서 편력이 얼마나 심각한지와 더불어 여전히 읽어야 할 고전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에서, 부끄러우면서도 그래도 이제는 톨스토이의 <부활>만큼은 읽어보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안고 읽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2권의 책을 마주하기 전에 읽어내려 간 줄거리를 보면서 주인공인 네흘류도프 공작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만 가득 차 있었다. 독자를 넘어 여자이기에 그가 본능에 의해 취하고 버렸던 여인 카튜사가 결국은 창녀로 전락하여 결국은 나락으로 떨어짐에 따라 감옥에 갇히게 되고 상인 독살 혐의 재판에서 카튜사를 만나게 되어 지난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너무 쉽게 용서를 구한 듯한 그가 원망스럽게만 보였다.

이전과 같이 책을 읽기보다는 검색창에 줄거리를 보고 말았다면, 이 막장 드라마와 같은 내용들을 보면서 말도 안돼, 라며 그저 지나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2권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안에 서서히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따라 가다 보면 카튜사는 물론이거니와 네흘류도프의 의식 흐림에 대해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네흘류도프의 고모들이 수양딸처럼 키워온 카튜사를 그는 단지 그의 욕망에 젖어 취하고 만다.신분 체제가 뚜렷했던 당시의 상황으로는 고모들의 수양딸이라고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사회의 하위 계층에 분류될 수 밖에 없었던 카튜사로서는 불러오는 배를 안고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만약 그녀의 아이가 별 탈 없이 자라줬다면, 네흘류도프를 사랑했다고 믿었건 카튜사는 어떻게든 살았을 지도 모른다. 레미제라블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마저도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었으며 결국 다시는 마주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들은 법정에서 한 명은 죄인으로, 한 명은 배심원으로 마주하게 된다.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자아가 있었다. 하나는 남에게 행복이 되고 자기에게도 행복이 될 수 있는 그러한 행복만을 찾는 정신적 자아였고, 다른 하나는 오직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전 세계의 행복까지도 능히 희생시킬 수 있는 동물적 자아였다. –본문

사실 이 상황만을 두고 본다면 네흘류도프와 카튜사는 반대의 위치에 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범한 뒤 별 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네흘류도프가 카튜사를 법정에서 마주하면서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는 장면들에서, 어찌되었건 자신의 죄를 뉘우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서 변모하려는 그를, 처음의 원망은 접어두고 노력해가는 그를 조금씩 받아들여야 했지만 처음에는 이 모습마저도 왠지 얄밉게만 느껴졌다.

카튜사의 실형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하는 단초가 되었으며 시베리아로 유배를 가야 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는 그곳에 따라가면서까지 그녀의 삶을 어떻게든 다시 구원하려 하고 있다. 자신에 의해 망가졌던 그 시간들을 지금에라도 다시 되돌려 보려 하는 그의 모습은 카튜사와의 결혼을 결심하게도 하지만 이 결심마저도 계속 흔들리는 모습에서 처음과 같은 마음이었다면 네흘류도프를 미움만으로 바라보아겠지만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드러내야 한다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용기의 발현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특히나 주변 이들의 반대는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위치 등에 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서, 어쩌면 나와 비슷한 그의 모습에서 점차 그를 이해하게 된다.

세상에서 중요하고 훌륭해 보이는 일은 모두 하찮고 보기 싫은 일들이며, 눈부시게 빛나고 사치스러운 것은 모두 여러 사람들에게 아주 당연한, 옛날부터의 죄를 감추는 것들이다 본문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도중 속출하는 사상자들을 보면서, 과연 이 세상에서 그 누가 죄인이며 그 누가 그들을 처벌할 수 있는 이들인가, 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과연 정의라는 것은 어떠한 형태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를 보면서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이전에는 방탕한 생활을 하며 이 세상에 대해 그럭저럭 안주하고 있었던 자신이 카튜사를 권력의 힘으로 취하고서는 권력의 힘으로 덮었다면 세월이 지나 카튜사를 마주한 네흘류도프는 이제서야 다시금 세상 속에 자신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색안경을 벗고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범죄인이라는 사람들을 처벌해왔으나 그렇다고 죄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진화된 범죄가 드러나고 있다. 부패한 사회 속에서 처벌이라는 이름으로 단종되어 지던 그들의 사회를 그 안에 아무렇지도 않게 포함되어 있던 네흘류도프가 눈을 뜨게 되면서 성경을 빌어 진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그 아련한 노력들이야 말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누구를 통한 부활이 아닌, 나 스스로 만이 부활의 활로를 만들어갈 수 있으며 사회를 변모할 수 있다는 그의 작은 발걸음들을 보면서 나는 그에 대한 미움을 서서히 지우고 그를 이해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세상을 목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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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 빅토르위고저

 

  

 

