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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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업데이트되는 빨간 책방팟 캐스트의 흑임자 김중혁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잰걸음으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일까. 실제 그를 마주한 적도 없지만 이미 나는 그를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목소리가 귀에 익어버린 탓에 그의 이야기인 <메이드 인 공장>으로 처음 그의 글을 읽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읽는 내내 피식 웃음이 난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묵묵한 듯 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따스함이 깃들어있어 편안하게 읽어내려 갔는데, 학창 시절이 아니고서야 어느 곳을 견학 한다는 것이 쉽지 많은 우리에게 그는 다양한 공장을 다녀와서 그 모습들을 알알이 전해주고 있다.

주변만 슬쩍 돌아보아도 수 많은 공산품들이 널려있다. 매일 쓰는 것에서부터 가끔 사용하는 것들, 때로는 그런 것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기 마련인데 완제품이 되어버린 그 물품들을 마주하는 것이 보통이기에 나는 그 물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이 곳으로 도착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생각은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어느 공장에서 만들어졌겠지, 라는 생각과 공장이라 함은 높은 굴뚝이 있고 그 굴뚝에서 연기만 피어 오르는 모습만을 상상하고 있는 나에게 그는 생동감 넘치는 공장의 실제를 알려준다.’

어린 시절, 작은 마을에서 지냈다는 그로서는 커다란 공장에 대한 환상마저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공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나의 생각 속 공장의 모습도 한정적인듯 한데 어찌되었건 물품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가 그 물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을 견학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바로 제지공장이었는데 소설가인 그로서는 종이와 땔래야 땔 수 없는 것이기에 그가 제지공장으로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것에 대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본다.

제지 공장의 숙명도 비슷한 것 같다. 고대 이집트의 커다란 수초 파피루스에다 문자를 적기 시자간 인류는 석판, 밀랍, 가죽, 종이에다 수 많은 글을 남기며 진화해왔다. 인간의 진화를 위해 자연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무를 잘라내고,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ㅇ하여 종이를 건조 시키고, 펄프를 표백하기 위해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글씨를) 쓰기 위해 (나무를) 부스는 일은 과연 옳은 일인가. 쉽게 답할 수 없다. –본문

하루에도 수 십장의 A4용지를 쓰는 것은 물론 전자책보다는 종이로 된 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나 역시도 일년에 몇 십 그루의 나무를 사용할 텐데 그러한 종이가 어떻게 나무로부터 만들어지는지, 나의 손 아래서 사라져가는 나무들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듯 하다. 그저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기에 별 죄책감 없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제지 공장의 위압감을 고스란히 전해주던 그는 종이를 쓰는 것에 대한 상념을 던져주고 있다.

엘피가 갑자기 많이 팔려서 시디나 음원 판매를 앞지르는 일을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엘피의 먼지를 닦으며 음악을 듣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곡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옳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엘피가 끝까지 살아남아서 계속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뭐 잊고 있는 건 없는지, 너무 많은 걸 줄이고 압축하는 바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까지 줄인 것은 아닌지, 우리가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음악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질문을 던지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본문

차마 입 밖으로 되내기도 민망하기만 한 콘돔공장과 브래지어 공장을 지나, 김중혁 작가의 작업 공작소, 가방 공장을 넘어 LP 공장에 도착하게 된다. LP판에 대해서 TV를 통해 종종 본적은 있지만 내 두 눈으로 실물을 본다거나 두 귀로 그 날것의 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언제나 브라운관을 통해서 마주한 것이 LP의 전부인데, 우리나라의 유일한 LP공장이라는 엘피팩토리는 이곳은 일반적인 공장에 대한 상식을 뒤엎어버리는 전무후무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윤 창출을 위해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지만 이 곳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얻은 수익이 고작 200만원이란다. 그것도 공자을 가동하는 날보다는 닫혀 있던 날이 더 많았던 이 공장의 존속 이유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잊혀져 가고 사라져가는 그 와중에도 LP 공장을 닫지 않고 있는 이 곳의 존재의 가치를 따지는 것 역시 우리 스스로 너무나 계산적이 되어 버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기에 한편으로는 씁쓸한 나의 단편을 보게 된다.

