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상징, 인간
유요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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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종교의 자유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자체에 대한 탐색을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의 다양성에 대해서 존중하고 있기는 하나 그 다양한 종교에 대해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넓지 않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는데 그래서일까, 쉽지 많은 않지만 과연 종교라는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것들을 배워보고 싶다는 바람에 이 책을 열어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우리가 이른바 종교라고 부르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힌두교 등 기타 다양한 종교들에 대한 탐색이 아닌종교 그 자체에 대해서 마주하는 책으로 종교 안에 담긴 상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상징이 우리에게 남겨진 의미와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수 많은 종교적 의미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야말로 종교에 대해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인문학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는 학문이다. 종교학도 마찬가지다. , 초월적 존재, 초자연적인 현상, 혹은 절대적인 진리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탐구하려 하지 않는다. 종교학은 남루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이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꿈, 혹은 궁금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갈망을 단순한 거짓과 속임수로 치부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노력 속에서 발전해왔다. 그리고 종교학이 이 노력을 치열하게 경주할 때 인문학의 사명을 다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문

 평상시에는 별다른 생각조차 없다가 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큰 일들이 눈앞에 닥쳤을 때,나도 모르게 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현재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종교를 가지기 이전에도 어느 신을 향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신을 향해 간절히 이번만큼은 도와주십사, 라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하곤 했는데 그러고 보면 나 역시도 내가 인지하지는 않았지만 종교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저자의 학생들 또한 나와 비슷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들은 자신이 이러한 면에서 종교에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는데 실제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면 영화와 소설은 물론, 정치, 경제적인 면, 심지어 폭력이나 전쟁 등 수 많은 곳에서 종교적인 요소가 기반이 되있음을 저자는 꼬집어 이야기하면서 어떠한 모습으로 종교의 의미가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리스도교인에게 골고다 언덕은 죽음과 관련된 상징적인 중심의 장소이고, 예수는 그리스도교인들의 모든 삶을 통해 본 받아야 할 가장 성스러운 존재이자 원형이다. 상징적인 중심의 장소는 확장이 가능하다. 골고다 언덕에서 가져온 흙 때문에 인골 교회가 있는 묘지는 그리스도교인들의 죽음과 관련된 성스러운 중심이 되었다. –본문

 일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뼈로 만들어진 성당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른 것도 아닌 인간의 뼈로 만들어 진 성당이라니. 대체 이 곳에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라는 호기심에 그 장면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 나에게는 꺼림칙하게만 다가오는 유골의 의미가 당시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깃든 곳이기에 수 많은 이들이 이곳에 묻히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한 염원은 끊이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계속된 유골의 행차가 계속되던 때에 당시 성당을 건축하던 사람에 의해서 하나 둘 사용하게 된 것이 현재의 인골 교회로 된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회화 속에서도 유골의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게 되는데 현재의 나로서는 두려움만이 느껴지는 그 모습이 17세기의 유럽인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해골은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닌 삶의 허무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해골을 통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 더욱 부지런히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이라고 하니, 의미를 알고 나니 조금씩 물음표가 사라지고 있는 듯 하다.

 종교의 특정한 표식들에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어떠한 형체를 새로이 만드는 것이 아닌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것들 안에도 종교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면서 그저 지나가며 보았던 것들에도 수 많은 의미가 담겨 전해지고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 중에서도 자연 안에서 마주하는 종교의 의미는 애니미즘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마주하게 되면서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물에서 우주가 창조되는 반면, 물은 전체 우주를 멸망시키는 힘도 지닌다. 수많은 홍수 신화는 물로 인해 전 세계가 멸망되었다고 말한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우트나피시팀은 폭풍의 신 엔릴이 일으킨 홍수 끝에 생존한 유일한 사람이었고 [구약성서]의 노아도 홍수로 세상을 심판받은 후살아남아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된다. –본문

 물에서 시작한 인류의 모습이 물로 인해 또 사그러지는 것들을 보면 인간은 자연 속에서 한낱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현재는 물론이고 당시의 인류에게 있어서도 대자연은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이여 두려움이었을 것이며 그렇기에 그들은 그들을 감싸고 있는 모든 자연으로부터의 의미들을 하나하나 담아 자신들의 삶 안에 담아 놓고자 했을 것이다.