독서 기간 : 2014.02.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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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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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이기는 하나 주변에 결혼한 이들을 보면 특히나 이제 학부모가 되어간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 라는 것이 그저 되는 것이 아닌 매 순간마다 너무 어려우면서도 도통 어느것이 답인지는 모르겠으며 또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하다보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쉽지 않다, 라는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

어릴 때만 해도 어른이 되면 모든 것들에 통달하게 되는, 그야말로 천재가 되는 줄만 알았다. 막상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아직도 아리송한 것들이 수두룩하기에, 인생이란 누구나 한번밖에 살지 못하는 것들이기에 새로운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자연스레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데 부모가 된다는 것 역시 부모가 된 이들에게 조차 처음인 또 다른 모습이기에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모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얼마전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중 부모VS학부모를 보면서 과연 부모와 학부모라는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부모로서의 그들은 아이의 안녕을 바라고 있지만 학부모로서 그들은 아이에게 조금 더 좋은 미래를 바라며 더 많은 것들을 해주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률이 70%를 넘는다고 하는 요즘에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것은 일단 다른 사람들보다 도태되는 것이며 그 70% 중에서도 이른바 누가 들어도 알만한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누구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전쟁은 팽팽하다 못해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를 처음 배웠던 나의 세대와는 다르게 점점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낮아져 지금은 영어 유치원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어까지 배우는 아이들도 태반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하고 그리하여 더 많은 세상을 전해주고 싶어하는 현재의 부모들은 과연 완벽한 부모로서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과연 엄마의 자녀 사랑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그리고 엄마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헌신 없는 자녀교육을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시대 자녀 교육은 부모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자녀교육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부모가 헌신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부모의 욕심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이 책을 읽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 아이들과 함께 전전 긍긍하는 부모들의 사연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모두 가장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하나씩 하나씩 나아가려 하고 있으나 부모가 생각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길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부담이면서도 감당하기 힘든 짐이라 느끼는 경우가 있어 이 둘 간의 줄다리기는 결국 끈이 끊어져 회복하기 힘든 관계로 종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너무나 순한 아들이자 엄마의 말이면 순종했던 아이가 사춘기의 시기에 들어서면서 삐뚤어지기도 하고 어릴 때는 모두 존경해 마지 않던 좋은 성적을 받아오는 아이가 게임에 빠지게 되면서 혹은 주변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성적은 바닥을 치기도 하는 등 서로가 삐그덕 거리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 책 속에서는 그런 수 많은 사연들을 모아 그들이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아빠의 자리는 엄마가 만들어 주세요'라는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아버지란 존재는 어머니의 입을 통해 만들어진다." 프랑스의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가 한 말이다. 이 표현에서 가정의 불행과 행복은 바로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이 함축되어 있다. 자녀에게 아빠는 엄마의 입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이다. -본문

한 가정에 있어서 아버지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세태 속에서도 저자는 아버지의 자리가 아이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며, 때로는 부족하기도 하고 어리숙한 모습의 아버지일 지 언정 그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수 많은 해답 중에서 어떠한 것을 차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이야기를 읽게 되면서 무조건적인 사랑뿐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바라보는 것도 또 하나의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부모라는 것이 쉬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모든 것을 다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하는 몫이 아니다. 100을 다 주며 완벽한 세상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며, 아이들의 롤 모델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또한 부모의 자리라는 것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 어깨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느끼게 된다. 쉽지 않을 것이고 아직도 배워야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부모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하다. 아직도 가야할 길을 많이 남았다지만 조금씩이나마 이 책의 이야기들을 아로새기며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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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 / 창랑, 위안샤오메이저

독서 기간 : 2014.02.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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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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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 먼로의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이 무언가 따스하면서도 때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의 구성들이 있었다면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책의 제목과는 달리 행복하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번 <런어웨이>는 뭔가 아련함이 맴도는 작품들이 담겨 있었다.

 <런어웨이>의 칼라를 보노라면 마치 그린 라이트를 꺼줘의 사연 속 어느 한 여인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변할 것이 없는 남편 클라크와의 사이에서 매일 똑같은 일상이 되어버린 그녀의 하루를 보면, 과연 그녀에게 나는 무슨 충고를 해 줄 수 있을까?

   사실 그녀의 부모님은 이 결혼에 대해서 반대를 하셨고 그녀의 남편인 클라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다. 부모님과 클라크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했던 칼라에게 도래한 현재의 상황은 그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모습인지는 몰라도 모든 것이 한 순간의 선택으로 결정되어 버리는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듯 해서 서글프게만 느껴졌다.