공산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도 우리의 삶에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이상이 생기거나 하는 일들은 없을 것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그 공산품들을 사고 쓰는 평범한 일상을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하나하나의 공장들을 마주하게 된 후부터는 손에 집히거나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과연 이건 어디서 왔을까, 라는 생각들에 빠지게 된다. 전에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또 생각들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부터 무언가 물품들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긴다는 점에서도 즐겁게 읽은 책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안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그가 만난다는 지인들에게 풀어 놓을 생각이라고 하니, 그의 지인이 아닌 그저 독자인 사실이 조금 서글프게만 다가올 뿐이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유쾌하면서도 신선한 이야기였다.

독서 기간 : 2014.10.2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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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아갈 용기 - 말 못 할 콤플렉스와 우울로 인생이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존감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뮈조 그림 / 더퀘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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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일상의 연속에 있는 동일한 패턴 속에 있는 나를 보노라면, 금요일 밤은 주말을 기약하며 설렘 가득하며 즐거워하고 일요일 밤이 다다라 월요일을 목전에 앞두고 있을 때면 다시 또 주중을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함이 밀려들곤 한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선상에서 시작했던 주변 이들은 이미 저 앞으로 내달리고 있고 힘겹게 내일을 보내야 하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절로 어깨가 축 늘어지곤 한다.

생각해보면 딱히 콤플렉스도 없다고, 아니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마주하고서는 깊이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넘기며 지내는 것이 일상인 나로서는 몸매가 좋은 연예인들을 보아도 그들의 직업을 위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학벌이 좋은 이들이나 이미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그들은 나와는 다른 운명을 타고 난 이들이겠거니 하고 넘기기가 일쑤였다. 그러니까 나는 콤플렉스나 우울을 그저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그에 대해 반응하기 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넘기며 보내는 것이 보통의 나날이었으며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나를 자각하고 있다기 보다는 성향이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었다.

그렇다, 백번 옳은 말이다! 인간은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장류나 대형 유인원류와 비교하더라도 인간이 대단하고 특별한 두 가지 능력을 지닌 것만은 틀림없다.(중략)
인간근 사회적 동물인 만큼 수천 년전부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상상하는 직관과 공감의 능력을 계발해왔다. 이를테면 속으로 이렇게 물어볼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 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나한테 뭘 기대하는 거야? 저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인간은 이러한 태도에 힘입어 고도로 발달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 –본문

초등학생때만 해도 길거리를 혼자 다니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졌었다.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올 때만 해도 괜찮았지만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걸어야 하는 그 순간의 길을 너무도 넓게만 느껴졌고 사람들이 저 아이는 왜 혼자 다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만 바라본다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생각이 모두 사라져 혼자 식당에 들어서서도 주문을 하고 밥을 먹기까지 20여 년 남짓의 시간이 걸렸으니 한 사람의 성격을 바꾸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기에 인간은 늘 타인의 시선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오롯이 세상에 나 혼자라면 우리는 함께, 하는 단어는 물론이거니와 수 많은 규칙이나 법규들은 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겠지만 수 많은 제약과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타인과의 관계로 인해서 할 수 없이 나와 남에 대해 생각해봄은 물론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내가 가진 문제 중 하나라면 하나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는 별달리 생각하지 않는 듯 하지만 누군가가 부탁하는 것에 대해서 쉬이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탁을 하는 것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내가 가진 문제 중 하나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 책 안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때로는 싫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사꾼에게 마음에 안들어요!”라고 딱 잘라 말하고, 가까운 이에게도 실망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시적인 불일치와 결정적인 불화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시어머님 생각에 반대했다간 밉보이고 말걸. 그럼 우리 고부관계는 끝장나는 거야.’ 또한 싫다고 하면 그 사람은 내 사랑이 식었다거나 내가 자기를 멸시한다고 생각하겠지.’하며 거절을 거부와 동일시하지도 마라. –본문

거절한다고 해서 관계가 비틀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최악의 상황들을 그려보며 지금 거절한다면 그 이상의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에 언제나 Yes를 외치곤 하는데 그리고 나서 혼자 후회를 한다든지 왜 그랬을까, 하는 반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을 보며 이 모든 것이 최선의 것이라 생각하며 했던 행동들이 결코 최선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나에 대해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특히 외모에 관한 모습들은 타인은 모르지만 나 만큼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작은 뾰루지 하나도 어마어마하게 크게 보이고 사람들이 그 부분만을 바라보는 듯 해서 가리기에 급급하기 마련이다.