 종교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었기에 그 의미에 대해서 대략적인 큰 그림들만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 큰 그림 안의 담겨 있는 깊이 있는 실제를 마주하며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확실히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라는 단어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존재하고 있었던 종교의 의미들을 통해 우리의 안에 담겨 있던 종교를 마주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종교의 철학적 의미 / 마이클 피터슨저


 

 

독서 기간 : 2014.11.04~11.0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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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6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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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누구나 한번쯤 시간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타고 넘나들며 보내는 상상을 말이다. 미래로의 시간 여행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지우고 싶다거나 혹은 원치 않던 순간에 대한 기억들을 바로 잡아 내가 원하는 그림으로 바꾸는 망상에 곧잘 빠져들곤 하는 나로서는 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그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없었던 망상을 실제로 변화시켜 준 영화였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보았던 터라 이 영화를 원작 소설로 만나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느 순간부터 타임리프를 할 수 있는 자신을 알아채고서는 높이 뛰어 오르던 가즈코와 그런 그녀를 마음에 담고 있었던 가즈오의 고백을 보며 혼자 발을 방방거리며 보았던 영화를 활자로 본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두근거림이었고 그렇게 이 소설과의 조우가 시작되었다.

맞아! 그건 라벤더 향기예요.”
라벤더
?”
.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인가? 언젠가 엄마가 라벤더 향이 나는 향수를 뿌려준 적이 있어요. 맞아, 분명히 그것과 똑 같은 냄새였어요!” –본문

 과학실 청소 도중에 발생하게 된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쓰러진 가즈코에게 그 이후부터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미 한번 겪은 일들이, 그러니까 어제의 일이 다시 오늘 반복해서 일어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기시감과는 달리 그녀에게는 하루의 모든 일들을 똑같이 반복해서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 알 수 없는 의문을 갖게 될 즈음 고로의 집 근처에 발생하게 되는 화재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확신하게 된다. 두려움이 최대치로 올라왔을 때 발생하게 되는 타임리프. 이 능력은 가즈코가 과학실에서 쓰러져 라벤더 향을 맡게 된 이후 발생하게 되는데 자신의 새로운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가즈오의 실수로 인해 전해진 것이 밝혀지게 되고 무엇보다도 가즈오의 정체는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저기, 하나만 가르쳐줘. 너는 이제 이 시대로는 안 와? 두 번 다시 내 나타날 순 없어?”
아마도, 오겠지. 언젠가…..” (중략
)
그럼, 또 나를 만나러 와줄 거야
?”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가즈오의 모습에, 있는 힘을 다해 눈을 고정시키며 가즈코는 물었다.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싲가했다. 배리어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 라벤더 향기가 피어오르는 약이 하얀 연기가 되어 가즈코를 둘러싸고 있었다. –본문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가즈오와 가즈코의 소소한 일상들이 겹쳐져서 보여지고 서투른 고백이 미세한 떨림으로 전해지고 있었다면 소설 속에서는 가즈오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그는 너무도 발전해 버린 과학 기술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식 습득으로는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 당시의 시대에 과거로의 회귀라는 신기술을 발명했지만 실수로 인해 지금 이곳에 떨어져버렸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가즈오와 함께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바로 가즈오가 심어 놓은 가공의 기억일 뿐이며, 이제 이 사실을 가즈코에게 말한 이상 그는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고 떠나야만 한다. 이제 겨우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그들이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에서 아련함이 밀려들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가즈오의 이야기를 보며, 그가 다시 가즈코 앞으로 나타나길 바라본다. 모든 기억이 지워진 듯 하지만 라벤더 향만은 기억하고 있는 가즈코는 다시 나타날 가즈오를 알아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소설 속에는 2편의 단편 소설이 더 담겨 있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후속인줄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라며 갸우뚱거리며 읽었었는데 단편 소설이라는 것을 두 번째 작품인 <악몽>의 마지막 단계에서야 알아차렸다.

이웃한 두 가닥의 날실에 있는 두 명의 당신은 역시 거의 비슷하다. 둘 다 같은 직업일 것이고 만약 당신의 손에 상처가 있었다면, 또 한 명의 당신도 똑 같은 곳에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무 가닥, 서른 가닥, 그리고 수백 가닥 떨어진 날실에 있는 당신은? 거기에 있는 당신은 학생일 수도 있고 발명가일지도 모른다. 또는 총리대신일 수도 있다
.
 