  칼라는 클라크와 함께 집에서 벗어나 빨래방에도 가고 카페에서 커피도 사 먹으면서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대화가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실로 가 남편을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슬픔이 목까지 차올랐다. 샤워의 열기 때문에 눈물샘이 터진 게 틀림 없었다. 클라크에게 기댄 칼라는 그대로 무너지며 엉엉 흐느껴 울었다. –본문

어찌되었건 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실비아의 옷을 입고 실비아의 도움을 받아 이 곳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칼라는 버스를 타고 토론토로 이동하는 도중 점차 그녀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클라크가 없는 곳에서의 하루를 상상하면서도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일생의 큰 목표였다면 그가 사라진 내일부터는 그녀의 삶에는 또 다른 희망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머리 속에는 이 모든 사태에 대해서 그와 마지막으로 이야기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그녀는 토론토로 향하던 버스를 박차고 다시 암울했던 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플로러는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황망한 자유를 찾았을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르는 바이지만 나 역시도 플로러의 삶을 갈망하면서도 칼라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아니야, 라는 대답을 확언할 수 없다는 것에서 무언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든다. 읽어 내려갈 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을 못했었는데, 아마도 이 진한 잔상이 앨리스 먼로의 힘이 아닌가 싶다.

  그 드레스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죽여버릴거야.” 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이 소설 속의 로빈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히스테리가 넘치다 못해 미쳐버린 줄만 알았다. 옷을 준비해 놓지 않는다고 죽여버리겠다니. 이 끔찍한 이 이야기를 입에 담고 있는 그녀의 1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녀가 얼마나 절절하게 이 드레스를 찾아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로빈은 모든 것을 1년 전 그날 밤으로 돌려놓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속했던 세상은 물론 다른 세상이었다. 무대 위에서 만들어진 세상이나 다름없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이다. 엉성한 양속, 의식과도 같은 키스, 그들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진행 될 것이라는 무모한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본문

 소설 속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어디선가 나에게도 일어날 법한 그녀의 하루를 쫓다 보면, 그리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터덜터덜 돌아와 현실을 마주한 그녀를 보면 왠지 울컥하게 된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 어느 세상이 나를 주인공으로 맞이해준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에게 삶의 작은 자비만이라도 비춰졌다면 이 모든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여 따스하게 매듭 질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은 그저 아련함만 남겨 놓고 있다.

 평론가가 아니기에 감히 그녀의 작품에 대해 가타부타 할 수는 없겠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떠나서라도 그녀의 이야기는 읽고 나면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에 계속해서 곱씹게 한다. 서글프다, 라는 단어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그녀의 이야기는 한 동안 내 머리 속에 계속 맴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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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 춤 / 앨리스 먼로저

 

 

 

독서 기간 : 2014.02.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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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니체의 말 2 초역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미정 옮김 / 삼호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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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보겠다는 심산으로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구매해 놓고서 책장에 넣어둔 것이 벌써 1년은 넘은 듯 하다. 그의 책이 어렵다 혹은 난해하다, 라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고 있었던 터라 감히 열어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그의 책은 마주할 생각은 못하고 있으면서도 그가 주장하던 이야기들을 먼저 읽어보고 싶다, 라는 바람과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래도 니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이 습관이 된 나로서는 이 책에는 포스트잇이 매 페이지마자 붙이다가 나중에는 결국 이 책 자체를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가까이 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상들이기는 하나 읽어내려갈 수록 그의 이야기들에 절로 고개를 끄덕여 지기도 하고 무언가 가슴을 관통하는 이야기에 절로 숙연해지기도 하는 것이 니체가 이런 사람이었으며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를 고스란히 인지하게 된다.

지구 상의 전쟁이 없었던 날이 열흘 남짓이라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평화라는 것을 이루는 것이 어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곤하다가 이 책을 보면서 이름만 바꾸어 전쟁에 대한 수 많은 단어들이 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되면서, 하나의 현상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나누어야 할 만큼 우리는 이렇게 피를 부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숙연해지게 된다. 이전에도 있었던 현상들에 대해서 새로운 이름을 붙여 이야기하고는 있으나 어찌되었건 누군가 타인을 겨루고 있다는 것에서, 인간의 역사는 어쩌면 붉은 피로 물들여 이어져 온 것은 아니었을가.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한 상념들을 읽다보면 과연 어떻게 삶을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라며 타인 혹은 다른 것들에 의해 변화되었기에 자신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자신이 바란 것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삶을 오롯이 지나온 이이기에 들려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편협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나의 눈과 독서 편력에게 촌철살인과도 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더 많은 세상을 배우고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말이었는지, 나의 세상이 얼마만큼이라는 것을 무의식속에 고백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이야기들을 조아리는 것 조차 조심스럽게 된다.

이전에는 마주하는 것조차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먼 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니체의 생각들을 읽으며 그의 이야기들 역시 마주해봐야겠는 결심을 다시금 조심스레 해 본다. 단상들의 읽으며 이토록 가슴을 울리게 하는 것은 그의 이야기들 역시 넘을 수 없는 난제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 그야말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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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말 / 프리드리히 니체저

독서 기간 : 2014.02.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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