기형공포증 환자는 자기 신체가 실제로 불완전하거나 정상에서 벗어난 모습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괴물 같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있다면 정상적인 대화로 그들에게 이성을 되찾게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본문

기형공포증에 떨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이 문제에 잠식해 있는 이들인데 타인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자기의 눈에는 자신의 결점이 엄청나게 부각되어 보이게 되면서 점차 그 생각이 자신을 집어삼키게 되며 결국에는 사회 생활도 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하게 되는데 이들에게는 오히려 자신이 기형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을 계속해서 노출시킴으로서 그 모습을 받아들이며 기형이 아님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글의 전반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는 이 서평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듯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이 책은 유쾌하게 이 모든 것들을 그려내고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조용히 건네주고 싶다. 당신을 정상의 궤로도 진입하게 하는데 이토록 즐거운 책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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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콤플렉스 / 조안 루빈-뒤취

독서 기간 : 201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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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진력 -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
박종평 지음 / 더퀘스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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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에 개봉된 영화 명량을 빼놓고서는 올해의 영화계를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관객수를 기록한 이 영화 덕분에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기대는 물론 관심을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랐는데 수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찾고 열광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이순신 장군과 같은 지도자를 원하는 염원을 담겨서이기도 할 것이다.

이순신은 전 세계의 다른 영웅들과 비교하여 특별한 점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영웅들 대다수는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국가의 야망, 이익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영웅이 되었다. 그들에게 이웃나라는 빼앗아야 할 땅, 이익을 놓고 다투는 적들의 집단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이들과 달리 이웃나라를 침략하지도, 적국의 무고한 백성을 죽이지도 않았다.
중국의 고대 사상가인 순자는 전쟁이란 적국의 백성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백성을 어지럽히는 자를 죽이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본문

이순신 장군에 관한 서적만 4번째로 발간하고 있다는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이순신 장군의 기개와 리더십에 대한 무한한 존경을 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의 장군이기 이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장군이었으며 어쩌면 우리나라 안에서보다도 그 이전에 다른 나라에서 먼저 이순신 장군의 덕목과 행보에 대한 관심이 우선되고 있었던 것을 보면 아직 우리가 아는 이순신 장군은 너무도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보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개가 절로 느껴지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펼친 이 안에서는 장군이라는 그의 호칭처럼이나 무거운 느낌이라기 보다는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가 17 17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동안에 어떻게 그 순간순간들을 일궈나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 책 속에서 이순신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데 내가 알고 있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들이기에 읽는 내내 새로운 그를 만나는 느낌이 든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순신은 굶주리는 백성과 군사들을 걱정하며,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전쟁 중에도 나라에 필요한 각종 진상품까지 생산하기도 했다. <난중일기>에는 최고사령관이면서도 직접 밭에 나가 씨를 뿌리고, 소금 굽는 가마솥을 만들고, 미역을 따온 일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본문

전장의 순간에도 그가 가장 우선시했던 것은 그의 곁에 있는 백성과 군사였다. 구태여 그가 나서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직위는 벗어 던지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직접 몸을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를 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그는 왜 이토록 자신이 몸소 모든 것들에 함께하려 했을까. 그의 이 행동 하나하나는 주변 이들로 하여금 그 자신들도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무언의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가 움직이는데 그의 지휘 아래 있는 이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ㅇ상 1597년의 백의종군은 그가 겪었던 다른 백의종군이나 시련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순신이 목숨을 걸고 만인지상의 지존인 임금의 명령을 거부해서 받은 처벌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등의 병법서에서는 군주의 잘못된 명령은 장수가 거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순자도 위태로운 곳인 줄 알면서도 명령에 따라 장졸들을 보내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지 마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령에 따라 적을 공격하지 마라. 군사와 백성을 속이는 명령은 거부하라.”고 했다. –본문

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하면 백의종군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당시 선조의 명령에 불복했던 그는 죽음을 면치 못하는 순간까지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마저도 이순신은 누군가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을 묵묵히 받게 되는데, 만약 그것이 나였더라면 나는 과연 이순신 장군처럼 할 수 있었을까. 당시 군주의 명령은 법일 수 밖에 없던 그 상황 속에서 올곧은 자신의 선택을 하게 되는 그가 존경스럽기만 하다. 비록 왕의 명령은 어겼다고 하나 그는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위해 제 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위인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또 다른 하나의 면모는 바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종종 나타난다는 것이다. 남자로써 태어나서 3번만 울어야 한다는 현대의 남자들의 숙명과는 다르게 그는 장군임에도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종종 있었다는 것을 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라는 의문을 안고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데 그는 당시의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안타까운 모습과 백성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아들과 어머님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물은 그저 눈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세계를 바꾼 30명의 위대한 지도자 속에 이순신 장군의 이름이 당당히 올라 있다. 그는 일본의 제국침략을 300여년 동안이나 지연시킨 인물이었으며 우리나라로서는 그가 없었다면 현재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을까, 라는 섬뜩한 상상마저 들게 하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위인이다. 그의 위대했던 기록을 기반으로 하여 그가 어떻게 당시의 전란을 이끌기 위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그의 모습이 지금 다시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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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리더십 / 노승석저