이것이 동시 존재라는 개념이다.–본문

 어찌되었건 어린 시절의 사고로 인해서 잊혀진 기억들을 찾아 가는 가즈코의 이야기와 여성 과학자로서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되는 시간의 프로그래밍을 개발한 노부의 이야기까지.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그 기록들을 찾아가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SF의 장르이기는 하지만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세상에 없을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잠시 나마 설렘을 안고 읽어 내려갔던 이야기라 책을 덮은 지금도 가슴을 떨리게 하는 듯 하다.

 

 

아르's 추천목록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다니 미즈에저

 

 

 

 

독서 기간 : 2014.11.01~11.0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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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
베어 그릴스 지음, 김미나 옮김 / 이지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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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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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동생이 틀어놓은 케이블 TV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를 본적이 있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인 대자연 속에서 나무를 뒤져 애벌레를 찾아서 양식으로 먹고 물이 없는 곳에서 진흙을 통해 물을 얻고 건널 수 없을 것만 같은 계곡을 제 몸하나 의지해서 나아가며 생존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다. 도무지 살아나갈 수 없는 곳에서 태연하게 손을 놀리고 있는 그를 보노라면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도 살아남겠다, 싶은 그는 바로 베어 그릴스로 이미 생존전문가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은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의 그의 지난 날들에 대한 기록들을 들려주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현재의 그가 어느 허공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해왔던 이로, 그렇기에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도무지 사람이 살수 없을 것 같은 오지나 사막, 극지방 등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는 최고의 탐험가이자 생존 전문가라는 타이틀과는 동떨어진, 정치가의 자손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의 얼굴만 보아도 어디서든 살아 남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지만, 그의 지난 날을 돌아보면 왜소한 체격에 소심함도 있었다고 하니, 현재의 그를 보노라면 도무지 상상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에 대해서 또 알게 된 점은 그저 경험으로 이 모든 것들을 헤쳐나가게 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라는 점이었다. 런던대를 졸업했던 그였기에 다른 이들이 꿈꾸는 로열 패밀리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그의 가슴 속에 뛰고 있는 열정은 그를 책상 앞이 아닌 대지로 향하게 하였고 영국 공수특전단에 지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나의 삶 중에서 이토록 간절하게 무언가를 도전해 보고 그 안에서 희열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에 대해 반성해보게 된다.

인생은 신나는 모험이 숨어 있는 긴 여정이지 완벽한 성적을 받거나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처럼 결코 하나의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본문

 남들이 말하는 탄탄대로 위에 그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평이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SAS에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사고로 인해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누구나 이 사태에 도달하게 되었다면 지난 날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으며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만을 끊임없이 늘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모두가 이제 더 이상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자신을 채근하며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상인들도 쉽게 오르기 힘든 그 길을 그가 스스로 헤쳐나가 올랐다는 것은 그의 체력적인 면도 있겠지만 정신의 근간에서 나온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에 대해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우리는 그 어떤 산도 ‘정복’하지 않았다. 에베레스트가 우리에게 정상에 발을 들여놓도록 간신히 허락해준 것이며 목숨이 붙은 채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모든 이가 다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에베레스트는 결코 정복된 적도 없고 정복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 산을 특별하게 만드는 한 부분이다. –본문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라며 안주하고 있을 때 그는 다시금 움직이고 있었다. 절망만이 가득한 그 속에서도 살아야 한다는 의식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론 주변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계속 나아가는 그를 보며 현재 그저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이 괜찮은가, 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열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는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어제처럼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임하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모습을 그의 삶을 관통해 오는 내내 볼 수 있었는데 언제나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아 가는 그를 보노라면 나 역시도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아 엉덩이가 들썩이게 된다. 그저 TV 프로그램 속의 주인공으로만 알고 있던 그를 알면 알수록 나의 삶에 대한 반성과 채찍을 하게 하는 그를 또 만나보고 싶어진다

  

 

아르's 추천목록

 

베어그릴스의 서바이벌 스토리 / 베어 그릴스저


 

 

독서 기간 : 2014.11.08~11.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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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연애 블루스
한상운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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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서는 오해했다. 비주류 연애 블루스라니. 우울한 인생들이 모인 우울한 연애담 정도겠거니, 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래, 책 매일 조금씩 읽어오며 제목 보면 대충 감이 오지, 라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함은 책을 펼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확인되었고 책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연애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따분하거나 뻔한 연애이야기가 아닌 흥미 진진하고 박진감이 넘치는 것들이기에 과연 이 안에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애 이야기가 있는 걸까, 라는 착각을 할 만큼이나 긴박함이 넘쳐 흘렀으며 달달하거나 혹은 비주류라는 제목에서 주는 일명 찌질함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제목 자체가 반전 그 자체인 셈이다.

