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랑은 냉면처럼
김영진 지음 / 엘블링 / 2014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아르's Review

 

    

 

 사랑은 냉면처럼, 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과연 사랑과 냉면의 연관관계는 무엇일까, 란 상념에 잠시 빠져본다. 질기고 잘 끊어지지 않는 함흥냉면의 그 느낌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매콤하기도 하고 때론 부드럽기도 한 냉면의 맛을 사랑에 비유한 것일까.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읽어 내려간 이 소설의 마지막을 보며 싱긋 웃으며 그래, 사랑은 냉면처럼 해야 하는 거지.’ 라는 말을 되풀이해본다.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한마디만 붙이자면 내가 예상했던 사랑과 냉면과의 상관관계는 전혀 다른 것으로 아직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틀은 여전히 편협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을 고백하며 리뷰를 작성해본다.

 

바야흐로 이 이야기의 배경은 정신 없이 돌아가는 냉면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냉면부의 차기 부주방장으로 손꼽히고 있던 경주는 갑작스레 등장한 수애의 존재가 영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저 주방에 한 사람이 더 늘어난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경주가 당연히 제 것이라 생각했던 부주방장의 자리를 꿰차는 것도 모자라 주방장으로부터 그녀에게3개월 내에 냉면의 모든 것을 전해주라는 특명까지 받게 된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것으로도 모자라 그 동안의 자신만의 노하우도 한 순간에 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경수에게 수애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주방에 들어선 미모의 부주방장이 아닌 그저 눈엣가시일 뿐이다. 그나마 이 모든 것들을 터놓을 수 있는 지은이 있기에 경주에게는 다행일 뿐이다.

 

 ! 멋있어요, 조리사님!”

 그리고 상냥한 목소리.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는 그녀는 내가 그동안 그토록 기다리던 이상형과 일치했다. 그녀의 얼굴 주변은 마치 뒤에 태양이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하게 빛났다. 내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본문

 

 그렇게 적막과도 같은 나날 속에 한줄기 빛이 쏟아졌으니 그것은 바로 수지의 등장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경주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그녀의 등장만으로 경주의 얼어붙은 마음은 봄 햇살 속에 녹아 내리는 눈처럼 따스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수지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경주는 고슴도치처럼 수애를 향한 가시들을 하나씩 접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던 냉면부에 갑작스레 발생한 수애의 사고로 인해 경주는 그 동안 자신이 너무 수애를 몰아 부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매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냉랭하기만 한 그녀들의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렇게 그녀를 쥐 잡듯이 몰아 세우던 수애는 경주를 마음에 두고 있다 이야기하고 경주가 세상에 다시 없을 이상형이라 말하는 수지는 그를 친구라 이야기 하고, 진정한 친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지은은 그에게 쌀쌀맞게만 대하고 있을 뿐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던 수지와 경주, 그리고 주방 식구들은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다가오기 전에 워크샵을 떠나게 되는데 수애의 시계를 찾으러 간 무철이 2시간 여 동안 행방불명이 되며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게 된다. 무철의 행방을 쫓으러 간 경주와 그러한 경주를 구하러 가게 되는 수애. 병원에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된 경주는 자신과 똑같이 다리를 다친 수애를 통해서 잃어버린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사실, 그리고 수애와 수지가 안고 있던 이야기들까지. 그 모든 것들을 알게 된 경주는 그제서야 수애의 진심을 인지하게 되고 이 둘은 점점 서로의 마음을 하나씩 담아가게 된다.

 

 나 그날 수애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 널 구하러 가겠다는데 정말 아무도 못 말리더라. 처음엔 무철이에게 수애를 잡으라고 했어. 그런데 수애가 널 사랑한다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무철이에게 널 구하러 가게 놔주라고 했어. 결과적으로 널 구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왔거든. 정말 사랑의 힘은 대단해.” –본문

 

처음엔 오해하고 그도 모자라 서로 바라보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던 이들이 함께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이 둘의 조합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나로서는 이들이 모습이 생경하다, 라는 생각도 잠시 알콩달콩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맴돌게 된다. 그래, 사랑은 냉면처럼 처음부터 하나하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이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런 달달한 냉면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준, 오랜만에 로맨스를 찾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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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 홍수연저 


 

 

독서 기간 : 2014.11.04~11.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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