독서 기간 : 2014.10.2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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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존의 문제 40가지에 답하다
김용전 지음 / 샘터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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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전철을 타고 등교를 할 때 보면 지하철에서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직장인들을 보며 그들을 왜 저렇게 힘들어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이미 졸업까지 마치고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음에도 왜 저렇게 늘 힘들어 보이는 걸까, 라며 측은함 반, 신기함 반으로 바라보곤 했는데 그때의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던 직장인의 대열에 들어오고 나니 이 고단함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대번에 알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도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정신 없이 고개를 흔들며 잠이 들고 있다.

 처음 직장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설렘을 안고서 환희에 차 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 이름이 새겨진 명함이 있고 출입카드가 생겼으며 번듯한 책상을 보며 뿌듯해했었는데 바야흐로 4년이 넘어가는 직장인이 된 지금은 그 무엇에 대한 감흥도 별달리 없이 그저 오늘을 아무 일 없이 마무리하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일에 대한 어려움보다도 사람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1년만 버티면 3년은 버티고, 3년차를 지나면 5년은 버틴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매 순간 회사를 떠나고자 하는 바람 속에서도 아직까지 견디고 있는 것을 보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또 서글퍼지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여기지만, 그러면서도 요즘 다소 걱정이 되는 것은 재직 기간이 아예 1년도 채 안 된 새내기 직장인들이 이직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온다는 사실이다. 물론 1년이 아니라 한달이라 해도 여기는 정말 아니구나!’하는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문제는 1년이 채 안 되서 이직을 한 분들 가운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취지의 상당을 해오는 분들이 의외로 만다는 사실이다. –본문

나 역시도 1년이 되기 전까지, 과연 이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꽤나 오랜 동안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과연 이 곳이 나의 평생 직장인가, 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고민보다도 입사 후 1년이 가장 큰 시련의 난관이었는데 직장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빽빽하다 못해 답답하고 힘들기만 한 회사 생활이 두렵기만 했다. 특히나 남성적 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현 회사에 대해서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라는 계속된 고민 끝에 1년이 지나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 저자가 말하는 것으로는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말고 조금 더 알아보고서 그때도 아니다, 라는 확신이 든다면 포기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직장인들은 사실 꽤 많이 있다. 물론 이런 분들 가운데는 과감하게 자기 길을 찾아서 변신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 저 길로 가고 싶다하고 몸살을 앓으면서도 막상 결행은 하지 못하고 지금의 일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는데도 쉽사리 결행하지 못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서 주변의 만류를 이유로 든다. ‘한 사람이 참고 열심히 일하면 조용히 잘 먹고 잘 살 일을 왜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켜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려고 하느냐?’고 반대하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가족의 만류도 만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열정 부족인 경우가 많다. –본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해보았을 생각일 것이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 이외의 다른 길을 바라보았을 때 가슴이 두근거려지는 설렘. 분명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만 해도 그러한 설렘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담담함을 넘어서 벗어나고 싶은 나날이지만 새로운 길을 목도했을 때 지금의 내가 있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쉬이 그 곳으로의 일탈을 하지 못하게 된다. 벗어나려 하지만 스스로 발목이 묶여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진정 자신이 새로운 길로 가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먼저 하고 나서 그것이 진정 맞다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방향들을 안내해주고 있다.