성욱과 혜연의 이별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더라면 그야말로 연애 소설의 이야기라 생각했겠지만 시작은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한 남자가 천장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시작한다. 위층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 생각하며 경비원과 함께 올라간 그 곳에서 그는 한 여인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데, 갑작스레 초반에 등장하는 한 여인의 죽음은 성욱과 혜연의 이별과 더불어 터덜터덜 걸어 나오던 성욱의 앞에 들이닥치는 사건으로 서서히 잊혀지게 된다.

  성욱은 다치지 않은 손을 품속에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8 42. 영화가 8시쯤 끝났으니 정류장에서 그 많은 일이 벌어지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인생이 지난 것처럼 길게 느껴졌는데.
 
오늘 일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7년 동안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난생처음으로 깡패와 싸웠으니까. 그뿐이랴. 사람이 죽는 것까지 보았다. 옳은 일을 하려 했던 것이지만, 지금에 와선 괜히 나섰다는 생각만 들었다. –본문

 혜연과 헤어진 후 만나게 된 성욱의 앞에 나타난 수정. 그녀를 따라 영화관에 들어설 때만해도 그는 자신의 인생에 이토록 엄청난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영화관에 나온 이후 수정에게 말을 걸며 또 다른 로맨스가 시작되겠거니, 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도 이럴 수가, 라며 혀를 찾으니 말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한 뿔테 안경을 쓴 남자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는 수정을 향해 몸을 던진 성욱은 그의 일생 중에 단 한번도 꿈꾸지 못했던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는 재미없어라며 그에게 이별을 고했던 혜연에 대한 반항과 일탈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끼어들게 된 사건 속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속속 들어나고 있었으니 수정을 잡으려 했던 그 뿔테남이 사채업계의 대부 방성환의 아들 방성태였던 것이다.

 철창 신세를 지게 된 방성태를 두고 방성환은 장일도에게 이 사건의 중심인 수정과 성욱을 추격하라는 요청을 하게 되고 그렇게 장일도와 이석구는 물리고 물리는 게임을 계속해 나가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팽창되어 간다.  

 수정은 약이 든 백팩을 고쳐 멨다. 그녀에게 나은 단 하나의 무기. 이것만 있으면 놈들과 싸울 수 있다. 수정은 이를 악물었다. 우릴 우습게 생각했지?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고. 죽는다고 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하찮은 인간들이라 생각했겠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다. 하찮은 인간에게도 나름의 한 방은 있다. 반드시 후회하도록 만들어주겠다. –본문

 방성태가 키워왔던 뷰티 샵이 알고 보니 마약관련 약물을 다루고 있었다는 것, 그로 인해서 한 여성이 죽음으로까지 다다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서막에 올랐던 한 여인의 죽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인이 수정과 함께 이 모든 것들을 도모했다는 것이 서서히 올라오게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의 꼬리가 장일도에 의해서 풀어지게 되는데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면 갈수록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그러나 이젠 알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 사귀는 것보다 스스로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어느 시점에서인가 성장을 멈췄고, 주변의 소중함을 모른 채 하루하루 낭비하듯 살았갈 뿐이었다는 걸. 인영과의 시간마저 내 삶의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함부로 다루었다는 걸 알겠다. 본문

 비주류 연애라는 제목과는 달리 마지막 장을 덮으면 성욱이란 인물을 곱씹어보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한 여자를 위해서, 그는 진심을 다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그녀를 구하는 모습에서 재미없고 지루함을 안고 있던 출판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남자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남자의 모습에 이내 또 설레게 되니, 저자의 바람대로 그가 흘려 놓은 로맨스의 후폭풍에 제대로 빠지게 된다. 후속편이 나와도 좋을 이 이야기의 끝에서 과연 성욱이 어디로 가게 될지,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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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탄생 / 이재익저

