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6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누구나 한번쯤 시간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타고 넘나들며 보내는 상상을 말이다. 미래로의 시간 여행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지우고 싶다거나 혹은 원치 않던 순간에 대한 기억들을 바로 잡아 내가 원하는 그림으로 바꾸는 망상에 곧잘 빠져들곤 하는 나로서는 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그 어디에서도 마주할 수 없었던 망상을 실제로 변화시켜 준 영화였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보았던 터라 이 영화를 원작 소설로 만나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느 순간부터 타임리프를 할 수 있는 자신을 알아채고서는 높이 뛰어 오르던 가즈코와 그런 그녀를 마음에 담고 있었던 가즈오의 고백을 보며 혼자 발을 방방거리며 보았던 영화를 활자로 본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두근거림이었고 그렇게 이 소설과의 조우가 시작되었다.

맞아! 그건 라벤더 향기예요.”
라벤더
?”
.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인가? 언젠가 엄마가 라벤더 향이 나는 향수를 뿌려준 적이 있어요. 맞아, 분명히 그것과 똑 같은 냄새였어요!” –본문

 과학실 청소 도중에 발생하게 된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쓰러진 가즈코에게 그 이후부터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미 한번 겪은 일들이, 그러니까 어제의 일이 다시 오늘 반복해서 일어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기시감과는 달리 그녀에게는 하루의 모든 일들을 똑같이 반복해서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 알 수 없는 의문을 갖게 될 즈음 고로의 집 근처에 발생하게 되는 화재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확신하게 된다. 두려움이 최대치로 올라왔을 때 발생하게 되는 타임리프. 이 능력은 가즈코가 과학실에서 쓰러져 라벤더 향을 맡게 된 이후 발생하게 되는데 자신의 새로운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가즈오의 실수로 인해 전해진 것이 밝혀지게 되고 무엇보다도 가즈오의 정체는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저기, 하나만 가르쳐줘. 너는 이제 이 시대로는 안 와? 두 번 다시 내 나타날 순 없어?”
아마도, 오겠지. 언젠가…..” (중략
)
그럼, 또 나를 만나러 와줄 거야
?”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가즈오의 모습에, 있는 힘을 다해 눈을 고정시키며 가즈코는 물었다.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싲가했다. 배리어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 라벤더 향기가 피어오르는 약이 하얀 연기가 되어 가즈코를 둘러싸고 있었다. –본문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가즈오와 가즈코의 소소한 일상들이 겹쳐져서 보여지고 서투른 고백이 미세한 떨림으로 전해지고 있었다면 소설 속에서는 가즈오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그는 너무도 발전해 버린 과학 기술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식 습득으로는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 당시의 시대에 과거로의 회귀라는 신기술을 발명했지만 실수로 인해 지금 이곳에 떨어져버렸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가즈오와 함께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바로 가즈오가 심어 놓은 가공의 기억일 뿐이며, 이제 이 사실을 가즈코에게 말한 이상 그는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고 떠나야만 한다. 이제 겨우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그들이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에서 아련함이 밀려들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가즈오의 이야기를 보며, 그가 다시 가즈코 앞으로 나타나길 바라본다. 모든 기억이 지워진 듯 하지만 라벤더 향만은 기억하고 있는 가즈코는 다시 나타날 가즈오를 알아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소설 속에는 2편의 단편 소설이 더 담겨 있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후속인줄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라며 갸우뚱거리며 읽었었는데 단편 소설이라는 것을 두 번째 작품인 <악몽>의 마지막 단계에서야 알아차렸다.

이웃한 두 가닥의 날실에 있는 두 명의 당신은 역시 거의 비슷하다. 둘 다 같은 직업일 것이고 만약 당신의 손에 상처가 있었다면, 또 한 명의 당신도 똑 같은 곳에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무 가닥, 서른 가닥, 그리고 수백 가닥 떨어진 날실에 있는 당신은? 거기에 있는 당신은 학생일 수도 있고 발명가일지도 모른다. 또는 총리대신일 수도 있다
.
 
이것이 동시 존재라는 개념이다.–본문

 어찌되었건 어린 시절의 사고로 인해서 잊혀진 기억들을 찾아 가는 가즈코의 이야기와 여성 과학자로서 날실과 씨실처럼 교차되는 시간의 프로그래밍을 개발한 노부의 이야기까지.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그 기록들을 찾아가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SF의 장르이기는 하지만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세상에 없을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잠시 나마 설렘을 안고 읽어 내려갔던 이야기라 책을 덮은 지금도 가슴을 떨리게 하는 듯 하다.

 

 

아르's 추천목록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다니 미즈에저

 

 

 

 

독서 기간 : 2014.11.01~11.03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