 일을 하고 나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들어선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힘에 따라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한다. 무엇이 답인지, 과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일들에 대해서 그가 주변 이들에게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전해주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래, 이러한 방법이 있었구나.’ 라는 안도를 전해준다. 매일 축 늘어진 어깨를 안고 출근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한 두 장 넘기는 것만으로도 그 무거웠던 짐이 금새 줄어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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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떠나기 3년 전 / 오병곤저 


 

 

독서 기간 : 2014.1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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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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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책을 읽어주는 남자라니. 그의 존재를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지긋이 미소가 띄워진다. 출퇴근하는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혼잡하면서도 개개인이 스마트 폰에 빠져 옆에 누가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없는 바쁜 일상 속에 그 적막을 깨는 이가 나타나 고요한 그 안에서 나지막이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아침의 서막인데 이토록 내가 꿈꾸는 일을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길랭 비뇰이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늘 들고 다니는 가죽 서류가방에서 종이 서류철을 꺼냈다. 조심스럽게 서류철을 연 그는 두 개의 솜사탕 빛깔 같은 분홍색 압지첩 사이에 끼어 있는 종이들 가운데 첫 장을 꺼냈다. 윗부분 왼쪽 가장자리가 반쯤 찢어져 잘려나간 종이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 매달려 흔들거렸다. (중략) 길랭은 여느 아침처럼 목을 가다듬기 위해서 마른 기침을 몇 번 한 후, 큰 소리로 낭독을 시작했다. –본문

 새벽 6 27. 어디론가 바삐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낱장의 종이를 꺼내 들고서 그는 사람들에게 그 안에 담긴 활자를 읽어주고 있다. 낱장의 종이를 가지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너무도 좋아하고 있는 그는, 책 파쇄기를 운전하는 기사로 책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만 그의 삶이 지속이 되는 슬픈 운명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

 어릴 때부터 심술쟁이 꼭두각시라는 뜻의 길냉 기뇰이라 놀림을 받았던 소년은 유년시절에 대한 트라우마로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삶을 추구하고 있지만 책을 읽어주는 그 새벽의 시간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만의 시간이다. 재활용 전문회사에 있는 그로서는 책을 파쇠해야 하지만 그 파쇄기에서도 살아남은 낱장들을 보며 살아있는 살갗이라 부르는 것을 보아도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그가 작동시켜야 하는 체르스토르 500은 그에게 있어서는 끔찍한 괴물로만 비춰질 뿐이다. 뿐만 아니라 그 기계 작동 중 동료 주세페의 사고를 목도했으니. 그에게는 파쇄기는 책은 물론 사람까지도 범할 수 있는 죽음이 가득한 기계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으니 지하철에서 마주한 할머니들을 위해 양로원에 방문하여 책을 읽어드리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가

길랭 비뇰. 실술쟁이 꼭두각시라는 뜻의 길냉 기뇰이라는 놀림을 수도 없이 받던 아이. 그래서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는 평범하지 않는 순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책을 읽어주는 것. ‘자연자원 처리 및 재활용 전문회사에 몸담고 있는 그는 매일 책과 종이를 파쇄. 요리, 역사, 소설 책 등 그의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출판계 임원이라 착각. 체르스토르 500을 작동시키는 것이 그의 마주하게 되는 석류빛의 USB는 그 이전의 그의 삶이 적막 속에 가득한 사막이었다면 이 USB를 주운 이후로 따스한 햇살이 감도는 초록의 정원처럼 변해가게 된다.

 문을 열려면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그 한 시간은 내 시간이다. 손님들이 올때까지 캠핌용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전날 써놓을 글을 다시 읽거나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보내는 나만의 시간. 나는 그 글들이 하룻밤을 지나면서 한껏 부풀어 올라 아침이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빵 반죽처럼 밤새 숙성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글들을 컴퓨터로 옮기는 지금 이 순간,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내 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린다.  본문

 쇼핑몰에서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던 쥘리가 바로 그 USB의 주인인데 매일 조금씩 그녀가 써 내려가던 이야기가 USB에 담겨 있었고 그 이야기를 읽은 길랭 비뇰은 그녀를 찾아가기 위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삶의 활기를 안고서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 마디 덧붙이면, 얼마 전부터는 희미한 생각을 생기있게, 심각하고 금언한 것을 덜 진지하게, 겨울을 덜 춥게, 참을 수 없는 것을 견딜만하게,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추한 것을 덜 추하게, 요컨대 나의 삶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람은 쥘리, 바로 당신입니다. –본문

 단 한번도 마주한 적 없던 이에 대해서, 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 역시도 책을 읽을 때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마주할 때면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 등, 그 무한대의 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하니 길랭의 두근거림이 전해지며 점점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니. 책을 읽는 내내 책을 말아야 할 이유를 안고서 꽤나 열심히 읽은 이 책이 따스하게 가슴 속에 자리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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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 로빈 슬로언저


 

 

독서 기간 : 2014.10.23~10.2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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