 

 

 

독서 기간 : 2014.11.10~11.1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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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랑은 냉면처럼
김영진 지음 / 엘블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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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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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냉면처럼, 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과연 사랑과 냉면의 연관관계는 무엇일까, 란 상념에 잠시 빠져본다. 질기고 잘 끊어지지 않는 함흥냉면의 그 느낌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매콤하기도 하고 때론 부드럽기도 한 냉면의 맛을 사랑에 비유한 것일까.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읽어 내려간 이 소설의 마지막을 보며 싱긋 웃으며 그래, 사랑은 냉면처럼 해야 하는 거지.’ 라는 말을 되풀이해본다.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한마디만 붙이자면 내가 예상했던 사랑과 냉면과의 상관관계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아직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틀은 여전히 편협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을 고백하며 리뷰를 작성해본다.

 

바야흐로 이 이야기의 배경은 정신 없이 돌아가는 냉면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냉면부의 차기 부주방장으로 손꼽히고 있던 경주는 갑작스레 등장한 수애의 존재가 영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저 주방에 한 사람이 더 늘어난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경주가 당연히 제 것이라 생각했던 부주방장의 자리를 꿰차는 것도 모자라 주방장으로부터 그녀에게3개월 내에 냉면의 모든 것을 전해주라는 특명까지 받게 된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것으로도 모자라 그 동안의 자신만의 노하우도 한 순간에 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경수에게 수애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주방에 들어선 미모의 부주방장이 아닌 그저 눈엣가시일 뿐이다. 그나마 이 모든 것들을 터놓을 수 있는 지은이 있기에 경주에게는 다행일 뿐이다.

 

 ! 멋있어요, 조리사님!”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는 그녀는 내가 그동안 그토록 기다리던 이상형과 일치했다. 그녀의 얼굴 주변은 마치 뒤에 태양이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하게 빛났다. 내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본문

 

 그렇게 적막과도 같은 나날 속에 한줄기 빛이 쏟아졌으니 그것은 바로 수지의 등장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경주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그녀의 등장만으로 경주의 얼어붙은 마음은 봄 햇살 속에 녹아 내리는 눈처럼 따스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수지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경주는 고슴도치처럼 수애를 향한 가시들을 하나씩 접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던 냉면부에 갑작스레 발생한 수애의 사고로 인해 경주는 그 동안 자신이 너무 수애를 몰아 부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매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냉랭하기만 한 그녀들의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렇게 그녀를 쥐 잡듯이 몰아 세우던 수애는 경주를 마음에 두고 있다 이야기하고 경주가 세상에 다시 없을 이상형이라 말하는 수지는 그를 친구라 이야기 하고, 진정한 친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지은은 그에게 쌀쌀맞게만 대하고 있을 뿐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던 수지와 경주, 그리고 주방 식구들은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다가오기 전에 워크샵을 떠나게 되는데 수애의 시계를 찾으러 간 무철이 2시간 여 동안 행방불명이 되며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게 된다. 무철의 행방을 쫓으러 간 경주와 그러한 경주를 구하러 가게 되는 수애. 병원에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된 경주는 자신과 똑같이 다리를 다친 수애를 통해서 잃어버린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사실, 그리고 수애와 수지가 안고 있던 이야기들까지. 그 모든 것들을 알게 된 경주는 그제서야 수애의 진심을 인지하게 되고 이 둘은 점점 서로의 마음을 하나씩 담아가게 된다.

 

 나 그날 수애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 널 구하러 가겠다는데 정말 아무도 못 말리더라. 처음엔 무철이에게 수애를 잡으라고 했어. 그런데 수애가 널 사랑한다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무철이에게 널 구하러 가게 놔주라고 했어. 결과적으로 널 구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왔거든. 정말 사랑의 힘은 대단해.” –본문

 

처음엔 오해하고 그도 모자라 서로 바라보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던 이들이 함께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이 둘의 조합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나로서는 이들이 모습이 생경하다, 라는 생각도 잠시 알콩달콩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맴돌게 된다. 그래, 사랑은 냉면처럼 처음부터 하나하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이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런 달달한 냉면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준, 오랜만에 로맨스를 찾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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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 홍수연저 


 

 

독서 기간 : 2014.11.04~11.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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